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서른한번째 이야기]‘경영 합리화’ 앞서 불합리한 ‘제도개혁’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고강도 혁신을 진행하라는 일종의 ‘오더’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곧바로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공공의 역할’에만 치중하다 보니 조직이 비대해지고, 재정 상태가 나빠졌다는 얘기다. 올해 교체가 예정된 공공기관장은 70여 명. 5개 기관 중 1명꼴이라고 한다. 여기에 정부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벼르고 있어 교체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통령의 오더’에 지방정부 수장들도 취임하자마자 명(命) 받들기에 나섰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대적 조직개편을 예고했고, 김태흠 충남지사도 공공기관 평가와 감사를 주문했다. 

야권에서는 중앙정부부터 지방정부까지 전 정부 인사들의 ‘내치기’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태흠 지사는 “내쫓으려는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새 정부 혁신 기조에 맞춰 지방 공공기관 역시 ‘경영의 합리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다만 ‘대규모 물갈이’와 ‘감사’라는 방식은 ‘정치보복’이라는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  

‘공공기관 개혁’은 역대 정부 출범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 이슈였다. 경영이 부실한 기관장은 퇴출하거나 연봉이 깎였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는 알아서 거취를 정했다. 버티면 압박을 가해 밀어냈다. 새 정부 들어서도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뾰족한 수를 찾아야 하지 않겠나.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공공기관 개혁보다 제도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이나 단체장 임기에 맞추는 대안을 고려할 만하다.  

예컨대 대통령 임기가 5년이면 2년 반씩, 광역단체장 임기가 4년이면 2년씩 보장하도록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이러면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기관장 교체가 가능해질 수 있다. 연임이 가능한 규정이나 정관도 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공공기관을 혁신하든 구조조정을 해야 정치적 의심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벌써 지지율은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앞서는 ‘역전현상(데드크로스)’이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은 “지지율은 의미 없다”고 말했다.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있다”고 했다. 

국민이 매긴 성적표는 모른 척하며 “국민만 생각”한다는 말은 ‘언어도단’에 가깝다. 공공기관을 겨눈 칼날이 지지율 하락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비쳐선 곤란하다. 최근 충청권 방문도 정치적 지지기반에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지방정부 역시 출범 초부터 공직사회와 날을 세워야 좋을 리 없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젠 내 사람을 심겠다”는 ‘내로남불’을 누구보다 공무원들이 먼저 알기 때문이다. 국회가 관련법(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을 안 고치면, 정부 발의든 시행령이라도 만들어 소모적 논란을 막아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이런 걸로 헛심 쓸 시간이 없다.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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