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권위적 리더십' 우려만 키우는 인수위 불통 행보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이 지난 7일 오전 열린 시장직 인수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수위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이 지난 7일 오전 열린 시장직 인수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수위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4일 뒤, 새 지방정부가 출범한다. 서울과 부산, 전남, 경북을 제외하고 전국 17개 시·도 중 13곳의 광역자치단체장이 바뀌었다. 당선인의 임기 시작에 앞서 새 시정 철학과 리더십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는 단연 ‘인수위원회’다.

첫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기제, 동일한 정보라도 먼저 제시된 정보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초두효과 때문이다. 인수위가 당선인을 보여주는 첫 이미지라고 본다면,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최소 한 가지 기준에서 ‘과락’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출범 3주가 지나도록 깜깜이 행보를 하고 있다. 당선인의 1호 공약을 포함해 분야별 공약 이행 방향과 시정 주요 방향, 현안 대안 제시 등을 주제로 한 공개 브리핑을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통해 온통대전 캐시백 예산 소진이나 트램 건설비 폭증 문제 등 지난 시정 핵심 사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긴 했지만, 거기까지다. 인수위원 20명과 자문위원 36명, 각계 전문가 56명의 집단지성이 전임 시장의 행정을 지적하는데 매몰돼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오히려 더 높은 차원의 대안을 내놓아야 할 주체인 인수위가 공직자들을 향해 “취임 전 해결책을 찾으라”고 주문했다는 사실도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하기엔 실망스럽다. 이제와 남은 건 ‘현안 사업 좌초 위기’ 국면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감뿐이다.

지나친 보안 '권위적 리더십' 우려만 키운다

인수위의 지나친 보안주의는 반대로 소통·개방성을 줄이는 결과를 만들었다. “당선인에게 최종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들은 공개할 수 없다”는 인수위의 기조는 당선인의 권위적 리더십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잇따라 현안이 불거지면서 위원들이 할 일이 많다”, “인수위 활동을 홍보할 여력이 없다”, “실무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별도 홈페이지 운영은 예산과 인력이 소요된다” 등의 인수위 측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전국 시·도 인수위원 규모는 동일하고, 시민들에게 인수위 검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소통과 개방의 문제이지 홍보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또 시민 의견 수렴 등을 위한 인수위 소통 창구 확대는 예산을 수반하지 않거나 아주 적은 비용이 드는, 기초적인 업무에 해당한다. 

시민과의 연결고리인 언론을 홍보 채널로만 인식하거나 시민 소통 채널 확보 문제를 ‘실무 범위’에 두지 않고 있는 인수위의 뉘앙스도 향후 당선인의 소통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일일브리핑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세종시장직 인수위, 당선인 공약 우선순위 결정을 시민에 맡긴 경기도지사직 인수위, 여론 수렴을 위해 만나는 직능단체와 기관 등을 대시민 공개하고 있는 전국 다수 인수위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당선인만을 위한 조직이 아닌, 그를 선택했거나 선택하지 않은 모든 지역민의 기대, 요구 등 민의를 담는 총체적인 협의체로 기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있다. 대전시민들은 자신이 뽑은 새 시장이 어떤 절차를 거쳐 시정 청사진을 그리고, 그 과정에 시민들의 여론이 얼마나 반영됐는지까지 알 권리가 있다.

이장우 당선인은 최근 지방시대 개막을 주제로 한 행사 자리에서 ‘지역 스스로의 힘’을 강조했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카리스마 있는 리더뿐만 아니라 성실한 공직자들, 유능한 연구진, 조직된 시민의 목소리, 흩어진 사각지대의 외침까지. 다수 구성원의 결집된 목소리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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