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식 불법 하도급 계약 구조 '잘못' 판시
노조, 다음주께 한전KPS에 교섭 요청 계획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정회일)이 28일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1심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죽음의 외주화라고 불렸던 다단계식 하도급 시스템에 대한 위법 판단을 내린 것으로, 거리로 나와 장기간 투쟁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승소했다.
법원은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 한전KPS가 고위험 직군인 경상정비 업무 등에 대해 재하청 방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투입 행위는 ‘파견법 위반’에 해당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한전KPS에 직접 고용과 더불어 정규직화를 놓고 다음주께 교섭을 요청할 계획이며 이번 승소로 고용의무가 발생한 노동자는 모두 24명이다.
특히 2018년 故김용균 씨와 지난 6월 2일 한전KPS의 재하청 업체인 한국파워오엔엠 소속 故김충현 씨가 업무 도중 사망한 이후 발전사 노동 구조의 불합리성은 국내 노동업계의 즉각적인 변화를 촉구해왔다.
이번 판결은 발전소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시스템을 바꾸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사례이다.
법원은 한전KPS가 형식적으로 한국파워오엔엠과 같은 재하청 업체와 형식상으로 도급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재하청 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작업 지시는 물론, 이들의 지휘와 명령에 따라 평가 등이 이뤄진 것을 인정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 노동자들은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소속이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도 이날 서울 서초구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기업 한전KPS의 구조적 범죄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한전KPS는 직접 고용과 정규직화를 지체없이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김용균 씨와 김충현 씨의 사망을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고용 구조에 의해 발생한 참사 라고 규정하며 “발전 설비의 운전·정비 업무는 상시 필수 업무인데도 한국서부발전과 한전KPS는 형식적인 하도급 구조를 유지하며 중간착취와 위험의 외주화를 지속해왔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판결 뿐 아니라 한전KPS와 노조의 합의서가 작성돼야 한다. 모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협의체’에도 합의문이 작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 역시 이미 ‘위험의 외주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제36차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위험한 작업을 하청에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말한 바로 그 ‘위험의 외주화’야말로 김충현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이며, 공공기관 한전KPS가 저지른 불법파견의 다른 이름이다. 이번 판결은 정부 스스로에게 되돌아가야 할 질문이자,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라는 질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KPS의 항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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