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난맥]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대전지역 시민사회가 민선 8기 후반기를 맞아 <대전난맥>이라는 이름으로 시정 평가 칼럼을 연재합니다. 연말까지 인권, 생태·환경, 기후·에너지, 자치·민주주의, 교육, 노동, 보건, 교통, 공동체, 여성, 성소수자·차별금지법, 극우·내란청산, 경제·재정, 행정 등 각 분야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시정 난맥상을 짚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7월 열린 시민사회 3조례 폐지 반대 토론회 청구 기자회견 모습. 김 사무처장 제공.
지난 7월 열린 시민사회 3조례 폐지 반대 토론회 청구 기자회견 모습. 김 사무처장 제공.

민주주의는 다수결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절차와 투명성, 참여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작동한다. 지난 3년 동안 대전에선 이 균형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민선8기 시정의 출발선이 낮은 투표율과 박빙 승리였다는 점은 더 넓은 경청과 조정을 요구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흘렀다. ‘대화가 멈춘 도시’가 됐다. 

지난 2022년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이장우 후보가 민선8기 대전광역시장으로 당선됐다. 대전시장 투표율은 49.7%였고, 당시 이장우 당선인의 득표율은 51.19%로, 2등과는 2.39%p의 적은 격차를 보였다. 지난 12년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이라는 점에서 각계각층은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민선8기 대전시는 임기 시작부터 불통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사회와의 ‘대화 단절’ 선언이 시작이었다. 임기 시작 직후인 2022년 7월 5일, 이장우 대전시장은 임기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다양한 발언을 쏟아냈고, 이 자리에서 ‘민관거버넌스 폐기’를 언급했다. 이 시장은 보문산 개발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직접 언급하며 부정적인 인식을 전면에 드러냈다. 지방행정의 논의 파트너에서 시민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명백히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2.39%p의 적은 격차로 당선된 이장우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권위적 리더십이 아니라 ‘소통과 조정의 리더십’이었지만, 임기 초 민관거버넌스 단절을 선언했고, 불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대전시민사랑협의회 0시 축제 기부금 논란, 보수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확대 등 선택적인 소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민선8기 대전시는 곧바로 시민참여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시는 2022년 7월 20일 각 자치구에 주민참여예산제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라는 공문을 일괄 발송했다. 그해 3월 공고를 통해 확정된 예산을 시장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2007년 대전시에 도입된 이래 민관 협력 속에 성장해왔다. 2021년에는 행정안전부 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고, 주민제안 사업이 2000개를 넘는 등 참여도 매우 활발했다. 마을 단위에서 주민이 직접 고민하고 조사한 다양한 의견들이 주민의 삶과 지역을 바꾸는 마중물 역할을 해온 셈이다.

일방적인 예산 삭감에 반대한 지역 주민들은 ‘대전광역시 시민참여 기본조례’에 근거해 공식적으로 토론회를 청구했으나, 대전시는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2022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과 이장우 시장은 사실관계가 다른 주장으로 주민참여예산제와 참여 주민들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사업만 제안하고 실제 집행은 행정이 하는 것이지만, 마치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특정 단체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식의 ‘악의적 가짜뉴스’도 생산됐다.

주민참여제도 축소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2022년 주민참여예산제 사업 신청 수는 2662건이었지만, 2023년도에는 119건, 2024년도에는 132건으로 급감했다. 홈페이지도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참여예산제 범위가 축소된 것을 넘어, 주민의 행정 참여라는 주민자치 원칙을 후퇴시킨 결과다. 지방자치와 주민참여 영역에서 민선8기 3년간 대전광역시는 소중한 주민참여 자원을 잃어버렸다.

투명한 정보공개 역행, 절차 회복 필요

대전시청 인근 길가에 걸린 현수막. 김 사무처장 제공.
대전시청 인근 길가에 걸린 현수막. 김 사무처장 제공.

민선8기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기반인 투명성과 정보공개 측면에서도 역행의 길을 걸었다.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막대한 시민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도 깜깜이다. 5000억 보문산 개발사업, 제2수목원과 자연휴양림 건설사업, 3500억 원을 들인다는 클래식음악전용공연장, 1500억 원짜리 제2시립미술관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나 비용·편익조차도 시민들은 제대로 알 수 없다. 최근 대전시는 클래식음악전용공연장과 제2시립미술관 타당성 조사를 완료했지만, 결과보고서를 비공개하고 있다.

이장우 시장은 더 나아가 지역공동체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초토화하고 있다. 최근 대전시는 시민사회와 공익활동의 활성화, 지역 공동체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그동안 지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대전광역시 NGO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 확충 조례', '대전광역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조례'를 일괄 폐지했다. 지역 시민들은 단 하루 만에 1000여 명의 서명을 모아 토론회를 청구했지만 무시당했다. 9대 의회 들어 처음으로 본회의에서 찬성토론과 반대토론이 이어지는 등 이견이 분분했지만, 전혀 다른 역할을 하는 3개 조례를 모두 폐지했다.

모든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12.3 사태에 대한 태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장우 시장은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비상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심지어 극우 단체의 대전 집회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내란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과 한덕수를 옹호하는 ‘사필귀정’ 멘트를 쓰기도 했는데, 시민들은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선고 직후 대전시청 일대에 반대로 ‘사필귀정’ 현수막을 걸었다.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이장우 시장은 본인의 장점을 추진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추진력만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비판의 목소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제거하려 했던 정치인의 결말이 어떤지 우리도, 이장우 시장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직후 빨간색이었던 ‘일류경제도시 대전’과 이장우 시장의 현수막이 녹색으로 교체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가 애초에 개인의 정치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는 데에 더 믿음이 간다.

결국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절차'다. 거버넌스를 지우고, 정보를 닫고, 참여를 줄이면, 단기 성과가 있더라도 신뢰는 소진된다. 대전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면 대화 복원, 정보공개, 참여 회복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추진력은 절차를 건너뛰는 기술이 아니라, 절차를 지키면서 결과를 내는 능력이다. 지금 필요한 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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