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지연 대전 서구의원
주민과 집행부 가교, 지자체 차원 지원 강구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한지 30년. 지방의회(의원)는 어떤 일을 하고,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디트뉴스24는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는 대전지역 지방의원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재난·재해 상황에서 정해진 틀에 맞춰 일처리 하는 ‘행정’과 신속한 복구를 기대하는 ‘주민’은 갈등을 겪기 십상이다. 지난해 여름 유례없는 폭우로 마을이 침수된 대전 서구 정뱅이 마을 역시 같은 문제를 마주했다.
당시 최지연 서구의원 활동이 주목받았다. 그는 하루에 한번 꼴 현장을 찾았다. 주민을 한데 모아 설명회를 열어 오해를 불식시켰고, 행정 절차를 넘은 지원책을 강구했다.
의회로 돌아와선 5분 발언을 통해 갈등 원인으로 지목된 ‘지자체 재난 대응 체계’ 전면 검토를 주문했다. 현재 주민 심리상담 등 국가가 지원하지 못하는 범위를 지자체가 지원토록 하는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현장과 의회를 바쁘게 오간 최 의원은 '정뱅이 최지연'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주민은 대변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 그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재난과 재해를 마주했을 때 지방의원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디트뉴스24>는 지난 24일 최 의원을 만나 재난 직후부터 현재까지 펼치고 있는 현장, 의정활동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자신을 ‘집행부와 주민의 가교’라고 칭했으며, 얼마나 고민하고 주민 속으로 들어가는지가 지방의원 존재 여부를 판가름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의원과 일문일답 내용.
현재 정뱅이 마을 상황은 어떤가.
“수해 복구가 대부분 완료된 상황이다. 지난 추석에는 명절 음식할 상황도 아니었고, 가족이 와도 거주할 공간이 없었다. 이번 설날이 복구 이후 첫 명절이라 뜻깊다.”
재해 발생 이후 정뱅이 마을을 자주 방문하지 않았나.
“마을 어르신들이 임시거주시설에 54여 일을 계셨다. 이때까지 거의 빠진 날 없이 간 것 같고, 그 이후에도 계속 방문했다. 이번 명절 역시 당연히 방문할 예정이다. 거의 딸, 동생, 언니, 오빠, 엄마가 다 생긴 것 같다.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재해 초기 복구가 더디면서 주민과 집행부가 갈등을 겪었다.
“업무 담당자 인사 이동 10일 뒤에 수해가 터졌다. 재난을 담당해봤던 공무원이 없다보니 들쑥날쑥했다. 두꺼운 책으로 된 업무 편찬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현장에 대한 대처는 미비하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상황을 이해시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해야 하지만 미흡했다. 주민은 다양한 요구를 했지만, 담당자는 확인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것이 없었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주민은 이를 체감하지 못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나라에서 얼마가 나오고 복구를 다 해줄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다. 특별재난지역은 도로 복구 등 시설물을 올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본인에게 와닿는 보상체계가 이뤄지지 않는다. 차후에는 '평수대로 주냐', '누구는 더 받았더라'라며 주민간 갈등이 발생했다. 잘못된 정보로 냉장고, 티비, 휴지 등 피해 물품을 기록한 주민도 있었다.
모든 주민을 경로당에 모시고 세부 내역에는 똑같이 침수로 들어가고, 가구당 300만 원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내규가 있어 주민에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빠르게 설명했다면 처음부터 갈등이 없었을 것이다. 집행부에 이를 건의했고, 현재 논의 중이다."
5분 발언에서 피해복구 특별조례 제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별조례는 특정 지역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장을 다니며 법적 지원 근거가 없어 지원해 주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가령 수해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골반이 골절된 어르신에게 병원비를 지급해 줄 수 없어 구 차원 구호기금 심의위원회를 열어 지원해 준 사례가 있다. 현재까지 트라우마를 겪는 주민도 있지만 지원할 근거가 없다. 현재 법이 준용하지 못한 범위의 지원을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특별조례를 담당부서와 검토 중이고 3월경 제정할 예정이다.”
SNS에 ‘이번 수해를 겪으며 구의원 역할이 무엇인지 공부했다’라고 적었다. 어떤 의미인가.
“구의원 역할이라고 하면 집행부 견제와 감시, 예산 처리 등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직접보고 어떤 것이 바뀌어야 주민에게 도움이 될지 느끼는 것이다. 구의원으로서 주민과 집행부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데 집중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 제대로 안 되는 부분을 집행부에 전달했다. 주민에게도 ‘공무원이 일을 안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계속 소리만 지르면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쓴소리도 했다. 감사하게도 주민께서 이를 인정하고 들어주셨다.”
터진 제방은 현재 어느 정도 복구가 됐나.
"관리 주체가 1월 1일자로 구에서 금강유역환경청으로 이관됐고, 6월 14일 준공예정이다. 관리가 조금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
당시 주민은 민선 8기 들어 추진한 평촌일반산단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인재라고 주장했다.
"시에서는 '근거가 없고,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예 영향이 없었다고 하기엔 모호하다. 산단을 조성하며 둑을 만들었고, 폭우로 유속이 빨라져 가장 약한 곳이 터진 것이다. 정뱅이 마을은 공사를 하지만 하천이 연결된 곳에 마을이 즐비해 있다. 올 여름 많은 비가 쏟아진다면 제방이 약한 곳이 또 터질 수 있어 전면 보수를 하지 않는 한 불안한 상황이다. 한번 더 수해가 발생하면터 시의 관리 미숙과 책임 소홀, 정뱅이마을 수해가 자연재난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긴장해야 한다."
기초의회 무용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든 주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본인이 얼마나 움직이고 고민하며, 주민 속으로 들어가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큰일이 아니더라도 주민에게 조금이라도 돌려드릴 수 있는,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공부해야 한다. 당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NDMS에 경운기와 트랙터 등 농기계 설비 피해 입력란이 없었다. 하지만 행안부에 건의하고 고시를 받아 전국적으로 농기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농막도 규모에 따라서 보상체계가 다르다는 점도 알게 됐다. 이처럼 구의원이 공부를 한다면 주민에게 돌려주는 혜택이 조금 더 커질 수 있다."
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의정활동 내 일처럼 열심히 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다. 사람인지라 실수하거나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한쪽 단면만 보고 평가할 때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저희를 정치인, 앞에 와서 인사만 하는 사람이 아닌 동네 주민이라 생각하고 어여삐 봐주셨으면 한다. 내 일, 내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진정성있게 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