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누가 ‘브랜드평판’ 순위에 열광하나③ 
경영컨설팅업체 순위 발표, 1년 가까이 ‘시정 전면에’ 
시청사에 대형 현수막 걸고, 언론에 기사 청탁
대전시 "비용 주고 한 것 아니기에 떳떳" 해명

대전시청사 건물에 내건 대형 현수막. 한국기업평판연구소 도시브랜드평판 지수 1위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한지혜 기자.
대전시청사 건물에 내건 대형 현수막. 한국기업평판연구소 도시브랜드평판 지수 1위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한지혜 기자.

대전시는 ‘신뢰도 논란’ 중심에 선 한국기업평판연구소 도시 브랜드평판 순위를 시정 홍보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시는 조직적으로 매월 연구소 발표 자료를 가공해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에 배포하고 시장과 주요 간부들은 확대간부회의나 공식 행사에서 어김없이 홍보에 나섰다.

“일류경제도시, 브랜드평판 전국 1위 수치로 증명”. 연구소 간판을 단 경영컨설팅 업체가 내 놓은 순위 지표는 곧 민선 8기 시정 성적표나 다름없었다. ‘도시 브랜드평판 4개월 연속 1위’. 떡하니 시청 건물 한편에 걸려있는 대형 현수막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가 첫 보도자료를 낸 시기는 지난 2월. 이 연구소가 발표한 도시 브랜드평판 평가에서 대전이 TOP3 상위권에 진입했을 때다. 시는 순위 상승 요인으로 민선 8기 국가산단 유치, 방사청 이전, 투자유치, 성심당, 0시 축제 등 다양한 분야의 시정 운영 성과를 언급했다. 

시는 연구소 측이 설명한 ‘성심당 효과’가 주요 요인이라는 답변과 사뭇 다른 해석으로 이 지표를 시정 홍보 주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주로 민선 8기 들어 도시 경쟁력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평가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였다.      

다수 언론은 검증 없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했다. 일부 매체는 사설과 칼럼 등으로 이 평가의 의미를 추켜세웠고, 일부는 특집기사로 화답했다. 

시는 순위가 오르고, 1위를 유지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월, 3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이달 초엔 최근 순위를 종합한 기획성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에 제공했다. 유튜브 쇼츠(shorts)와 공식 홍보 영상, 시정소식지(3·7·8·9·10월호)도 도시 브랜드평판 홍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쓰였다. 

특히 이장우 시장이 이달 확대간부회의에서 도시 브랜드평판 순위 대내·외 홍보 방안 마련을 지시한 이후, 언론의 기획성 보도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디트뉴스>는 시가 출입 언론사를 대상으로 정례 광고비를 집행하면서 도시 브랜드평판 지표 성과 등이 담긴 기획 홍보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보도해달라고 청탁한 사례를 여럿 확인했다. 시 예산을 활용해 해당 순위 지표를 홍보·확산한 셈이다. 

“도시 위상 달라졌다” 공식 석상 단골멘트 활용

대전시가 올해 수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민간업체 도시브랜드평판 순위 지표를 홍보하며 언론에 제공한 홍보 이미지.
대전시가 올해 수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민간업체 도시브랜드평판 순위 지표를 홍보하며 언론에 제공한 홍보 이미지.

도시 브랜드평판 순위는 공식 석상 단골 멘트로도 자주 등장했다. 

이장우 시장은 간부회의와 각종 행사에서 도시 브랜드평판 순위를 여러 번 언급했다. 대표 축제인 0시 축제 행사장뿐만 아니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 행사, 충남대학교 초청 특별강연, 각종 준공식 행사, 자치구 방문 자리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취임 후 민선 8기 도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이 지표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시는 이 시장이 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을 다시 보도자료로 가공해 언론에 배포했다. 자치단체장의 발언이 보도자료에 담겨 가공되면서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낸 자료의 인용률은 배로 상승했다. 

도시 브랜드평판 순위는 확대간부회의 때도 자주 등장한다. 이 시장은 지난 3월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도시브랜드평판 순위를 첫 언급한 이후 7월부터 10월까지 매번 간부회의에서 이 지표를 자랑삼았다.

“도시브랜드평판 1위에 오른 자랑스러운 도시”, “초일류경제도시, 브랜드평판 전국 1위 수치로 증명”. 종종 평판 순위는 공직자 노고 격려차, 공식 행사에선 시민의 힘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고무시키는 요인이 됐다.

대전시 홍보조직이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도 시장은 브랜드평판 홍보에 소극적이라며 공직자 전체를 다그쳤다. 이달 초 열린 10월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시장은 “도시브랜드 평판에서 최근 좋은 수치가 나오고 있는데, 굉장히 소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그 도시가 얼마나 좋은 도시인지 시민이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실·국을 상대로 이 지표를 대내외적으로 적극 홍보하라는 지시였다.

시는 여러 번 도시 브랜드평판 지표와 관련한 내용을 업체 측에 질의했으나 ‘성심당 효과’라는 이유 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연구소 측도 시 공직자와 산하기관 관계자 수 십여 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뢰도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연구소 측은 오히려 “성심당 덕분에 덕 본 걸 자기 능력으로 하는 걸 비판해야 하지 않느냐”고 <디트뉴스>에 반문했다. “저렇게 홍보할 줄 몰랐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떡은 누가 먹는다고 내가 무슨 잘못이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언론 광고비 집행 시 도시브랜드평판 순위 성과 홍보를 청탁했다는 내용과 관련해 “밖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그걸 홍보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문제가 되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자치단체가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업체 발표 자료를 예산까지 활용해 과도하게 홍보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공신력을 떠나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내놓은 결과기 때문에 시 입장에선 고무적이라고 본다. 비용을 주고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떳떳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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