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서른 번째 이야기] 정부에는 ‘싸움닭’·의회는 ‘존중’·시민과는 ‘소통’

자료사진.
자료사진.

친박의 화려한 복귀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민선 8기 문을 열어젖혔다. 지역사회 분위기는 ‘기대 반 우려 반’인 것 같다. 두 사람이 국회의원 시절 ‘소문난 쌈닭’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때론 ‘막말’ 논란으로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광역단체장 취임 후에도 ‘센’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갈진 지켜볼 일이다. 예상컨대 ‘싸움닭’ 본능은 버리지 못할 것이다. 타고난 기질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싸움닭’ 기질과 성향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만, 싸움의 대상이 ‘시민’이 아닌 ‘정부’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와 싸워 지역의 이익을 챙기는 단체장이 되라는 얘기다. 그것이 돈(예산)이 됐든, 지역 현안이든, 국책 사업이 됐든 간에. 

두 사람의 당선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다. 그 후광 효과로 공천도 받고, 선거도 이겼다. 거꾸로 말하면 ‘역린’을 건드리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이 ‘항공우주청’ 분리 여론에 “대전은 항공 우주기업을 육성하는 게 이득이 크다는 대통령 말씀과 취지를 존중한다”고 한 말에 그런 의중이 다분히 녹아있지 않은가. 

항우청은 대선 전부터 허태정 전 시장이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전임 행정부가 해온 일과 사람을 지우려고만 하면 곤란하다. 지역 여론을 등한시하고 대통령과 정부 눈치만 살핀다면, 시민들은 무능한 단체장이라고 욕할 게 뻔하다. 

해보고 실패하는 것과 ‘알아서 기는’ 건 엄연히 다른 성질이다. 승부사 본능을 지닌 두 사람의 정치 성향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라고 했다. 떼쓰고 채근해야 뭐 하나라도 더 가져올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선 대통령에게 악다구니하고, 으름장을 놓을 배짱과 용기도 필요하다. 그것이 ‘이장우 표’ ‘김태흠 표’라면 나름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지방의회와 관계는 어떨까. ‘말뿐인 협치’로는 얻을 게 없다. 진정한 협치를 이행하려면 고개 숙일 줄도 알고, 먼저 손 내밀 줄도 알아야 한다. 다수당이라는 힘의 논리를 앞세워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민주당처럼 4년 만에 퇴장당하고 말 테니.

지역 공동체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관(官) 주도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시민사회와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 이른바 ‘민간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다. 이를 통해 시민 삶의 질 향상을 꾀할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곧 ‘일류 경제도시 대전’이나 ‘힘쎈 충남’의 출발점이기도 할 터.

민선 8기가 1일 공식 출범했다. 새로운 지방정부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이제 이장우와 김태흠은 더 이상 ‘친박 돌격대장’이 아니다. 지방정부의 수장이다. 모쪼록 ‘윤심’보다 ‘민심’을 두려워하길 바란다. 대통령이나 중앙정부와 싸워서라도 ‘실익’을 챙기며, 의회를 존중하고, 시민사회와 소통하시라. 그래야 지방정부도 살고, 지역도 산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