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發) 행정수도론 '초반 동력 상실' 지적, 지역 여론 '싸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0일 국회 본회의장 교섭단체 연설에서 세종시 행정수도론을 주장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0일 국회 본회의장 교섭단체 연설에서 세종시 행정수도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여권 발(發) 행정수도론. 이후 지지부진한 논의 속에 국민적‧정치적 관심에서 멀어지며 초반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 내부조차 이 같은 지적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충청권에선 “세종시 집값만 올렸다”며 싸늘한 여론이 흐르고 있다.

김수현 세종시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장(현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상생발전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 공동사무처장)은 3일 기자와 통화에서 “여야간 국회 특위조차 구성되지 않았고, 민주당이 제시한 헌법개정, 특별법 개정, 국민투표 등 3가지 대안 논의조차 사그라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태년 불씨 댕긴 ‘세종시 행정수도론’
100일 남짓 논의 지지부진 정치적‧국민적 관심도↓
국민의힘, 특위 구성 참여 사실상 ‘거부’

지난 7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
지난 7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

세종시 행정수도론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불씨를 댕겼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길거리 국장, 카톡 과장을 줄이려면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아울러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수도권 과밀과 행정의 비효율 해소를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 주장에 호응해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이하 추진단, 총괄단장 우원식 의원)을 꾸리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충청권에선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이 부단장을, 강준현(세종을)‧조승래(대전 유성갑)‧박완주(충남 천안을)‧이장섭(충북 청주서원)의원이 합류했다.

야당은 여권 발(發) 행정수도론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당의 특위구성 참여 제안도 사실상 거부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9월 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행정수도론과 관련한 <디트뉴스> 질문에 “수도라는 게 일조일석에 함부로 어느 지역으로 옮기는 성격이 될 수 없다”며 “심도 있게 논의해 결론을 내야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우원식 추진단장은 “저희는 두 달간 지역 순회 토론회를 거치며 국토 균형발전 전략을 구체화하겠다. 여당 추진단은 특위 구성에 대한 야당의 긍정적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행정수도추진단, 두 달간 지역 순회토론회
이달 중 보고서 발표 예정..“유의미한 보고서 나올 것”

지역사회에서는 여야의 이견차가 적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우선하고,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추진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지역사회에서는 여야의 이견차가 적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우선하고,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추진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이후 추진단은 지난 9월 10일 서울을 시작으로 6개 권역별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했고, 이달 중으로 지역에서 취합한 의견과 여론, 향후 추진계획 등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범계 추진단 부단장은 3일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전국 6개 권역, 10개 광역자치단체를 다니면서 들었던 생생한 얘기들이 보고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행정수도 완성만 놓고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영호남 견제도 만만치 않다는 현실적 목소리도 반영될 것”이라며 “어찌됐든 지난 2004년 행정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에서 무산된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가장 유의미한 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논의 정리 수준일 것” 회의론 ‘분분’
先 세종의사당, 後 행정수도 이전 ‘투트랙 전략’ 제시

다만, 일부에서는 민주당 추진단이 내놓을 보고서가 가라앉은 행정수도론 열기를 다시 지필 수 있을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고서에)어떤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이미 얘기했던 국회의사당이나 부처 이전 관련, 청와대 제2집무실 정도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할 것”이라며 “보고서가 나온다고 해서 엄청나게 새로운 건 아닐 것이고, 그동안 얘기했던 걸 정리하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여야의 이견차가 적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우선하고,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추진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김수현 센터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회 세종의사당 설립을 위한 여야 합의”라며 “올해 정기국회 내에 이 합의가 이루어져 세종의사당 설립을 위한 기본계획, 국회법 개정, 예상 증액이 결정돼야 행정수도 이전 추진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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