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서른 번째 이야기] 여야 머리 맞대고 국가 백년대계 설계해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강조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강조했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쏘아올린 ‘세종시 행정수도론’이 정국의 블랙홀로 떠올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부처를 ‘통째’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특위구성과 이전 추진단 출범 등 신속한 후속조치에 나섰다.

야당은 여당 발(發) 수도 이전론이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면피용’, 차기 ‘대선용’이라고 주장한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소리다. 따져보면 보수정당이 여당이든 야당이었든, 수도 이전을-그것이 당론이든, 대선 공약이건 간에-추진하거나 제안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행정수도 이전은 오래된 이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충청권 행정수도를 공약했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충청권 표를 의식한 공약이라고 공격했다. 수도권 집값 폭락과 서울 공동화, 안보 불안 등 역효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통해 공약 이행에 착수했다.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다. 헌재는 지난 2004년 ‘관습헌법’ 이론을 내세워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수도 이전은 십 수 년 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개발의 축을 바꾸는 대변화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있어 논란이 불가피한 이유다. 그렇다고 좁은 땅 안에서 ‘인(in)서울’만 고집할 순 없는 노릇이다.

주택시장 안정화와 부동산 정책은 역대 정부마다 역점정책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부도 집값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좋은 기업과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인구가 폭증하는데 무슨 수로 집값을 잡겠나. 주택 공급량 확대나 수도권 규제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에 있어 부동산 문제는 하나의 해결방안이지 ‘대전제’는 아니다. 충청권을 위한 지역 이기주의로 보는 시각도 구시대적 발상에 지나지 않다.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大義)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홈페이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여정부에서 출발한 행정수도 이전의 물줄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막혀있었다. 16년 만에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흘러나왔다. 지류의 물길은 본류로 합쳐질 때 비로소 ‘대세’가 된다. 대세를 이루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이전 비용과 면적 등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 다음 국회법을 고치든, 개헌을 하든 해야 한다. 그 안에는 국민적 공감대, 즉 수도권 민심을 담아내야 한다.

수도 이전에 부정적인 수도권 여론은 어떻게 돌려야 하나. 대의 아래 명분을 쌓아야 한다. 선결 조건은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결집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 했을 때를 복기하자. 충청권은 하나였다.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했기 때문에 세종시를 지킬 수 있었다.

지방 광역단체들과도 연대해야 한다.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연대할 것인가. ‘한국판 뉴딜’에서 찾으면 된다. ‘한국판 뉴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지역 중심으로 국가 발전의 축을 이동시키겠다는 정부 의지를 담고 있다. 지역 중심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야 수도권과 지방의 공멸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수도 이전론에 확장성을 높일 수 있는 근거와 명분이다.

‘세종 3법’ 등 개별법안 통과 역시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 차기 대선 후보 공약에 수도 이전을 반영한다는 장기전까지 대비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지역 정치권이 지금부터 하나하나 준비할 일이다. 나아가 이를 계기로 지역 정치권이 ‘협치 모델’을 만들 수 있기 바란다.

행정수도 이전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시대적 사명’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언제까지 대선용, 국면전환용이라고 터부시할건가. 충청권이 대한민국 중심축으로 도약할 판이 깔렸다. 그 판에서 지역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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