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서른여섯번째 이야기] 비수도권 유일 당 대표 후보의 의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 자료사진.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 잇단 패배로 중앙과 지방 권력을 한꺼번에 잃었다. 국회 의석 180석을 보유하고도 수성에 실패했다. 풍전등화(風前燈火), 그야말로 수세다. 

민주당은 차기 총선과 정권 탈환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오는 28일 전당대회를 연다. 새 지도부가 꾸려지고, 지역 시도당도 정기 개편대회를 열어 전열을 재정비한다.   

충청권에서는 재선의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이 당권 도전에 나섰다. 그는 예비경선(컷오프)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본선에 진출했다. 이제 파란을 넘어 ‘파격’에 도전한다. 그는 컷오프 정견 발표에서 “익숙한 대세가 아니라 파격을 통한 승리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강 의원의 가장 큰 무기이자 경쟁력은 지역 균형발전과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를 주창하는 비수도권 유일 후보라는 점이다. 그동안 충청권은 선거 때만 ‘캐스팅보트’였다. 선거가 끝나면 다시 변방으로 전락했다. 전리품은커녕 ‘홀대론’ ‘소외론’만 달고 살았다. 

지역 정치인들은 어떤가. 저출산·고령화 등 지방 소멸 위기에는 공감하면서도 앞장서진 않는다. 지역의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의 부재는 정치력의 한계를 노출할 따름이다. 그러니 미래도, 비전도 내내 안갯속이다.

충청권이 강 의원의 당 대표 도전에서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역의 현실을 제대로 짚고 대안을 찾아 한 발짝이라도 나아갈 발판을 놓자는 것 아닐까.

10년 전쯤 일이다. 강 의원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 막 귀국했을 무렵이다. (그는 19대 총선 공천 탈락 후 뉴욕주립대 객원 연구원으로 다녀왔다) 꽤 긴 시간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어떤 대화를 나눴고 토론했는진 기억이 흐릿하다. 대략 ‘지역은 어떻게 먹고살 건가’부터 ‘무엇이 쓸모 있는 정치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을 터. 

그 후 10년, 그는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고, 제1야당 대표 후보에 이르렀다. ‘젊치인(젊은 정치인)’이지만, 정치 경험과 내공만은 노련한 정치인이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 때 자민련 텃밭에 출마해 낙선이란 패배를 맛봤다. 당내 경선에서 탈락해 무명 생활도 했고, 크고 작은 개인사에 부침도 겪었다. 

야인의 삶이 대개 그렇듯이 ‘기약 없는 원외’로 사는 일은 녹록지 않다. 그가 “우리 당 약세지역에서 눈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원외 위원장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런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전히 모두의 예상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마치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는 ‘거함(巨艦)’처럼 보인다. 강훈식과 그의 진영(캠프)도 처음부터 승산을 헤아리지 않은 싸움이라고 여겼을지 모른다. 

거함도 때론 침몰한다. 전쟁이나 선거나 뚜껑을 열 때까지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과연 수세를 공세로 만들며 파격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또 충청권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충청권 경선이 이틀 남았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