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하던 내란 피의자 윤석열이 예고도 없이 12일 아침 담화영상을 통해 나타났다. 그는 계엄이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였다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부 극우층을 제외하고는 소속 당 국민의힘에서조차 공히 위헌적 계엄이라 인정하는 마당에 황당한 그의 인식세계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에 불과했다.
이날 윤석열 담화 발표 10여 분 전 김태흠 충남지사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하나 올렸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마디 합니다’라고 시작한 글에서 김 지사는 ‘나라가 결딴‘,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심정‘, ’뼈를 깎는 심정‘, ’환골탈태‘ 등 곳곳에 결연함을 드러냈다.
같은 시각, 이 글을 메일로 받은 언론은 일제히 김 지사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김 지사와 함께 그동안 탄핵반대와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해오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아침 8시25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탄핵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 지사 탄핵 찬성으로 선회‘ 보도가 쏟아지자 갑자기 충남도가 수습에 나섰다. 지사의 글은 의원들에게 탄핵표결에 참여하라는 것이지, 지사가 탄핵 찬성으로 선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 지사가 서두에 “저 역시 탄핵을 반대하고 질서 있는 퇴진과 안정적인 국정 수습을 원합니다”라고 밝히긴 했으나, “하지만...”으로 이어지는 나머지 글 내용은 오는 14일 탄핵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라는 것으로 읽히기 충분했다.
특히 “국민의힘 전 의원은 탄핵 표결에 참여해,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심정으로 탄핵 절차를 밟읍시다”라고 한 부분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얻어내는 심정으로 탄핵 절차를 밟자고 했는데, 이게 단순히 표결에만 참여하라는 의미였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오해를 사기 충분한 모호한 글이었다.
이날 김 지사의 글이 자신이 속한 국민의힘 의원과 당원에게 고한 것이라 하지만, 도민은 국민의힘 당대표와 지도부가 물러나든,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와 싸우든 말든 관심이 없다. 내란 수괴 피의자를 배출한 당의 패권 다툼엔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영하의 찬바람에도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과 응원봉 물결은 충남 곳곳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금 도민은 내란으로 상처받고 얼어붙은 자신의 손과 가슴을 녹여줄 당원 김태흠이 아닌 도지사 ’김태흠의 생각‘을 듣고 싶어 한다.
피의자 윤석열 본인이 하야를 거부하고 탄핵을 포함, 법의 판단을 기대한다는 마당에 남은 선택지는 이제 탄핵밖에 없다.
무너진 헌정질서를 하루빨리 바로 세우는 적법한 방법이 무엇인지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고 있는 김 지사의 진솔한 생각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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