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예순아홉번째이야기] ‘자기 말 대잔치’ 남은 건 대국민 정치 혐오뿐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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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나흘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 토론이 열렸다. 국민의 기대는 컸다. 국회의원 300명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위는 2003년 ‘이라크파병 동의안’ 이후 20년 만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뚜껑 안에는 기득권이라는 ‘밥그릇’을 지키려는 그들만의 연대 방식으로 가득 찼다. 발언대에 선 의원 100명은 토론이라기보다 ‘자기 말 대잔치’를 벌였다. 의원 정수를 늘리니 마니, 비례성을 확대하네, 마네 옥신각신했다. ‘난상토론’보다 ‘난잡 토론’에 가까웠다.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지키는 의원들 숫자도 줄었다. 

그나마 자리를 지킨 의원 중 일부는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딴청을 부렸다. 40여 분 동안 쉬지 않고 졸던 한 중진 의원을 국회 직원이 깨웠다는 언론 보도는 실로 기가 찼다. 

의원들은 방송과 유튜브 생중계로 국민을 불러놓고 남는 것 없는 ‘쇼(Show)’를 했다. 겨우 남긴 거라면 대국민 정치 혐오였으리라. 오죽하면 현역 의원마저 “이런 토론방식으로 개편안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지에 회의적 시각도 있다(11일 장동혁 의원 토론 중)”고 고백했을까. 

여야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적용할 3가지 선거제 개편안을 놓고 토론했다. 안건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다. 

안건마다 다양한 특징이 있고 구조도 복잡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쉽게 말하면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역 대표성을 키우자는 얘기다. 관건은 ‘현실 적용’ 여부다. 거대 양당과 소수당이 추구하는 방식이 제각각인 까닭이다. 그래서 100명이든 300명이든, 말과 생각이 엉키고 섞여 버무려지지 않는 모양새다. 

결국 거대 양당은 선거제를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다. 본인들에게 유리한 판을 굳이 손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말로만 ‘국민’을 갖다 붙였다. ‘20년 만의 전원위’라는 그럴싸한 멍석을 깔아놓고 “선거제 개혁”이란 시늉만 냈을 뿐이다. 그러다 “우린 노력했는데, 상대가 합의를 안 했다”며 현행대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게 뻔하다. 

그런 꼼수를 지켜본 국민들 심정은 어땠을까. 이러면 어떨까. 국회의원이 받는 각종 혜택과 특권을 없앤다면. 국회의원이 국민으로부터 받는 급여(세비)를 무보수 또는 절반으로 깎는다면.

둘 중 하나라도 실현된다면 국민은 조금이나마 그들의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을까. 물론 현실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겠지만. 그만큼 국회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하지 않는 한, 적대와 혐오의 정치 극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서 있는 위치가 바뀌어야 풍경도 바뀐다. 어쩌면 의원들은 4년 뒤 같은 얘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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