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난맥]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대전지역 시민사회가 민선 8기 후반기를 맞아 <대전난맥>이라는 이름으로 시정 평가 칼럼을 연재합니다. 연말까지 인권, 생태·환경, 기후·에너지, 자치·민주주의, 교육, 노동, 보건, 교통, 공동체, 여성, 성소수자·차별금지법, 극우·내란청산, 경제·재정, 행정 등 각 분야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시정 난맥상을 짚습니다. <편집자주>
강릉의 이례적인 가뭄으로 뉴스가 떠들썩하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강릉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5% 이하로 낮아지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 75%를 잠그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아무리 자연 재난이라 하더라도 지자체가 이런 상황을 미리 점검하고 대비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을 보며 얼마전 끝난 대전 0시 축제 제목인 ‘잠들지 않는 대전’을 떠올리게 된다. 에너지 자립도 전국 최하위 도시가 석탄화력발전 등 타지역에서 생산하는 전기에 의존해 도시의 삶을 영위하면서 ‘잠들지 않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끄럽고 안일한 일인가.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이어야 할 행정이 ‘불을 끄자’는 에너지 절약이나 ‘일회용 플라스틱 안 쓰기’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며 인증샷이나 올릴 때마다 시민으로서 참 부끄럽다. 기후위기가 그렇게 한가한가. 기후위기 재난으로 국민의 삶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라는 얘기다.
대전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24년 대전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해 이행하고 있다. 시는 올해 5월 21일 기본계획에서 설정한 연간 감축목표 6,062.9톤을 달성했다며 성과를 자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첫해라 목표치 자체가 최소한이고, 보수적인 설정치에 불과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실제 감축량의 83%는 폐기물 분야 기술적 처리에 의존해 한계를 분명히 보여줬다.
대전시는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본계획을 보면 과연 탄소중립이 가능할지 의문인 부분이 많다.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 배출의 우려가 있는 대형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건물 분야에 포함된 ‘수소혼소발전소 설치 및 운영’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지만, 그 효과는 2031년부터 산정돼있다. 실제 발전소 설치 여부도 확정적이지 않아 과연 2031년이 될지, 2050년이 될지 알 수 없다. 심지어 복합화력발전의 감축량을 빼면, 목표 달성도 불가능하다.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를 세운 것은 달성 수치를 위한 눈가림으로 처음부터 ‘구멍 난 계획’이었던 셈이다.
대전시의 에너지 자급률은 3.1%로 여전히 전국 최하위다.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을 외부에서 공급받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 2020년 3월 에너지 의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6차 대전광역시 지역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고, ‘함께 살고 싶은 에너지전환도시 대전’ 비전을 세웠다. 전력 자급율을 높이고 산업시설, 공공시설, 유휴부지 등에 태양광 등을 적극 설치하겠다는 구상이었으나, 민선 8기 들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대부분 축소됐다.
이장우 시장은 오히려 대형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유치에 적극적이다. 교촌 국가산단에 수소혼소 복합화력발전소(2.4GW)를 건설하겠다며 동부발전, 서부발전과 협약도 맺었다. 2037년까지 전력자립도 ‘10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을 발생시키는 대형복합발전소 건설은 시민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고,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2030년 시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는 어림도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복합화력 중심의 에너지 구조는 오히려 온실가스를 늘리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심화시켜 적절한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석탄화력이 폐쇄되면서 복합화력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을 ‘에너지 식민지’로 만들 발전사를 위해 시민과 아무런 상의 없이 자리를 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의 에너지 문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중요한 고리이자 시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사안이다. 의존적인 에너지 구조를 탈피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계획이 필요하다. 오히려 행정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적극 주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불필요한 개발사업을 조정·통제하는 것이 맞다.
대전시는 제6차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당시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운영하며 의견을 반영한 경험이 있다. 이젠 탄소중립 정책 전반에 시민 요구와 참여를 적극 수용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 대응 도시체계를 함께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