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완전 개방 이후 5년간 이도 저도 아닌 상황 반복
최 시장, 이 전 시장 이어 '세종보 탄력 운영안' 무게
한화진 환경부장관, 26일 '장마'로 현장 방문 연기
환경단체 네트워크 기자회견, 정의당 성명 맞불... 즉시 해체 촉구
"탄력 운영안은 야합이자 건강한 수생계를 과거로 돌리는 것" 규탄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금강 세종보 즉시 철거 vs 탄력 운영’이란 대립 구도에서 미래 세종시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는 어디일까.
문재인 전 정부의 환경부는 지난 2021년 초 물관리위원회를 통해 해체 결정 이후 “시기와 방식은 시민사회 여론을 들어 지자체가 찾는다”는 입장으로 정리한 바 있다.
바통을 받은 윤석열 현 정부의 환경부는 오는 11월까지 세종보의 안전성 및 정상 작동 가능 여부 등의 정밀 점검을 통해 “탄력 운영안을 찾겠다”는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전 시장과 국민의힘 최민호 시장 역시 “갈수기엔 닫고, 홍수기엔 연다”는 같은 관점과 입장을 견지해왔다. ‘탄력 운영안’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와 2025 세종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추진 중인 최 시장 입장에선 도시 물관리 시설의 담수 목적을 위해서도 ‘보’ 기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이에 반해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참여자치시민연대,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전국적인 환경단체 네트워크, 정의당은 ‘세종보 즉시 철거’ 요구와 함께 ‘탄력적 운영안’에 결사반대로 맞설 태세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전 정부 당시 금남보(친수시설) 설치 계획을 거쳐 2011년 MB정부 당시 1287억 원을 들여 현재 위치로 이전‧건립된 세종보.
2018년 4월 완전 개방까지 숱한 논란을 거쳐 5년을 보내온 지금.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공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찬‧반론자 모두의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첨예한 찬‧반 양론 사이에서 결국 선택지는 다시 4가지로 요약된다.
▲철거도, 운영도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유지하는 방안(현재) ▲세종보를 완전히 철거하고 금강 생태계 그대로 관리하는 방안 ▲세종보 정상화 후 갈수기와 우기에 탄력적 운영안(I) ▲세종보 철거 후 신규 라바보 설치 등으로 운영안(II) : 갑천 사례 등이 있다.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환경부와 세종시 정부가 연말까지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한화진 환경부장관, 26일 세종보 현장 방문 예고... '장마'로 연기
최민호 시장도 더이상 세종보의 미래 선택을 미뤄선 안 된다는 입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지난 12일 한화진 환경부장관을 만나 세종보 탄력 운영을 위한 시설 개선 협의에 나서기도 했다.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실행과 2025 국제정원도시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외 물관리 사례에 비춰 보 수위 및 수량 회복을 도시 발전의 또 다른 동력으로 삼고, 물 위기 상황에 선제 대응을 위해 세종보의 탄력 운영이 시급하다는 뜻을 전했다.
금강의 수면적 감소와 육역화(陸域化, 대형 모래톱)로 인해 수생태 건강성이 되레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했다.
최민호 시장은 “금강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도심 속 친수공간으로, 시민 삶과 직결되는 공간”이라며 “비단강을 2025년 개최 예정인 국제정원도시박람회의 주요 공간으로 구상 중인 만큼, 박람회 성공을 위해 환경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한 장관은 이의 후속 조치로 26일 세종보 현장 점검을 계획했다. 다만 이날부터 전국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이 일정은 잠정 연기됐다.
'전국 환경단체 네트워크, 정의당' 이날 연이은 기자회견과 성명
세종보 즉시 해체 이행... 탄력적 운영안 결사반대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참여자치시민연대,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전국적인 환경단체 네트워크 소속 회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 10분 시청 브리핑실에서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 명의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임도훈 시민행동 간사 사회로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서봉균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가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박창재 처장은 "2005년 (노무현 전 정부 당시) 금남보 계획에도 대전과 청주 환경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25개 개선 과제를 제안했다"며 "현재의 세종보는 4대 강의 선도사업으로 은근슬쩍 들어가 건립됐다. (세종보 유지 후) 탄력적 운영은 그동안 되살아난 보호종들을 모두 수장시키고 악취 나는 뻘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경관으로도 보행교와 금남교 주변은 훌륭하다. 진정한 정원도시는 맑은 물에서 보호종들이 공존할 때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 한강 르네상스 정책을 따라 하는 듯한 정책은 맞지 않다. 강에 대한 무지이고 반환경적인 처사"라고 덧붙였다.
서봉균 공주참여자치단체 사무총장은 이어 "세종시와 공주시는 지역적 경계에 있으나 금강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공주시민으로서 이 자리에 왔다. (모 언론)의 '요트' 보도는 사람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생태계의 건강성에 타격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공주 백제문화제도 전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 맞춰 여는 게 맞다. 세종보마저도 오판을 반복하면 안 된다. 반드시 막아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금강) 르네상스 부흥이 아니라 우리 모두 멸망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의 선택이 10년 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생명이 살 수 없는 강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악취 민원 사라진 지난 세월을 세종시가 잊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정임 대전환경운동연합 상임 의장과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이 성명서를 차례로 낭독하며 "국민 합의·과학적 데이터 분석까지 마친 보 처리방안을 뭉개고 세종보 탄력 운영이 웬 말이냐! 해체가 정답이다. 최민호 세종시장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보 존치 야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세종보 해체 결정'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다시 촉구했다. 더 이상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는 뜻이다. 오히려 과거 '강수욕장' 이용 사례를 언급하며, 또 다른 차원으로 접근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의당도 '세종보 해체' 즉각 촉구 성명... 지원 사격
정의당도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환경단체 네트워크를 지원 사격했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최민호 시장이 자신의 공약 이행을 위해 세종보 재가동 예산을 정부에 요청했다. 물을 다시 막아 보를 재가동하겠다는 것은 반민주적이며 생태 학살을 저지르는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지난 2020년 환경부가 실시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국민의식 조사’에서 국민 56.6%가 세종보 ‘해체’에 찬성한 사실도 다시 언급했다.
정의당은 "세종보 등 금강보는 2017년 상시 개방으로 녹조 95% 이상이 사라졌다. 심각했던 악취도 없어졌다"며 "생태 교란이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생물 다양성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 멸종위기종들이 다시 금강을 찾은 모습은 매년 더 나은 모습으로 관찰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시장이 자신의 공약 이행을 위해 생태 학살을 자행하는 짓을 당장 중단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한편, 문재인 전 정부 당시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 2019년 2월 보 해체 편익비(B/C)를 2.92로 공표했다. 편익은 2023년 이후 40년간 수질과 생태, 친수, 홍수조절, 유지관리비 절감 등에 걸쳐 모두 972억 원으로 조사됐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후 생태계 변화 등 여러 검토를 거쳐 2021년 초 최종 해체 결정을 내렸으나 해체 시기와 방식은 지자체에 위임했다.
이춘희 전 시장과 최민호 시장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공통된 입장을 견지했고, '탄력적 운영'에 무게를 실어왔다.
세종보의 탄력적 운영을 원하는 또 다른 시민사회는 금강을 친환경적 관점에서 최대한 잘 이용할 경우, 이로 인한 문화·관광·축제 산업 전반에서 경제효과가 이를 크게 상회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