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항우연 방문, 정치적 지지기반서 ‘국면 전환’ 해석
대통령실 “사전 잡혔던 일정, 정치적 의도 전혀 없어”
[류재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충청권을 방문한 것을 두고 정치적 행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이 뚜렷해지면서 정치적 지지기반 방문을 통해 반등을 꾀하려는 노림수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 같은 해석에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취임 후 첫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지휘관 회의)’를 주재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3군 본부가 위치한 계룡대에서 지휘관 회의를 연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尹, 계룡대서 첫 전군 지휘관회의 ‘이례적’
항우연 찾아 ‘우주 경제시대’ 선언 등 행보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는 지휘관 회의를 열지 않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때부터 임기 중 한차례 회의를 열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방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각각 회의를 주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회의 종료 뒤 오후에는 대전으로 이동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열린 ‘우주 경제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미래가 국가경쟁력의 핵심 분야인 우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본격적인 ‘우주경제’ 시대를 열기 위해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하고, 항공우주청을 설치해서 항공우주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을 공표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가 우주 경제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실천 계획들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연구자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내외 기업들과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특수·전문시설에 국한했지만, 취임 후 첫 방문인데다 ‘최초 지휘관 회의’ ‘우주 경제 시대 비전 선언’ 등 상징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정치적 행보가 다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적 기반 방문, 지지율 ‘데드크로스’ 의식했나
尹 잘한다 42.6%-못한다 53%..격차 오차범위 벗어나
최호택 “현 상황 극복하려는 생각 하지 않았겠나”
구체적으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정 수행 지지율이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높은 ‘데드 크로스’ 현상이 발생하면서 국면 전환을 노린 행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적잖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2.7%p 떨어진 42.6%로 나타났다.
3주 전 조사에서 52.5%를 기록했던 긍정 평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해 40%대 초반에 머물렀다. 부정 평가는 3.2%p 올라 53.0%를 기록했다. 2주 전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는 ‘데드크로스’를 기록한 데 이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10%p 이상 앞섰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긍정 62.2%·부정 33.5%)을 뺀 전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높았다. 특히 대전·충청·세종은 한 주 만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긍정 46.5%·부정 50.9%)를 앞질렀다. 이번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했고, 응답률은 3.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행정학과)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정치인들은 보통 어려울 때 고향을 찾아 위로받고, 동력을 얻으려는 행태가 있다. 윤 대통령도 최근 지지율이나, 당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집무실에만 앉아 진두지휘하는 건 플러스 요인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례적으로 계룡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항우연은 우리나라 항공우주 역사에서 상징적인 장소 아닌가”라며 “현장을 찾아 지휘하면서 과거 대통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본인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생각을 왜 하지 않았겠느냐”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충청도 방문, 굉장히 공교로운 일”
“지지율 올릴 의도 아냐..오래 전부터 준비” 확대해석 경계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번 충청 방문에 정치적 의미나 의도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의 충청권 방문이 지지율 등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이냐는 <디트뉴스> 질문에 “전군 지휘관 회의나 누리호 발사 성공에 따른 항우연 방문이나 사전에 잡혀 있던 일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누리호 발사는 성공 여부를 알 수 없었다. 계룡대가 충청도(충남)에 있고, 항우연이 대전에 있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공교로운 일”이라며 “지금 지지율 하락 때문에 일부러 지지 계층이 많은 충청도를 찾아 지지율을 올리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일정이 만들어졌고, 오래전부터 준비한 일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주 윤 대통령의 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 당시 대통령실 직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 여성이 사전 답사와 일정에 동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오는 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리위 징계 여부를 앞두고 있어 대통령 지지율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