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故김충현 씨
한전KPS "임의 작업 중 사망" 책임 회피
대책위, 작업 서류 공개..원청 관계자 서명 있어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 사망사고 조사발표 기자회견 모습. 대책위 제공.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 사망사고 조사발표 기자회견 모습. 대책위 제공.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故김충현(50세) 씨가 원청인 한전KPS의 ‘작업 요청’을 받고 부품을 만들다 사고를 당했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증거가 제시됐다.

이는 사고 발생 직후 한전KPS측이 밝힌 “임의 작업 중 사망”이라는 주장을 전면 반박하는 것으로, 고인이 사망 당일 작성한 ‘작업 전 안전회의(TBM·tool box meeting) 일지’에는 원청인 한전KPS 직원의 서명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는 5일 서울 참여연대에서 열린 1차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 씨는 사고 당일 공작기계로 길이 약 40cm 쇠막대를 절삭 가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TBM 일지는 당일의 작업 내용과 위험 요인 등을 작업 전 회의를 통해 논의하는 것으로, 일지에는 고인의 서명 뿐 아니라 한국서부발전, 한전KPS, 한국파워오엔엠 관리감독자들의 서명이 필수로 기재된다.

故김충현 씨는 한국서부발전과 계약한 원청 한전KPS의 하청업체 한국파워오엔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다. 공작기계 전문가인 그의 작업 공간은 태안화력발전소 내 정비동이다. 한국파워오엔엠 소속 범용선반기계 작업자는 고인이 유일하게 선임돼 일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가 사고 당일 작성한 TBM 일지. 작업 책임자에는 김 씨가 서명했고 관리감독자, 공사감독자에도 원청과 소속 하청업체 관계자의 서명이 적혀있다. 대책위 제공. 
김 씨가 사고 당일 작성한 TBM 일지. 작업 책임자에는 김 씨가 서명했고 관리감독자, 공사감독자에도 원청과 소속 하청업체 관계자의 서명이 적혀있다. 대책위 제공. 

사고 현장에서는 김 씨가 작업하던 핸들 부품과 그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업 도면도 발견됐다. 김 씨의 사고 당일 TBM서류에는 ‘CVP 벤트 밸브 핸들 제작 (#10)’ 업무가 적혀 있었다. ‘#10’은 발전소 10호기를 의미한다.

최진일 대책위 상황실장은 “여러 증거로 볼 때 현실적으로 원청의 업무 지시가 있었고 임의 작업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했다. 사고 당시 10호기는 발전소를 전체적으로 정비하는 오버홀(overhaul·분해수리) 공사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오버홀 공사는 한전KPS 주관 업무이다. 이 기간 발생한 가공 작업은 한전KPS에서 해야 하고 한국파워오엔엠으로 넘어와서는 안 된다”며 “기계공작실이 한국파워오엔엠에 떠넘겨져 있지만 실제로는 한전KPS의 작업을 위해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계 가공 작업의뢰는 한국파워오엔엠을 거쳐야 하고, 긴급한 작업만 원청이 직접 작업당사자(고인)에게 지시할 수 있다. 고인의 작업일지를 확인해보니 작업 내용은 있는데 작업의뢰서가 없는 경우가 태반일 정도로 구두 지시가 일상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가 숨지기 직전 작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CVP 벤트 밸브 핸들 모습. 사고현장에서 발견됐다. 대책위 제공. 
김 씨가 숨지기 직전 작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CVP 벤트 밸브 핸들 모습. 사고현장에서 발견됐다. 대책위 제공. 

대책위는 이번 사망 사고가 발생한 작업도 한전KPS가 김 씨에게 구두로 지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김 씨는 지난 2일 오후 작업 시작 직후 범용 선반에 옷이 끼이며 숨졌다. 그가 다루던 기계는 비상정지 버튼 1개와 발로 밟아 기계 작동을 멈추는 풋브레이크가 있었지만 버튼을 누를 새 없이 순식간에 사고를 당했다.

때문에 원청이 ‘2인1조’ 작업 원칙을 시행하지 않은 것도 사망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2018년 같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故김용균 씨의 사망 이후 2차 하청업체 노동자를 원청이 직접 고용하라는 권고가 나왔지만 원청사는 이행하지 않았다.

이번 김충현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도 소속 하청업체와 원청은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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