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문양의 나무 창살과 빛바랜 벽지, 화려한 장판과 수 천 장의 사진까지. 지난 7년 간 대전을 휩쓴 재개발 현장의 잔해가 한 공간에 모여 있다. 설치미술 작가 여상희가 사라지는 동네 곳곳을 다니며 수집한 누군가의 기억이자 근대도시 대전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중구 테미로에 위치한 스페이스 테미(space TEMI)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여 작가를 만났다. 재개발지역에서 버려진 소품과 생활용품을 곳곳에 배치한 전시장 풍경은 그가 직접 공들인 미장센이다. 주인은 다르지만 수 십 년 손때를 탄 물건들이 각기 자신만의
10일 기본소득세종네트워크가 공식 출범한다. 40여 명의 세종시민이 뜻을 모아 첫발을 내딛는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마을 활동가인 박아남 북부권쓰레기소각장반대 공동위원장에게 기본소득 세종네트워크의 공동 대표라는 직함이 하나 더 생겼다. 박아남 공동대표는 “수면 아래 있는 시민 의식을 깨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가 세종시에서 꿈꾸는 기본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실현 가능할지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박아남 대표가 세종으로 거주지를 옮긴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타지에서 이주해 온 이들이 대체로 신
대전 도심에서 차로 10여 분. 고릿골, 벌말, 상보안 생소한 명칭의 정류장을 지나 고개를 넘고 강을 건너면 노루벌에 닿는다. 서구 흑석동에 위치한 이곳은 푸른 숲과 맑은 공기, 물소리가 반겨주는 도심 속 생태의 보고다.한적한 노루벌 초입에 자리한 ‘카페 노루벌’. 박종연 대표는 노루벌 가치를 알아채고, 1년 여 전 카페를 개업했다. 지난 4월 자신이 키워 온 파충류와 함께 이곳에 정착했다. 는 2일 카페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그는 파충류에게 먹이를 주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박 대표는 “공대를 졸업해 자동차 엔진연
[뉴욕=김다소미 기자] 둥, 둥, 둥… 북소리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한 음, 한 리듬이 시간이 되고, 삶이 되고, 나아가 기억이 된다. 부여군충남국악단의 김행덕 악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소리에 마음을 싣고, 마음으로 사람을 울립니다”라고.그의 말처럼, 김 악장에게 국악은 단지 ‘전통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삶 그 자체이다. 웃다리농악 장구명인,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 대통령상 2회 수상자라는 화려한 타이틀보다 그를 더 정확히 설명하는 말은 오히려 단순하다. ‘소리로 살아온 사람’.미국 뉴욕에서 울려 퍼진 ‘백제의
대전에서 새롭게 청소년 영화제가 열린다. 과학도시 대전을 상징하는 ‘꿈돌이’를 마스코트로 세워 청소년 시선에서 본 ‘과학과 SF’의 세계를 스크린을 통해 선보인다.올해 처음 열리는 ‘대전꿈돌이영화제’(DYSF, Daejeon Youth & Science Film Festival)는 청소년이 직접 기획한 과학적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실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전국자주영화네트워크가 대전 영상산업 컨트롤타워인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주최·주관하는 영화제다. 이 영화제는 약 20여 년 간 지역에서 열렸던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가 떠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자유는 경제적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다. 인간에게 실질적인 자유를 보장하는 첫걸음이다”기본소득과 기본사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서봉균 기본사회 충남본부 공동대표(전 성균관대 교수)는 기본소득의 본질을 ‘실질적 자유의 보장’으로 정의하며, 이를 공동체적 삶의 회복으로 연결하는 ‘기본사회’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기본소득은 조건없는 최소한의 소득 보장으로 인간의 자유를 실질화하고 나아가 ‘기본사회’라는 새로운 공동체적 비전을 향해 나아
23살. 어떤 기성세대는 ‘사회를 잘 모르는 나이’, ‘철 없어도 되는 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나이에 이혼 가정의 면접교섭권을 다루는 첫 장편 영화를 만들어 영화감독으로 우뚝 선 청년이 세종에 있다. 바로 ‘이주아 감독’이다. 청년, 여성, 지역예술인. 이 감독 앞에 붙는 수식어는 그가 가진 작품세계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다음 작품에선 좀 더 개인적이고 진솔한 ‘나의 얘기’를 담고 싶다고. 그를 만나 준비 중인 다음 작품과 그가 꿈꾸는 영화 감독은 무엇인지 들어봤다.영화 감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사람
“윤석열 석방 이후 국민 불안과 공포를 누군가는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서 박수현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 공동대표(충남 공주·부여·청양)를 만났다. 정장과 넥타이 대신 셔츠에 점퍼를 입은 모습은 평상시와 사뭇 달랐다. “힘들지 않습니까”라는 인사말에 그는 “첫 질문이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카메라와 노트북을 든 기자의 모습에 인터뷰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국민의 불안한 마음’은 박 의원을 단식 투쟁으로 이끈 배경이다. 국민에 대한 예의와 도리 차원에서, 국회의원 모두가
민주주의 체제에서 갈등은 늘 존재한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전체주의, 공포사회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는 갈등은 민주주의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고 혐오를 조장하며,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극단적 수준까지 이른다.는 지난 12일 민병기 대전대 안보융합학과 교수(대전시민사회연구소장)를 만나 탄핵 정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의 격화(정치적 양극화)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고, 원인은 무엇지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차기 지도자가 양극단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정치적 격랑에 휩싸여 올해가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이가 드물다. 는 자치분권 권위자인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전 충남대 자치행정학 교수)을 만나 ‘지방자치 30년’ 의미와 과제에 대해 물었다. 충청권 이슈인 세종시 안착, 대전·충남 행정통합 등 현안을 포함한 1시간여 대담을 압축해 지면에 소개한다. 대담은 김도운 편집국장과 김재중 미디어본부장이 함께 진행했다. [편집자 주]- 충청 정치권에서 조심스럽게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을 거론하고
현재 한국 사회는 ‘극우 파시즘’과 직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12·3 내란사태 수습과 탄핵 결과에 따라 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누를지, 더 큰 혼란을 가져올지 결정하게 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연일 찬반 대립의 중심에 서 있다. 시민이 모이는 광장은 이미 자극적 정치 선동 장소로 전락한지 오래다. 광장의 역할일 수 있겠지만, 문제는 특정 종교가 분열의 언어를 쏟아내는 장소로 고정됐다는 데 있다.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 사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다. 정치권이 전 목사와 손을 잡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을 관통하는 대표 키워드는 ‘혐중·반중’이다. 탄핵 정국으로 들어서며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지지층은 중국 혐오 정서를 기반으로 결집하고 있다.특히 보수를 자칭하는 일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지지층의 혐중 정서가 맞아떨어지면서 점점 극단화로 치닫고 있는데, 소위 ‘맹윤’으로 분류되는 강성 보수 정치인이 앞다퉈 마이크를 잡으며 대중의 이 같은 감정과 상호작용하고 있다. 현재 ‘혐중·반중’을 토대로 한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 등은 윤 대통령이 취임 하기 전에는 기껏해야 아스팔트 보수
오는 4월 2일 대전시의원 유성2지역구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디트뉴스는 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 인터뷰를 통해 면면을 살펴본다. 당내 경선 혹은 공천을 마친 예비후보에 한해 답변이 오는 순서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문수연 조국혁신당 대전시의원(유성2) 보궐선거 예비후보는 “거대양당 지방의원이 중앙정치에 매몰돼 지방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예비후보는 양당제를 타파하는 의미있는 제3당으로서 주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약속했다. 문 예비후보는 6일 둔산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지금이야 말로 정치권이 지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광장은 이제 미래를 향해 있다. 광장에 모인 시민은 여성·퀴어·농민·장애인 등 윤 정부가 앗아간 인간 존엄과 다양성을 외치고 있다. 대전시민 역시 매주 토요일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 모여 윤석열 파면 이후 사회대개혁 의제를 논하고 있다. 시민주권 확장,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 노동권 보장, 성평등, 표현의 자유, 식량 주권 등이 그것이다. 윤 정권을 빼닮은 이장우 대전시정을 향한 비판도 거침없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수차례 재발견됐다. 김율현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은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를 꾸리고, ‘
한국은 국토 대부분이 산림으로 덮여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숲은 여전히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생활권에서 숲이 점차 사라져서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 숲과 산림은 생활의 일부였다. 하지만 경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녹지는 줄어들고, 도시는 아파트와 도로로 뒤덮였다. 자연과 접점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숲을 ‘일상과 분리된 공간’으로 여기게 됐다.교육과 문화도 숲과의 거리를 벌렸다. 우리나라의 환경 교육은 주로 숲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가르쳐 왔다. 생태 보존, 멸종 위기종 보호 같은 개
영화가 가진 서사와 감정의 힘을 통해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는 단체. 영화의 잠재력을 끌어내 개인과 지역사회를 치유하는 '상생시네마클럽'이다. 상생시네마클럽은 영화치료라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통해 참여자가 스스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를 통해 삶을 치유하고 사회를 성장시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상생시네마클럽의 여정은 작은 움직임이 어떻게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상생시네마클럽 간순옥 대표와 이광기 사무국장을 만나 영화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 들어봤다.상생시네마클럽은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한지 30년. 지방의회(의원)는 어떤 일을 하고,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디트뉴스24는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는 대전지역 지방의원을 소개한다. 의심의 눈초리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듯 반짝반짝 빛난다. 멀게만 느껴지던 지방행정(정치)이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이었음을 깨닫는다. 이금선 대전시의원(유성4)이 최근 동별 사업설명 보고회를 진행하며 느낀 주민의 변화다. 이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으로 무엇을 할 수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한지 30년. 지방의회(의원)는 어떤 일을 하고,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디트뉴스24는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는 대전지역 지방의원을 소개한다. 재난·재해 상황에서 정해진 틀에 맞춰 일처리 하는 ‘행정’과 신속한 복구를 기대하는 ‘주민’은 갈등을 겪기 십상이다. 지난해 여름 유례없는 폭우로 마을이 침수된 대전 서구 정뱅이 마을 역시 같은 문제를 마주했다. 당시 최지연 서구의원 활동이 주목받았다. 그는 하루에 한번 꼴 현장을 찾았다. 주민을 한데 모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는 인문학을 통해 사람들이 자기 삶과 공동체의 의미를 성찰하도록 돕는 단체다. 그들에게 인문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다움과 공동체적 가치를 되살리는 여정 그 자체인 거다. 이 여정은 우리 모두를 나에서 우리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갈등에서 화합으로 이끄는 길이다. 인간다움의 회복, 이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작은 불씨를 밝히는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의 최신한 회장(한남대 철학과 명예교수)을 만났다.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는 어떻게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나요?“2021년 설립해 2022년 대전
자본주의가 만든 개인의 고립과 사람 사이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자원과 노동력을 공유하며, 연대와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실험적 공동체가 있다. ‘두루’라는 독자적인 화폐 체계를 갖추고, 현대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진지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는 한밭레츠다. 대전에서 시작된 한밭레츠의 작은 실험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오민우 상임대표를 만나 이 공동체의 철학과 실천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밭레츠는 어떻게 시작됐나요?“IMF 경제 위기 당시 형성된 담론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적 해법을 실험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