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서 경찰병원 언급
신속 예타 결과 발표 ‘임박’..지역사회 ‘병상 축소’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지역 대선공약인 ‘아산 경찰병원’ 조속 건립을 공언했다. 경찰이 합당한 처우를 누리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밝힌 약속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선 기재부가 경제성 논리를 내세우며 당초 목표한 550병상 건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 공약이지만 '전국 공모'와 '예타 면제 실패'에 이어 '병상 축소'까지 이어질 경우, 지역민에게 큰 실망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78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정부는 경찰의 막중한 사명과 헌신에 걸맞게 적극적 지원을 펼칠 것”이라며 “아산 경찰병원을 조속히 건립하고, 순직·공상 경찰관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이후 윤 대통령 입에서 나온 경찰병원 건립 관련 첫 공식 발언이다.
대통령 약속을 ‘전국 공모’로..신속예타 결과 ‘임박’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충남공약으로 ‘경찰병원 아산분원 유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대통령 공약이 돌연 전국 공모로 전환되면서 지역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돌고돌아 지난 2022년 12월 아산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이번에는 기재부 반대로 ‘예타 면제’ 사업에서 제외됐다. 다만, 사전절차를 단축하는 ‘신속 예타 심사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담아냈다.
이후 지난 5월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신속 예타 대상 사업에 담기며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이다. 신속 예타로 지정되면서 결과는 6개월 이내인 11월 초(법정시한 11월 9일)까지 나올 전망이다.
때문에 이날 윤 대통령 ‘경찰병원 분원 조속 건립’ 약속은 예타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병원 '찬밥' 대우..550병상은 지켜질까
‘경찰병원 분원 설치 사업’이 대통령실 관심밖 사안이었음이 취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대통령 대선 공약임에도 관련 업무를 맡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해당 사업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8월 의료개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아산경찰병원 550병상 건립’ 관련 <디트뉴스24> 질문에 “병상 예타 문제에 관련 정보가 없어 살펴봐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통령 공약이지만, 대통령실에서 제대로 컨트롤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대선 공약을 '의사수 증원 문제'와 연계한 점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당시 “병상을 확충하는데 의료 이용량이 얼마나 되고, 접근성을 얼마나 강화할 것이냐 등을 예타 과정에서 체크할 것”이라며 “(경찰병원 병상 규모는) 의사수 증원과 관련된 것이라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기재부 예타 기준을 적용할 경우 병상 규모가 기존 550병상에서 300병상으로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 경찰병원 건립 예타에 “‘경제성 논리’만 반영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퍼졌다.
이에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7월 충남도청에서 열린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아산 경찰병원(550병상) 신속예타 원안 통과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신속 예타 결과 발표를 앞두고 비관론은 재확산되고 있다.
복기왕 의원(더불어민주당·아산갑)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약속한 바를 지켜야 하는데, 실제 기재부는 경제성만을 따져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규모가 축소된 병원을 짓는 것으로 접근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밝혔다.
복 의원은 이어 “병상 축소는 대통령 공약 전국 공모와 예타 면제 실패에 이어 또 한번 지역민에게 큰 실망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신속예타 결과 발표를 앞두고)현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긴급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병원 분원은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유휴지에 550병상 상급 종합병원으로 2028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됐다. 여기에는 6개 센터, 23개 진료과, 1000여명 의료진이 상주한다. 경찰병원 아산분원은 중부권 거점 재난 전문의료기관으로써 국가 차원의 긴급 대응과 경찰 특화 진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