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조건 의존도 높은 농업, 재해위험 노출↑
노승호 "현행 보험, 새로운 재해 대응 못해" 지적
지난해 부여 지급보험금, 가입금액의 2.9% 불과
지자체가 가입을 독려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의 실효성과 관련해 실제 농업 현장의 불만이 전국 각지에서 급증하고 있다.
열과·일소·병해충 등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유일한 보장책인 보험의 보장 범위와 실보장액이 턱없이 낮아 신뢰도가 크게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여군의회 노승호 의원(더불어민주당·가선거구)이 주도한 ‘농작물재해보험 개선을 위한 연구모임’이 도출한 성과가 전국 사례의 해결의 지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구모임은 지난 9월 30일 군농업기술센터 대강당에서 사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과 함께 ‘농작물재해보험 문제점과 개선방안 마련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급격한 기후위기에 따른 농업의 미래를 논의했다.
노승호 “보험사 vs 현장 온도차 극명..객관성 담보 못해”
농업분야 종사자인 노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예측할 수 없는 급격한 기후위기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재해가 지속해서 발생할 것”이라며 “이로 인한 농작물 생육환경 변화에 능동적 대응이 어려워진다면 농가소득 감소는 물론 국가 식량 안보가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 의원은 이어 “재해보험은 농민을 보호하고 농가 경영 안정과 생산성 향상을 목표하고 있지만 새로운 재해 발생에 대한 대비와 보상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농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약관을 적용해 빈번하게 보상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목, 품종, 작부별 특성에 따른 품질과 상품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보상기준으로 실질적 보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된 농민과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설계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부여 재해보험 가입·지급율↑..보상비율은 낮아
지금보험금, 가입금액의 2.9% 불과
대표적인 농업군인 부여군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77.9%로, 전국 평균 가입률 52.1%보다 높다. 실제 가입율과 지급율은 모두 증가했지만 실제 농민이 보상받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녀름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입건수와 지급건수를 기준으로 살펴볼 때 가입건수 중 지급비율은 지난해 34.2%에 불과했다. 농지수별로 비교해봐도 가입 농지 중 보상금이 지급된 농지는 21.3%다. 나머지 78.7% 농지는 피해를 입지 않았거나 피해가 있어도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입금액과 지급보험금으로 규모로 보면, 지난해 지급된 보험금은 271억 원인데 비해 가입금액은 9231억 원으로 전체의 2.9%라는 미미한 결과로 나타났다.
수해가 집중됐던 지난 3년간 부여의 재해보험 사고접수는 ▲2021년 9055건 ▲2022년 7746건 ▲2023년 4만 9831건으로 집계됐다.
보험금 지급 기한 유연함 필요성↑
병해충 보상 기준 전면 검토돼야
녀름이 장기간의 재해 현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예고없이 발생하는 재해로 지역손해율과 보험료가 증가하는 현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농민이 절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예농산물의 경우 피해산정 시 후기 수확량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확량이 증가하는 임산물의 특성을 무시하고 가액을 줄이는 등 농업 현실에 맞지 않는 보험 기준이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현행 농협의 피해조사는 작물별 재배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보험사의 기준에 따라 피해접수를 받고 있고, 보험금 지급 기한도 명확하지 않아 피해 복구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수해 후 이어지는 병해충에 대한 보상 기준 마련과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수미 녀름 부소장은 “관행 농산물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의 보상 수준이 일반 농산물과 차이가 없다. 병해충 방제에 한계가 있는 유기농의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은 어떤 선택을 해야하나..”
토론회 패널로 나선 이홍규 밤 재배 농민은 정부의 ‘전략작물직불금’과 ‘농업재해보험’의 상이한 기준을 꼬집으며 농업 현실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씨는 “지난해 침수피해를 입은 논콩의 경우 ‘전략작물재배이행 기준’이 완화돼 피해 농가가 구제를 받았다. 전략작물직불금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정상적인 재배상태를 유지해야 받을 수 있지만 한시적으로 느슨해진 규정에 따라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다만 정부의 완화는 일시적인 것이다. 올해도 논콩 농가는 침수피해를 입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피해 작물을 갈아엎어야 보상금이 나온다. 전략직불금을 받으려고 엎어버리면 정상적 재배 상태가 아니니 혜택을 못받게 된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이 씨는 또 “논콩을 심은 것도 맞고, 피해를 입은 것도 사실인데 정책 이행과 피해 보상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맞는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작물별 특성을 반영한 농작물 재해보험 개선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특히 “밤농사는 피해 보상을 받고 이듬해 재가입하려면 보험가액이 감소한다. 밤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해 수확량이 더 늘어나 보험가액이 높아져야 함에도 오히려 낮아진다”라며 “매년 반복되는 기후재난 속에서 농업 현실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명무실한 ‘농업재해보험 심의회’ 농민 참여 높여 ‘활성화’
김석민 손해평가사는 “현행 보험은 농작물 피해를 입었을 경우 보험료는 동일하지만 자기부담률 상향과 평균 수확량을 낮춰 보장성을 줄이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사고 시 자기부담 보험료를 높이지만 보장성을 약화시키지 않는 자동차 보험과도 비교된다”고 말했다.
즉 세금이 투입되는 재해보험은 국가보조금 지급률을 높일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보장성을 낮추게 되는 특이한 구조라는 것.
김 평가사는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손해평가사 제도 도입과 재해보험 공단 설립을 통한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농협, 기재부 등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2017년 재발의 됐지만 또 국회 문턱을 못 넘었다”고 설명했다.
김 평가사는 “농작물 재해보험은 농협손해보험이 유일한 위탁사업자이다. 그렇다 보니 농협손해보험의 독주와 공공성 보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지금은 유명무실해졌지만 재해보험관련 내용을 심의 의결하는 기관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심의회에 농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군의회는 현행 농작물재해보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방안을 도출해 정부와 농협손해보험에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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