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난맥]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 부장
대전지역 시민사회가 민선 8기 후반기를 맞아 <대전난맥>이라는 이름으로 시정 평가 칼럼을 연재합니다. 연말까지 인권, 생태·환경, 기후·에너지, 자치·민주주의, 교육, 노동, 보건, 교통, 공동체, 여성, 성소수자·차별금지법, 극우·내란청산, 경제·재정, 행정 등 각 분야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시정 난맥상을 짚습니다. <편집자주>
대전 중구 11개 동에 걸쳐 있는 높이 457m의 산, 보문산. 보물이 묻혀있다는 전설 때문에 ‘보문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전역 인근 원도심에 위치한 ‘시민의 산’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산 중 하나다.
보문산은 하늘다람쥐, 노란목도리담비, 삵 등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로 도시 생물다양성 확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 숲이다. 동시에 보문산성, 마애여래좌상, 고려시대 사찰 보문사지, 을유해방기념비 등의 역사문화유적이 다수 위치한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유적의 보고이기도 하다.
보문산 인근은 도심이 확장되고 인구가 분산되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민선 4기 때부터 지속적인 개발 압력에 시달려왔다. 역대 시장 후보들이 반복적으로 케이블카 등 시설물 설치 위주의 보문산 개발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지만, 환경 훼손과 예산 확보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매번 좌초됐다.
그러다 민선 7기에 이르러 보문산 관광활성화를 위한 민관공동위원회가 구성됐다. 고층타워를 배제한 보운대 리모델링과 주민참여사업 개발 등이 합의에 이르면서 보문산 활성화의 물꼬를 트는 듯 했다. 그러나 대전시의 일방적인 50m 고층타워 추진으로 시민사회와의 갈등이 불거졌고, 지금은 보운대 부지에 지상층 18m 규모의 전망대가 이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사업 강행 무리수, 치적 쌓기 독단 행정"
보문산 개발은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에 이르러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 난개발로 치닫고 있다. 199.3m 규모의 전망타워, 케이블카, 워터파크와 숙박시설을 포함한 오월드재창조 등 이른바 보물산 프로젝트에 약 4400억 원, 제2수목원 조성에 1100억 원, 목달동과 무수동 자연휴양림 2곳 조성에 1900억 원. 지금 시가 보문산에 추진하고 있는 개발사업 예산만 7000억 원을 넘어섰다.
민간 자본 유치를 계획했던 전망타워와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이미 사업성 부족으로 인해 2차례나 유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도시공사채 발행 등 무리수를 두면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업 추진 과정에 시민 의견수렴 과정은 생략됐다. 엄연히 민선 7기 민관공동위원회의 논의, 협의, 결과가 있었지만, 존중되지 않았다. 마치 누구의 업적인지 겨루듯, 눈에 띄는 시설물 설치와 결과 만들기에 사로잡혀 있다. 용역 비용, 토지 매입 비용 등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정작 이 시장 임기 내에는 삽도 뜰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박기식 사업은 지속되고 있다.
5년 임기의 지자체장이 독단적 행정으로 140만 인구 도시의 100년 미래를 파탄에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미 이장우 시장은 동구청장 재직 시절 적자 경영으로 구민을 비롯해 행정 실무자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입힌 바 있다. 지금 대전 시정은 당시 동구청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대전시에 시장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땅은 단 한 평도 없다. 140만 시민의 도시 숲을 자신의 앞마당 조경하듯 난개발 계획을 남발하는 시장의 모습이 공포스럽다. 최소한의 시민 의견수렴 거버넌스를 내팽개치고, 성과 만들기에 혈안이 된 지자체장은 과연 누구를 위한 시장인가.
이장우 시장은 지금까지의 독단적 ‘고물산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시민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보문산은 ‘시장의 산’이 아닌, ‘시민의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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