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군수 '기본소득' 현장경험.. '기금 전용' 등 방안 제시
김태흠 충남지사 '도비지원 약속 불가' 방침에 맞불
2일 부여 보육시설 방문한 송미령 장관, 건의안 처리 '주목'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둘러싼 전국 지자체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충남에서는 김태흠 지사가 반대입장을 고수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박정현 부여군수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을 직접 만나 ‘국비 비율 80% 상향’과 행정안전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을 요구하며 대응에 나섰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성 복지가 아니라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전략 사업으로 설계됐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이유도 균형발전과 공동체 유지라는 장기적 목적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에 국비 부담율이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김태흠 지사는 해당 사업을 ‘복지성 현금 지원’으로만 규정하며 도비 매칭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관련 기자회견에서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만약 충남 도내에서 공모에 선정되는 지자체가 있다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시범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정현, 국비 상향·기금 전용 건의
박 군수는 2일 부여군 석성면 아동보육시설 삼신늘푸른동산을 방문한 송미령 장관에게 사전에 준비한 건의안을 전달했다.
그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비 비율을 현행 40%에서 80%로 높이고, 행안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대체 재원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충남에서는 부여군을 비롯해 청양·서천·예산 등이 시범사업 유치에 뛰어들었다. 부여군의 경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유치한다면 2년 간 총사업비 1062억 원 규모로, 국비 40%·도비 30%·군비 30% 분담 구조에 따라 부담해야 할 군비는 약 318억 원에 달한다.
재정자립도 10%, 재정력지수 0.163(자체 인건비 및 복지예산 충당도 어려운 수준)에 불과한 부여군으로서는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박 군수는 “이대로라면 공모에 선정되더라도 군비 60% 부담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다”며 제도의 현실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농식품부 공모는 ‘도비 지원 확약서’를 사전에 제출해야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김태흠 지사가 내세운 ‘추후 협의’ 방식은 공모 경쟁에서 충남 기초단체 선정을 사실상 차단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박 군수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기초연금도 재정자주도와 노인 인구 비율에 따라 국비 비율이 달라지는데, 부여군은 국비가 90%”라며 “지자체 재정을 고려한 차등 기준을 마련하거나 행안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재원으로 쓸 수 있도록 법령과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 충남도의 태도에 대해서도 “도에서 공모 신청을 하려면 확인 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그 조건이 ‘도비 0%’로 명시돼야 한다는 얘기를 실무자들에게 들었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군이 60%를 떠안게 되고, 국비 80% 상향 가능성도 희박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류상으로 도비를 0으로 해놓고 공모에 제출하면 법적으로 도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구조가 된다”며 “나중에 별도 협의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인심 쓰듯 하는 것이지 제도적으로 보장된 지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부여군, 기본소득 선도 경험 강조
박 군수는 이번 건의안에서 부여군이 ‘시범사업 최적지’임을 입증할 경험도 함께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 출시해 생활경제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지역화폐 굿뜨래페이는 자체 개발·운영(특허 보유, 군민 90%·소상공인 97% 사용)하고 있고 중부권 최초로 부여군이 도입한 농민수당도 이듬해 충남 전체로 확산되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박 군수는 “부여군은 이미 기본소득형 지역화폐 실험을 해왔고, 순환형 경제 구조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며 “재정 구조만 개선된다면 전국적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농민단체·진보정당, 김태흠 ‘도비 불가’ 비판
농민단체와 진보정당은 김태흠 지사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농어촌기본소득운동충남연합, 전국어민회총연맹 충남본부, 기본소득당 충남도당 등은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연 12조 원 충남 예산에서 200억 원도 감당 못하겠다며 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김 지사가 농어촌기본소득을 포퓰리즘 복지로 치부하는 것은 지역소멸 해법이라는 본래 취지를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국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재원 분담 구조로 인해 지자체마다 참여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충남의 경우 김태흠 지사가 반대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공모 단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박정현 군수의 건의가 정부 차원에서 논의될 경우, 국비 비율 상향이나 재원 전용 같은 제도 개선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충남도의 반대와 기초지자체의 요구, 농민단체·정치권의 비판이 교차하는 가운데 중앙정부의 최종 판단이 향후 농어촌 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 “12조 예산 충남, 200억 못 내 농어촌기본소득 포기하나”
- 김태흠 “농어촌 기본소득은 포퓰리즘”…보편 복지 전면 부정
- '충남 1위' 부여군, 소비쿠폰 2차 지급률 86.51%
- 농어촌 기본소득 혼란…박정현 “중앙·충남 모두 책임” 직격
- 충남도 "도비 지원 불가"…농어촌 기본소득 유치전 ‘난기류’
- 농어촌 기본소득, 충남 4개 군 도전…도비 지원 결단은 아직
- 충남 균형·민생 카드 제시한 박정현..“정책으로 증명”
- 청양군, 인구소멸 벼랑 끝…농어촌 기본소득으로 반전 노린다
-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 마련? 노승호 "신재생에너지 활용해야"
- 농어촌 기본소득 현장 전문가들 “직접 소득 지급이 공동체 살린다”
- ‘농어촌 기본소득’… 소득·소비·공동체 붕괴 악순환 끊을 해법 될까
- 기본사회로 가는 부여군…박정현 “국민총행복이 행정의 종착점”
- '기본소득' 현장 전략가 박정현, 李정부 국정철학 실험자
- 정치 아닌 삶의 문제 '기본소득'의 진짜 의미
- 부여군의회 ‘농어촌 기본소득’ 결의문·조례안 모두 가결
- “도비 0%에도 도전”…충남 4개 군, 농어촌기본소득 돌파전
- 명분과 확장성 사이…民 충남지사 잠룡들, 완벽 주자는 없다
- 청양군 '농어촌 기본소득' 선정…김태흠 “나라 망치는 정책”
- ‘청양형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초읽기…연내 로드맵 수립
- “공산주의 발상” 김태흠 농어촌 기본소득 발언에 국감장 술렁
- 김태흠·김돈곤, 이번 주 ‘농어촌 기본소득’ 도비 분담 논의
- ‘농어촌 기본소득’ 충남도·청양군, 도비 10%로 최종 합의
- ‘농어촌 기본소득’ 국비 상향 추진…김돈곤 “최대 80%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