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상설시장' 전국 명소로 '승승장구'
연계한 축제 잇따라 '흥행'..오일장 상인은?
높은 '백종원' 의존도, 지역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충남 예산군에서 열린 ‘예산 맥주 페스티벌’은 축제 기간 35만 명이 운집해 ‘대박’난 축제로 평가받는다. 지방소멸 위기에서 치킨과 맥주로 단기간 전국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축제가 열렸던 예산상설시장이 쇠퇴했던 과거 모습을 뒤로하고 전국 명소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해 1월 개장 이후 연간 방문객이 37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모든 성과는 예산을 고향으로 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애향심에서 비롯된 그의 지역상생 프로젝트는 예산상설시장 리뉴얼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연이어 개최한 ‘예산맥주축제’와 ‘홍성글로벌바베큐페스티벌’이 흥행하며 지역 활성화 성공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분명한 성과 뒤엔 ‘상생’의 그림자에 타격을 입은 지역민도 존재한다. 예산시장 오일장으로 생계를 이어온 상인들이다. 관이 관광객 숫자로 지역을 홍보할 때 상인들의 터전은 위협받고 있다.
예산군 ‘백종원 매직’ 업고 행정력 집중
백 대표의 명성과 인기, 실력의 최대 수혜를 입은 예산군은 백 대표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지자체 최대 성과로도 백 대표와 관련한 축제 등을 홍보한다.
군은 앞으로도 백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관광도시’와 ‘지역상생’을 결합한 로컬 활성화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 애물단지였던 구 충남방적 부지는 백 대표와 다시 한번 손을 잡고 문화복합단지로 조성해 전통주 제조,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ENA 신규 예능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스튜디오로 쓸 예정이다.
예산오일장 지켜오던 상인들의 고민
하지만 기존 예산상설시장에서 터를 잡고 생계를 잇던 ‘오일장’ 상인들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장이 서는 장소와 축제 개최 장소는 같은 곳인데, 지난달 열린 ‘예산 맥주 페스티벌’ 일정과 오일장 날짜가 겹치면서 장이 안 열렸기 때문.
다가오는 삼국축제 폐막 날짜도 오일장 날짜와 겹쳐 상인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추석 대목 기간인 15일 오후, 예산상설시장에 새롭게 마련된 장터광장에 사람이 붐볐다. 기존 상설시장의 메인 공간인 오픈스페이스가 리뉴얼 공사에 들어가면서 기존 음식 판매는 바로 앞 장터광장으로 옮겨진 상태다.
뒤편 시장 주차장에는 오일장이 열렸다. 인근 마을 골목 곳곳까지 주차된 차로 가득했지만 시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수산물을 파는 상인 A 씨는 “한달에 오일장이 6번 열린다. 장날에 와서 번 돈으로 한달을 사는 셈인데, 장이 한번 취소되면 타격이 상당하다"며 “지난번 맥주축제 때 장이 안 열려 이번 추석 대목에 만회하려 했지만 예전만 못하다”고 토로했다.
밭에서 나는 작물을 조금씩 걷어와 장날에 팔아 생계를 잇는 산양면의 B 씨는 “장이 서면 이사람, 저사람도 만나며 조금씩 수입을 얻는다. 축제한다고 젊은 사람도 많이 와서 보기 좋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나 같은) 사람은 장이 안 서면 생활이 힘들다”고 말했다.
예산오일장에 나온 상인의 80%는 예산 토박이다. "군에 이 같은 고충을 상의해 본적 있냐"는 질문에 마늘을 파는 C씨는 “군이 그렇게 한다는데 우리 같이 농사짓는 사람들은 대꾸를 잘 못한다. 사람들이 우리 지역 찾아주는 게 좋다는데 별수 있겠나”라며 체념한 듯 말했다.
‘백종원’ 이라는 브랜드 의존도 줄여야..“자구력 키우자”
강선구 예산군의원(더불어민주당·가선거구)은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사전에 군과 상인 사이에 협의가 있던 것으로 안다. 관련해 담당 팀과 토론을 많이 했지만, 결론적으로 양측이 서로의 상황에 어쩔 수 없는 입장을 수긍한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상인의 생계 뿐 아니라, 군 전체로 보면 대술, 산양, 읍내 주민은 오일장에서 생필품을 구매한다. 일부 사람은 마트에서 사면 안되냐고 하지만, 이곳 주민 대부분이 교통 약자”라며 “버스로 병원 등을 들렸다가 일주일 먹을 것을 사가지고 가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주민 입장은 장이 한번 안열리면 굉장한 불편함을 겪에 된다. 군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는 입장이지만, 분명 희생하는 한쪽도 있는 것”이라며 “면밀히 다시 한번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백 대표의 명성으로 분명히 지역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맞지만, 지역의 자구력은 지역민이 키우는 것”이라며 “지금의 명성을 우리 지역의 미래 산업과 연계한 계획이 반드시 수반돼야지, 마케팅만 가지고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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