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신축비 ‘도비→국비’ 전환 방침 두고 해석 분분
전문가 “정부 방침 뒤집을 논리 필요..역사 건립 최소 2~3년 지연 불가피”

김태흠 충남지사가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 서해선 삽교역 건설을 도비가 아닌 국비로 짓겠다는 방침을 세워 예산 확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재돈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 서해선 삽교역 건설을 도비가 아닌 국비로 짓겠다는 방침을 세워 예산 확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재돈 기자. 

[황재돈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서해선 삽교역’ 건설을 “도비가 아닌 국비로 짓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철도와 역사 신설은 도민 혈세가 아닌 국가에서 전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방침에 추가로 국비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 실국원장회의에서 “국가에서 지어야 하는 것을 도 예산으로 쓴다면 도민들이 용납하겠느냐. 삽교역 신설에 논리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제가 앞장서 이 문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삽교역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역 설치비를 반영한 서해선 총사업비 변경을 최종 승인하면서 신설이 결정됐다. 다만, 기재부는 ‘장래 신설역에 국비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경제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충남도와 예산군은 사업비 271억 원 전액을 절반씩 부담키로 한 상황.

당시 충남도와 예산군은 재정의 ‘자부담’과 관련해 “국비로 역사를 짓고 운영비를 부담하는 대신 빠른 건립으로 더 큰 지역 발전 효과를 거두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절차상 국비 확보는 시기를 장담하기 어려우니 차선책을 택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태흠 도정은 민선 7기 도정과 결이 다른 분위기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예산 운용에 있어서만은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김 지사가 실국원장들에게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고 철도시설공단을 방문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 달라”고 지시한 대목에는 국비 확보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서해선 삽교역 신설부지 전경. 황재돈 기자. 
서해선 삽교역 신설부지 전경. 황재돈 기자. 

하지만 삽교역 국비 확보는 여건이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최근 정부가 긴축재정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철회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을 선언했다.

나라살림(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GDP(국내총생산) 3% 이내로,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 중반에서 통제하기로 했다. 돈줄을 쥔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막바지인 7~8월에 ‘밀어 넣기’식 추가 예산 요구를 안 받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신규 사업 예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사업 예산도 줄 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지사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기재위에서 상임위를 했고, 정무부지사 역시 기재부 출신 관료를 앉혔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정부가 긴축예산 편성 기조를 잡았다. 도에서는 미반영 예산을 넣을 기회인 동시에, 지금까지 정부안에 확정된 사업들이 빠질 우려가 있다”고 대응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기재부의 ‘국비 반영 불가’ 방침을 뒤집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정책적 논리를 마련해 국비 사업으로 전환하더라도 오는 2025년 완공 목표인 삽교역 신설은 최소 2~3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일 목원대 교수(금융경제학과)는 19일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정부에서 긴축재정 방침을 세웠더라도 김 지사가 사전에 정부와 협의 후 비전을 제시했다면, 국비 확보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지방권력이 바뀌었다고 (기존 정책을 틀어버려)시간만 지체되고, 혼선만 가져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직 도청 고위 관계자는 “삽교역에 국비 투입을 않겠다는 기재부 방침이 선 상황에서 장관에게 얘기해 ‘힘’으로 해결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기존 방침을 번복하기 위해선 충분한 정책적 논리와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토부와 기재부 경제성 평가를 거쳐 예산을 확정 짓기까지 2~3년이면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예산투입 원칙을 지키겠다’는 김 지사의 도정철학은 이해하지만, 대안 없이 '나만 믿으라' 식의 도정은 자칫 지역민 숙원사업을 늦출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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