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 충남 방문의 해 특별 기획] (4) 부여 여행
충남 중앙부에 자리한 부여는 예부터 교통과 지리적 요충지다. 북쪽으로 청양군, 서쪽으로 서천군, 동쪽으로 공주시와 접해 있다. 역사적으로 부여는 고대 왕국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다. 538년 성왕이 협소한 웅진(지금의 공주)에서 넓은 평야와 해상교통로인 금강을 갖춘 사비(지금의 부여)로 수도를 옮겼다. 백제가 부여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이유다.
부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 역사 유적지구의 중심지로, 백제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백제의 건축예술이 집적된 정림사지 5층 석탑은 부여의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다. 백제 역사 여행의 시작점 같은 장소가 정림사지다. 이어 백제 왕궁이 있던 부소산성 성벽을 따라 걸으면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 부여에는 백제의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명소가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금강(백마강)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낙화암에는 패망한 백제 왕실의 이야기가 서려 있다. 낙화암과 주변 풍경을 유람선을 타고 감상하는 건 여행의 호사다.
부여를 방문하면 다양한 먹거리와 축제도 즐길 수 있다. 부여의 대표 특산물은 고소한 맛으로 유명한 밤이다. 이를 활용한 밤빵, 밤막걸리, 밤한과 등이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카페와 음식점에서 밤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부여에서 생산되는 멜론과 수박도 과즙이 풍부하고 달콤한 맛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부여의 전통시장에서는 쌀, 고추, 한우 등 고품질 농축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지역 주민의 손맛이 담긴 먹거리를 맛보는 건 부여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부여에서 매년 열리는 백제 문화제는 화려한 퍼레이드와 전통 공연, 백제 시대 의상 체험, 공예 체험 등 관광객에게 과거 백제의 문화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밤하늘의 불꽃놀이와 전통 연등 행렬은 부여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부여는 과거의 유산과 현대적 편의시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누구나 편안하고 즐겁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부여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곳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의 문화적·역사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와 과거를 잇는 가교, 부여로 함께 떠나보는 건 어떨까?
황대진 문화관광과장이 전하는 부여 여행정보
“부여군은 1960년 1월 1일 부여면이 읍으로 승격하면서 행정구역상 충청남도의 군이 됐어요. 백제 역사 유적을 기반으로 많은 관광 자원을 갖추고 있으며, 2015년 네 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부여군 황대진 문화관광과장은 1993년부터 2017년까지 규암면 합정리 일원에 조성한 백제문화단지를 방문할 것을 추천했다. 사비성, 백제역사문화관, 역사 테마파크 등을 둘러보며 백제의 문화와 역사를 느껴볼 수 있다는 이유다.
“부여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유서 깊은 유적과 명소가 어딜 가나 존재한다”고 설명한 그가 부여에서 반드시 방문할 유적지로 꼽은 곳은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관북리 유적, 부소산성, 부여 왕릉원, 정림사지, 나성이다.
“계절마다 부여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다르다”는 그는 봄 방문지로 벚꽃이 만개하는 부소산을 우선 추천했다. 산을 둘러싼 자연경관은 물론, 낙화암 등 백제의 고도였던 부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름의 대표적 명소로는 궁남지를 꼽았다. 백제 왕실의 정원이었던 궁남지는 여름철 물결에 비친 연꽃과 그 주변의 고요한 풍경이 여행의 백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을에는 백마강 억새단지와 백제문화단지를 추천했다. 백마강 테마파크 전망대에서는 늦가을 만개한 물억새, 부여의 경관 등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사비 왕궁을 재현한 백제문화단지는 2023년 기준 연 130만 명이 방문한 인기 여행지다.
부여는 서동연꽃축제, 백제문화제 등의 대표 축제가 있다. 사비 백제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다양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여름 축제인 부여 서동연꽃축제는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아 6월 말 7월 초 즈음해 열린다. 백만 송이 연꽃이 만개한 궁남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틱한 축제다.
백제의 유산을 계승하는 백제문화제는 가을에 열린다. 1995년 부여에서 처음 개최된 제1회 백제대제가 그 시작이다.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기억하며 현대에 계승하는 대한민국 대표 역사 문화 축제다. 봄에는 야간경관을 활용한 문화유산 야행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황 과장은 “백제고도, 자연환경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관광인프라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유일 자유 비행이 가능한 열기구 관광, 백마강을 가로지르는 수륙양용 버스, 황포돛배 등 관광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먹거리다. 그는 부여의 대표 음식으로 연잎밥을 추천했다. 연잎밥은 부여의 청정 지역에서 자란 연잎에 밥을 싸서 쪄낸 음식이다. 건강한 맛이 연잎밥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밖에 부여군이 ‘부여 10미’로 꼽은 돌쌈밤밥, 버섯전골, 참게매운탕 등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맛볼 것을 권했다.
그는 “부여에 방문하실 때 ‘굿뜨래’를 꼭 기억하면 좋다”고도 했다. ‘굿뜨래’는 부여의 고품질 농산물 브랜드다. 수박, 멜론, 양송이버섯, 밤 등 고품질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부여는 잠재력과 매력이 넘치는 여행지다. 이는 모두가 인정하지만, 교통과 숙박 등 관광인프라가 다소 부족해 확충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황 과장은 “부여에는 롯데리조트 부여점, 한옥마을로 대표되는 숙박시설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를 확충해야 숙박 관광객을 더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계절 내내 매력적인 자연경관에 맞춰 특화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고 부여를 대표하는 먹거리 신규 개발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부여군이 관광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역점 추진한 '규암123사비공예마을'은 숨은 여행지다. 공예마을에 뿌리내린 12개 공방과 협력해 민간이 주체가 되는 사업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공방은 ‘공예마을 규암협의회’를 조직하고 거점 공간인 123 사비 아트큐브 등을 활용해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공예마을 규암장터를 운영한다. 주말마다 방문객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공예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부여는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곳이에요. 수천 년 전 찬란했던 백제를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2025-2026 충남 방문의 해를 맞아 모든 순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부여를 꼭 찾아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