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작업 오더 없었다"던 한전KPS 주장 반박
한전KPS, 둘러싼 '산재 은폐' 추가 의혹도 제기

고인과 한전KPS 직원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대책위는 수시로 한전KPS로부터 작업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책위 제공. 
고인과 한전KPS 직원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대책위는 수시로 한전KPS로부터 작업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책위 제공. 

태안화력발전소 故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가 12일 고인의 휴대폰에 남은 한전KPS의 작업 지시 정황을 공개했다.

대책위가 분석한 김 씨의 휴대폰 기록에 따르면 고인은 한전KPS 직원으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고 작업 전 안전회의(TBM)일지를 작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시받은 작업 완료 후 카카오톡 메신저로 담당자에게 보고하는 방식이다.

현재 해당 사건은 경찰을 비롯해 고용노동부에서 수사 및 조사 중이다. 작업 도중 사망한 김 씨를 두고 원청인 한전KPS는 “당일 작업 오더가 없었다”, “임의 작업 중 사망”이라고 밝혀왔지만 이를 뒤집을 만한 기록이 고인의 휴대폰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대책위는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TBM일지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이름인 김 모씨와 나눈 대화였다. 고인이 김 씨에게 작업한 공작물의 사진을 보내면서 ‘홈을 다 가공하기엔 가공부가 너무 넓어질 것 같아 흠이 좀 남아있다’ ‘많이 걱정했다’ ‘전체적으로 패인 부분이 많아 살짝 가공했다’ 등과 같은 작업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고인의 휴대전화에 등장한 김 모씨는 한전KPS 소속 기계1팀 직원이다. 한전KPS비정규직지회는 그가 맡은 담당 설비가 선반의뢰에 자주 필요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대책위 최진일 상황실장은 “고인의 사망 이후 사고 원인 조사 외에도 발전소 내 하청노동자의 다양한 위험과 부당하고 위법한 노동 환경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전KPS의 산재 은폐 정확을 밝혔다.

최 실장은 “다친 사람은 많지만 산재처리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당히 치료비만 받고 출근했다는데 3일 이상 휴업일 경우만 노동부에 산재발생보고를 하게 돼 있는 규정을 악용해 일을 못해도 출근은 시킨 것”이라며 “이런 행위는 단순 보고 누락을 넘어 고의적인 산재 은폐”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인의 동료가 가장 자주하는 작업 중 하나는 터빈용 냉각수필터를 뜯어내고 운반하는 일이다. 2차하청업체가 보유한 장비라고는 간단한 수공구 뿐이다. 200kg짜리 필터를 운반할 트럭도 없어 한전KPS것을 빌리거나 조합원 개인차량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마저도 안되면 리어카에 싣고 발전소현장을 끌고 다녔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발전소 안에는 수상태양광발전시설이 있다. 물 위에 태양광 패널을 띄워놓고 발전하는 시설”이라며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빨라 매우 위험한 환경이다. 노동자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밧줄 하나에 의지해 작업을 해왔다. 파손되고 부실한 부력제는 사람이 밟으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처럼 발전소 안에서 위험하고 힘든 일들은 하청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지지만 그 일들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장비와 환경은 주어지지 않았다.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은 단순히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데 그쳐서는 안된다”며 “고인이 위험을 무릎 쓰고 안전관리까지 혼자 도맡을 수 밖에 없었던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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