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임기 시작 이후 충청권 여야 의원들이 핵심 요직에서 밀리거나 고사하면서 정치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선 다선 중진급 의원들을 대거 배출하고도 정치적 입지와 존재감 발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지역 현안 해결과 국비 확보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역대급 다선 중진 배출 불구 원구성 성과 없어
이상민 부의장 도전 실패, 정진석은 ‘배수진’

앞서 충청권은 지난 4‧15총선에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서구갑)이 6선에 성공하며 21대 국회 최다선 의원에 등극했다. 또 같은 당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과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이 5선에 당선됐다.

이명수(충남 아산갑)‧홍문표(충남 홍성‧예산) 통합당 의원은 4선 고지에 올랐고, 박범계(대전 서구을)‧박완주(충남 천안을) 민주당 의원과 김태흠 통합당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3선에 오르며 정치적 위상을 갖췄다.

하지만 현재까지 박병석 의원이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상민 의원이 여당 몫 부의장에 도전했지만 불발됐다. 또 지난 15일 통합당이 보이콧한 가운데 치러진 6개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4선 이명수‧김태흠 원내대표 ‘중도 포기’
박범계‧박완주‧김태흠, 상임위원장 ‘고사’ 내지 ‘불투명’

법제사법위원장 후보군으로 꼽혔던 박범계 의원은 사무총장 출신인 윤호중 의원(4선. 경기 구리시)에 선수(選數) 등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남겼다.

통합당의 경우 야당 몫 부의장에 내정된 정진석 의원이 “원구성 협상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국회 부의장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선언했다. 또 전반기 원내대표에 도전하려던 김태흠 의원과 이명수 의원은 러닝메이트를 구하지 못해 중도 포기했다.

기재위원장과 농해수위원장을 염두에 뒀던 김태흠 의원은 원구성 파행이 겹치며 위원장 당선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게다가 기재위원장은 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선출됐다.

이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당 내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징적 위치를 선점하지 못하면서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

지역 현안 해결‧국비 확보 우려 제기
“여야정 상설 협의체 구성, 초당적 대응해야”

충청권은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비롯해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 현안 과제가 산적해 있다. 또 국비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예결위원회는 초선들(황운하‧이정문)로 구성됐고, 권역별 안배가 이루어지면서 예산안소위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국비 확보에 차질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지역 의원들이 전반기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에 선출되진 못했지만, 후반기 기회가 있다는 이유로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2년 뒤 대선(3월)과 지방선거(6월)가 동시에 예정돼 있어 향후 정치지형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치권 상황에서 후반기 원구성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충청권에 기회가 올 것이란 낙관도 어렵다”면서 “때문에 지역 여야 의원들이 행정부와 함께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현안과 예산확보에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 정치권에서 여야가 원구성 협상에 실패하며 강대강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의원들이 협의체 구성 등 초당적 협력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