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전환 필요성↑..항구적 대책 마련 절실
작물 피해 클수록 소비자 부담도 가중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농작물재해보험의 ‘국가 책임 강화’를 통해 농민 부담을 파격적으로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잦은 수해로 농협의 손실이 커지면서 보험 적용이 까다로워지고, 현실적으로 낮은 보장성과 좁은 품목 제한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다수 농민이 정부의 권유로 재해보험에 가입하고도 막상 재해가 닥치면 농협이 파견한 손해사정사와 다투기 바쁘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 보상 기준이 예상 소득액이 아니라 생산비 원가로 책정돼 농민이 받는 보험금은 현실과 달리, 위로금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
특히 농산물의 범위가 다양해지는 만큼, 지역 특장성을 살린 ‘보험 재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기준, 집중호우 피해 신고 건 수 가운데 86%(2만 3000건)에 대한 1차 손해평가 조사를 마쳤고, 그 중 원예시설 조사는 99% 완료했다. 18일부터 보험금 선지급을 신청한 농가에 한해 추정보험금의 50%를 우선 지급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충남 농경지 1481.2ha 침수
시설원예, 침수 면적은 적어도 피해 규모는 더 커
박정현 부여군수 “농민들, 보험금 마지못해 받아”
농심품부는 16일 기준 전국 피해 농경지지 규모를 1만 756㏊로 잠정 집계했다. 이중 벼가 72%(7730㏊)로 가장 피해가 컸다.
지역 별로는 경상북도(1840.3㏊), 전라북도(1511㏊), 충청남도(1481.2㏊), 충청북도(344㏊), 전라남도(279㏊) 순으로 피해가 컸다. 피해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충남 시설원예의 42%가 집중된 부여군의 경우, 피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수도작인 벼농사는 물이 차도 바로 뺄 경우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지만, 수박, 토마토 등 시설원예는 잠깐 물에 닿아도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바로 물을 뺄 수도 없다. 수분을 급격하게 빨아올리면 당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바로 썩는다. 사실상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순간 작물들은 팔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재해보험 재설계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박 군수는 지난 15일 호우 피해 농가를 방문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만나 “농작물재해보험에 속하지 못한 작물을 키워 재해를 당해도 보상을 못받는 농민이 많다”며 “품목을 늘리려면 구조적으로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이어 “생산비 원가의 일부를 보험에서 지원해주는 구조지만, 하우스 1동으로 실제 500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고 가정할 때 보험료는 반도 못 미치는 200만 원 수준”이라며 “농가 입장에선 보험료 지급 기준을 생산비 원가가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보험 설계가 굉장히 복잡하다. 정치권과 대통령도 재해보험을 강조했지만 실제 농민이 받는 보험금은 별 거 없다. 마지 못해 받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농협은 어떻게 해서든지 보상금 낮추려고 해”
부여 임천면에서 농사를 짓는 청년농부 최 씨는 <디트뉴스>와 인터뷰에서 “농협 보험 시스템 자체가 농민에게 이로운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최 씨는 “실질적으로 보상금을 받으려고 하면 농협은 어떻게든 금액을 낮추려고 한다. 품목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기준이 명확하지도 않다. 손해사정사는 현장에서 농민과 ‘이 정도 선까지 하자’며 딜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이어 “상추의 경우, 생육기간이 짧아서 한 달에 몇 번도 다시 심을 수 있다. 근데 생육기간이 긴 작물의 경우 수해 한번으로 몇 년 농사가 그냥 날아가는 셈”이라며 “작물별 보상 안배를 정확히 해 현실에 맞게 보상해야 하는데, 이거 따지고 저거 따지며 결국 받는 보상금은 비료값도 안 나오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청년농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농부를 시골로 유입하는 정책을 쓰고 있지만, 아무런 경험이 없는 이들이 수해와 냉해같은 재해를 입었을 경우, 다시 재기할 능력 자체가 없어진다”고 성토했다.
노승호 부여군의원은 농민단체와 연합해 재해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냉해’도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여군은 일조량이 부족해 수박 등 원예 작물의 냉해 피해가 심각했다.
노 의원은 “농협의 재해보험이 민간 기업 보험이 아니라 사회보장적 보험으로 재편해야 한다. 안전장치로서 기능을 해야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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