[정치톡톡: 백 일흔네번째 이야기]자치분권·균형발전 ‘재설계’ 필요한 이유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2년 차 첫 국무회의에서 지난 1년 정책 성과를 소개했다. 자화자찬식 자랑은 않겠노라며 생략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무색할 만큼. 

전 정부 때리기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건전 재정과 부동산 정상화,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 등 성과는 결국 문재인 정부 실책을 만회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데 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방시대’ 얘기는 이날 쏙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위원회’와 ‘균형발전위원회’라는 양 날개를 두고 국정운영을 해왔다. 윤 정부는 이걸 하나로 묶어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실은 어떤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로 내걸고 발의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자치분권이나 지역 균형발전은 선언 수준에 그쳤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는 자세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면 모를까 지금으로 봐선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정부분 ‘골든타임’은 놓친 셈이다. 

권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윤 대통령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한다.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 역시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그들의 항변이 옳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일반 국민과 지역민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건 아닐까. 성과라고 내세울 게 없으니, 할 말도 없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내놓은 자치와 분권 역시 자화자찬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게 아니다. 독립적인 전문집단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보완점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지방시대는 추상적인 얘기만 가득하다. 단추를 잘못 채웠다는 게 아니라, 첫 단추조차 못 채우고 있다는 말이다. 전 정부가 했던 과제들을 놓고 바른 진단을 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잘된 부분과 부족한 이유를 진단한 뒤 그걸 바탕으로 현 정부가 가야 할 방향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대 환경 변화에 맞춰 젊은 인재를 수혈해 획기적인 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국가균형발전위 인사 면면을 보면 굉장히 ‘올드’하다. 지금이라도 실력 있는 인재들을 모아 자치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의 설계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혁신적인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인구 감소’ ‘지역 소멸’이 국가 존립의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균형발전 정책을 이루어내 국민과 지역민들로부터 체감도 높은 실익을 공유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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