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선에서 바라본 ‘과학·SF’
지역 청소년 영화제 '부활' 기대감
대전에서 새롭게 청소년 영화제가 열린다. 과학도시 대전을 상징하는 ‘꿈돌이’를 마스코트로 세워 청소년 시선에서 본 ‘과학과 SF’의 세계를 스크린을 통해 선보인다.
올해 처음 열리는 ‘대전꿈돌이영화제’(DYSF, Daejeon Youth & Science Film Festival)는 청소년이 직접 기획한 과학적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실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전국자주영화네트워크가 대전 영상산업 컨트롤타워인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주최·주관하는 영화제다.
이 영화제는 약 20여 년 간 지역에서 열렸던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가 떠나면서 생긴 빈자리를 지역의 정체성으로 채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역에 뿌리내린 독립영화관과 창작자와 협업하는 방식이라는 점도 지역 영화생태계 육성 차원에서 발전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제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조재혁 전국자주영화네트워크 대표를 제1회 대전꿈돌이영화제 상영관으로 활용될 대덕구 소소아트시네마에서 만났다.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청년들과 교류하며 지역 영화계에 몸 담아온 조 대표와 꿈돌이 영화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청소년·지역 정체성’ 꿈돌이 택한 이유
대전꿈돌이영화제 홍보영상. 엠티에스 스튜디오 제공.
꿈돌이는 1993년 대전엑스포의 상징이자 과학수도 대전의 마스코트다. 과학 콘셉트의 청소년 영화제를 기획하면서 지역 상징성을 고민하다 ‘꿈돌이’를 내세우게 된 이유다. 영화제는 오는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총 3일간 소소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조 대표는 “꿈돌이가 청소년이라는 대상과 대전이라는 지역성을 동시에 상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다”며 “영화제는 지역 영화 창작자, 영상업계 분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인, 배급사 등에서 100편 이상의 작품이 출품됐다”고 했다.
영화제 경쟁작 부문은 청소년 배우가 출연하는 틴액터 단편 필름전, 과학 또는 SF 소재를 다루는 SF 단편 필름전으로 나뉜다. 러닝타임은 30분 미만, 장르는 제한이 없다. 청소년(만 9세~만 24세) 감독이 연출한 작품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시상은 총 6개 부문으로 이뤄진다. 초청 부문은 청소년 배우상, 과학 부문 감독상, 청소년 부문 감독상, 워크샵을 통한 내부 경쟁 부문은 SF 크리에이터상, DIY SF 퍼포먼스상, 꿈돌이크리에이티브상 등을 시상한다.
고전·현대·미래 넘나드는 프로그램
스티븐 스필버스 SF 3부작과 연계한 과학 강연도 기대를 모은다. 영화제 1일차와 2일차에는 스필버그 감독의 <A.I>(2001), <E.T>(1982), <미지와의 조우>(1977) 영화 상영과 함께 각 영화 테마를 주제로 한 강의도 이뤄진다. 강연자로는 인터렉티브 아티스트 최재필, 카페 쿠아 송정현 대표 등을 섭외됐다.
지역을 기반으로 창작된 청소년 SF 영화 특별 초청작은 ▲<홀로>(감독 이주연) ▲<점프>(감독 김진형) ▲<외계인이 없다>(감독 오한영) ▲<A spring life>(감독 이정민) 4편이다.
저예산으로 SF 영화 제작을 실현한 <인천스텔라>(감독 백승기), 세이브더칠드런이 제작에 참여한 <이세계 소년>(감독 김성호), 세일러문이 되고 싶은 소녀 이야기를 다룬 <달나라로 떠난 소녀>(감독 정혜인)도 초청작으로 상영된다. 감독과 배우들은 특별게스트로 참여해 관객과 만난다.
이밖에 저예산 SF 영화 제작 워크숍을 통해 탄생한 단편작 <82점>(감독 이종경), <손편지(감독 조웅진), <산소의 무게>(감독 정윤재), <디데이>(감독 박형일)도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대전꿈돌이영화체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조 대표는 “다양한 작품을 초청했고, 워크숍을 통해 만든 작품도 상영할 예정”이라며 “처음 여는 영화제지만 콘셉트와 기획의도에 맞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남거나 떠나거나 돌아오거나’
조 대표는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대덕구 청년공간 청년벙커에서 일하며 지역 청년과 교류해왔다. 이 공간에서 지난 2021년부터 필름인대덕 영화제를 개최해온 경험이 이번 꿈돌이영화제 기획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지역에서 영화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끝은 성공을 위해 떠나거나 남아서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라며 “서울에 비하면 어디든 다 열악하다. 지역에 남아 영화를 하고 싶은 사람들, 서울에서 좌절하고 돌아온 사람들을 위해서 그래도 계속 기획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그래도 대전에 있던 기억이 영 나쁘진 않았구나, 서울로 떠난 분들도 그래도 대전에 좀 빚을 졌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며 “요즘 '관계인구'라는 말을 쓰는데, 그들의 거주지가 서울이어도 여전히 관계지역은 대전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협업하고 있다”고 했다.
조 대표는 열악하지만, 지역에서 꾸준히 영화 관련 기획을 하며 꿈을 좇고 있다. 당장 내일도 불확실하지만, 지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사업에 도전하며 사업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그는 “올해도 지역의 독립영화관과 협업해 영화 제작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모에 붙을 때도, 떨어질 때도 있지만 예산이 없으면 없는대로 작게라도 유지하면서 지역 사람들과 협력해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나가려 한다. 지역에서도 민간의 창작자와 기획자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