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누가 ‘브랜드평판’ 순위에 열광하나⑥
넣고 싶으면 넣고, 빼고 싶으면 빼고..자의적 척도
브랜드평판 공정성 논란..엔터업계 긴장감

영국 BBC 2024년 4월 26일자 '뉴진스 : 케이팝 세계를 뒤흔드는 논란' (NewJeans: The controversy shaking the K-pop world) 보도 메인 화면. BBC 홈페이지 발췌.
영국 BBC 2024년 4월 26일자 '뉴진스 : 케이팝 세계를 뒤흔드는 논란' (NewJeans: The controversy shaking the K-pop world) 보도 메인 화면. BBC 홈페이지 발췌.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매월 발표하는 아이돌·배우 분야 브랜드평판 지수는 ‘당대 인기 척도’로 여겨진다. 순위가 나오는 날이면 연예 매체와 방송사 등 다수 언론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를 앞다퉈 다루고, 미디어 노출은 곧 자연스러운 광고 효과로 이어진다.

앞서 해당 연구소는 대전시 도시브랜드평판 1위 핵심 원인으로 지역 제과기업인 ‘성심당 효과’를 꼽았다. 해당 브랜드를 시 도시브랜드평판 지표 중 하나로 포함하면서 순위가 급증했다는 것. <본보 2024년 11월 12일자 보도 "대전 브랜드평판, 성심당 빼면 꼴찌 할수도" 등>

대전시 브랜드평판 신뢰도 문제가 ‘자의적 포함’의 관점에서 촉발된 반면, 뉴진스 팬덤은 반대로 ‘배제’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세계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뉴진스는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 브랜드평판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국내 최대 엔터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경영 관련 분쟁 여파가 배제 이유다. 연구소 측은 “뉴진스의 법적 리스크가 너무 커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브랜드평판 제외 사태는 두 회사 간 분쟁을 부추기거나 한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최정상에서 급락’, ‘엄청난 굴욕’, ‘순위권 밖 추락’, ‘완전히 밀려난 뉴진스’. 일부 언론이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 등을 언급하며 이들의 법정 공방이 뉴진스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쓴 기사 문구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미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SNS 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그간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평판 순위를 인기 척도 삼았던 팬덤문화에 대한 자성도 나온다. 

아티스트만 배제? 한쪽에게만 향한 화살

한국기업평판연구소 11월 브랜드평판 순위 그래프.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제공.
한국기업평판연구소 11월 상장 엔터기업 브랜드평판 순위 그래프. 하이브가 1위에 올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제공.

하이브는 지난 4일 이 연구소가 내놓은 11월 엔터업계 브랜드평판 1위에 올랐다. 논란의 제3자인 뉴진스가 브랜드평판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팬덤과 관련 업계에서 브랜드평판 분석과 관련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디트뉴스> 취재 결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브랜드평판 순위 공정성과 언론 보도 행태 등의 내용이 담긴 민원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우선 법 적용 해당 여부를 검토해봐야 한다”며 “법리 검토를 거쳐 민원인에게 답변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뉴진스 멤버 하니(본명 하니팜)는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태 증언차 현직 아이돌이 국감에 출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동시에 근로자성을 띠지 못하는 아티스트의 노동권을 공론화한 첫 사례로도 기록된다.

국감 과정에선 하이브가 국내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 외모 품평 등 원색적인 내용을 담은 내부 동향 문건(일명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을 공유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국회발 문건 파장은 현재진행중이다. 추가 문건과 문건 작성자, 공유자 등이 또다른 쟁점으로 떠올랐고, 국감 이후 고용노동부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 취소를 청원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4일 만에 동의 수 3만 명을 넘겨 본회의 회부 조건을 갖췄다.

산하 레이블 경영 분쟁, 직원 과로사 은폐 논란, 굿즈 판매와 관련된 공정위 제재 등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 대형 연예기획사는 되고, 아티스트는 안 되는 아이러니. 한 민간 연구소가 내놓은 브랜드평판 순위가 의구심을 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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