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의장 "국회·국가 소임 다하지 못해 죄송"
'작업 외주화' 넘어 '안전 외주화'로..대책 시급
대책위 "발전사 사고 사망자는 모두 비정규직"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사망한 2차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故김충현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우 의장은 사고발생 6일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과 과정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노동부와 한전KPS에 대해 “납득이 안된다”고 질타하며 유족에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임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재 유족과 태안화력발전소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는 고인이 사망한 지난 2일부터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으나 정식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이는 이번 사고에 대해 사측인 한전KPS가 “임의 작업 중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고인의 명예를 실추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태도를 보이자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조치이다.
사측의 주장과 달리 실제 고인이 사측의 지시를 받고 작업 도중 사망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여러 증거와 정황이 일부 드러났다.
우 의장은 고인의 빈소에서 대책위와 만나 “국회의 소임은 법과 제도를 통해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번 사고로 책임을 다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빈소 방명록에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남겼다.
2018년 고인과 같은 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故김용균 씨 사고 당시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경험을 언급하며 “많은 약속이 있었지만 부족했다. 이번 사고가 또 발생한 데 대해서는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7년 전 그때 끝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대책위와) 함께 과정,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어떻게 해결할지 충분히 상의하며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후 우 의장은 고인이 숨진 발전소 정비동으로 향했다. 사고 현장에서 한전KPS 관계자가 “비교적 안전한 작업”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하자 그는 “2인1조 적용 대상 작업장이 아니라는 소리냐”며 “여기서 왜 사고가 나고 어떻게 났고 파악이 안됐다는게 납득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 관계자는 사측 대신 설명에 나섰는데 고인이 다루던 기계의 비상버튼을 가르키며 “기계 자체가 회전을 하면서 공구를 (깎는다) 굉장히 위험한 작업이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사측에 요구한 2인1조 원칙을 지켜) 동료가 있었으면 왼쪽팔이 끼여도 버튼 누르면 (사망까지 이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 의장은 노동부 관계자를 향해 “국회의장이 왔다. 사고 발생 6일째인데 지금까지 잘 몰랐더라도 의장이오면 어떻게 대답할지 알고 왔어야 하는거 아니냐. 노동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발전소도 김용균 사망사고 때 산업법 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만드는 계기된 곳 아닌가. 당시 다시는 노동자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논의한게 ‘2인 1조’였다. (그런데도) 여기서 버튼 있어도 못 눌러 목숨을 잃은 것을 어떻게 납득하나”라고 탄식했다.
우 의장은 “빠르게 진상을 정확하게 조사해서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 향후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우리가 논의 해야한다. 일하다 목숨 잃는것은 막아야 한다. 정말 노동부와 현장 책임 모두 국회의장으로서 납득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원인 이태성 발전비정규직 연대 집행위원장은 “2018년에 의장님이 저를 국회로 부르셨다. 그때 ‘정규직은 안해도 좋으니 노동자가 현장에서 제발 죽지만 않게 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김용균의 죽음을 저희도 의장님도 막지 못했다”며 “이제는 또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맞이한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게 진짜 민생”이라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2018년 김용균 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노동자로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엄길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도 “그동안 발전사에서 여러 사고가 있었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모두 100% 비정규직”이라며 “7년 전 김용균 특조위의 약속이 결과적으로는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는 지난 6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만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담은 요구안을 직접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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