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연 보러 수도권 찾을 필요 없는 도시 만들 것"
아산시 '문화관광 도시' 정체성 회복 의지 밝혀
도립 예술의전당 유치, ‘500억 목표’ 문화발전기금 조성 추진

박경귀 아산시장은 "야인시절 시민들과 만나면서 문화예술 분야에 가장 목말라 하고 있다는 걸 간파 했다'며 문화예술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안성원 기자. 
박경귀 아산시장은 "야인시절 시민들과 만나면서 문화예술 분야에 가장 목말라 하고 있다는 걸 간파 했다'며 문화예술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안성원 기자. 

[아산=안성원 기자] “야인으로 지낸 지난 6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시민들이 문화·예술 분야에 목말라 있다는 겁니다. 문화예술 공연을 보러 수도권까지 갈 필요 없는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취임 3개월 차에 접어든 박경귀 아산시장은 7일 <디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전임 시장들과 달리 문화예술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에 이같이 답했다. 산업화 이후 뒷전으로 밀린 아산시의 ‘문화관광 도시’ 정체성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박 시장은 자신의 대표 공약인 ‘신정호 아트벨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상인들을 직접 만나 청사진을 설명하며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아산형 메세나(기업이 문화예술활동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활동)' 협회를 통해 지역 예술인들의 토양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역 숙원사업인 문예회관 건립은 전임 시장이 선택한 ‘규모 감축’ 대신 ‘도립 예술의전당’ 유치 카드를 내놨다. 지리적 접근성과 높은 문화 수요인구로 승부를 본다는 전략이다. 박 시장은 또 지속적인 지역 문화예술 선순환 구조를 위한 500억 규모 문화예술기금 추진 의지도 밝혔다. 

“김태흠 베이벨리, 아산이 꼭짓점”
아산항, 인주·영인 물류단지 강조

김태흠 충남지사의 핵심공약인 ‘베이벨리 메가시티’와 연계한 발전구상도 강조했다. 김 지사의 베이벨리 공약의 북부라인이 아산만 개발에 집중된 만큼 본인의 ‘아산항 개발’ 공약과 방향이 맞닿아 있다는 것. 베이벨리 순환철도와 접촉하는 인주·영인지역에는 대규모 물류단지 조성도 추진할 방침이다. 

박 시장은 시군 순방 때 아산을 찾은 김 지사에게 이 부분을 직접 설명하며 상당부분 교감을 나눴다고 했다. 인주·영인 물류단지는 김 지사가 더 관심이 컸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가 “베이벨리 메가시티 완성의 꼭짓점은 아산”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끝으로 박 시장은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명절을 맞아 “아산시장으로 처음 맞는 명절이라 제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한가위 보름달에 아산을 새롭게, 시민을 신나게 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빌어보겠다”며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박경귀 시장과의 일문일답]

박 시장은 아산항 개발에도 "김태흠 충남지사의 '베이벨리 메가시티' 공약의 꼭짓점"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성원 기자.
박 시장은 아산항 개발에도 "김태흠 충남지사의 '베이벨리 메가시티' 공약의 꼭짓점"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성원 기자.

-12년 만에 시정교체에 성공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신다면? 

“박경귀 개인이 아닌, 변화와 혁신을 선택해 주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준엄한 뜻을 언제나 잊지 않고, 낮은 자세로 소통하는 시장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제게는 낙선 정치인으로 보낸 6년 야인 시기가 있다. 긴 시간 힘들었지만 시민과 현장에서, 바닥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책상에 앉아 배운 것들을 확인하고 다듬은 이때의 경험은 아산시정을 구상하는 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민선8기 아산시장으로서 시정 철학과 시정운영 목표가 있다면?

“민선 8기 슬로건은 ‘아산을 새롭게, 시민을 신나게’다. ‘새롭다’는 건 물리적인 변화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행정의 집행자들이 스스로 ‘왜 존재하며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자각할 때, 진정 시민과 국민을 위한 정책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한 민선 8기 최우선 사명이 ‘시민 모두를 행복하게 하자’다. 추상적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시책과 정책을 수립할 때 시민을 위한 일인가 점검하게 될 것이다.”

-아산시에 가장 시급한 현안 사업은 무엇인가.

“시장의 역할은 100년 미래 그림을 그리고 초석을 닦는 일이다. 아산항 개발이 그에 해당하는 일이다. 아산은 본래 둔포, 백석포, 시포 등이 항구였지만, 삽교호와 아산호가 막히면서 항구가 닫혔다. 우리가 항구를 잃은 사이, 본래 항구가 없던 평택은 항구를 열었고 국제항이 됐다. 평택이 항구도시가 된 데는 평택에 항구가 없을 때부터 씨앗을 뿌린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 아산이 씨앗을 뿌릴 때다. 평택·당진항은 2040년이면 포화된다. 법률상으로 아산만이 항만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평택·당진항의 확장은 공간적 제약이 크고, 원거리는 집약성이 떨어지는 만큼 아산만한 최적지가 없다. 김태흠 지사의 베이벨리 메가시티 구상과 닿아있기도 한다. 2024년 국가항만 변경계획에 ‘아산항’ 세 글자를 넣어야 한다.”

-문화예술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데, 그 이유가 있나.

“아산시민이 갈급하는 요소가 뭔지 간파했다. 젊은 도시고 삼성과 현대가 있어 타 도시에 비해 산업적으로 안정적이다. GRDP가 울산에 이어 2위다. 인구도 늘고 있고 발전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가 가장 부족하다. 시민들이 문화예술 공연을 보러 천안도 안 간다. 서울로 간다. 특히 새로 형성된 신도시 주민들은 향토적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중문화에 대한 갈증이 강하다.” 

-아산시는 당장 문예회관 건립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 문화예술분야는 시장의 안목과 열정이 없으면 투자가 어렵다. 문예회관은 아산시의 숙원 사업이다. 예산 부족으로 직전 시장 때도 중단됐고 ‘폭탄 돌리기’ 신세가 됐다. 1600억 규모의 예산 마련을 현실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도립 예술의 전당’을 유치하려 한다. 부여 국악단, 공주 교향악단처럼 우리도 도립 기관을 유치할 명분은 충분하다.

도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내포신도시 입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아는데, 실수요자를 따져봐야 한다. 다양한 콘텐츠와 공연이 가능해야 한다. 향후 투융자심사를 생각해도 타당성이 나오려면 아산이 최적지다. 신도시 지역에 400억 원 상당의 부지를 제공할 의사도 밝혔다.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타진할 예정이다.

메세나 협회도 만들려 한다. 우량기업이 많기 때문에 기업이 문화예술 진흥에 기여하고 경영 차원에서도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또 아산시 최초로 문화예술 발전 기금을 500억 원을 마련해 융통성 있게 문화예술분야를 지원하려 한다. 장기적 목표는 1000억 원이다.”

-상대적으로 산업이나 지역개발 분야의 비중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화예술 분야에 집중한다고 경제적 현안을 소홀히 하진 않는다. 앞서 언급한 김태흠 지사의 베이벨리 메가시티 공약은 천안·아산·당진·서산 등 충남 북부권과 평택·안성·화성·오산 등 경기 남부권을 아우르는 아산만 일대를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소경제 등 대한민국 4차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메가시티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그림의 화룡점정이 될 ‘아산항 개발’이라는 아이디어를 보태려 한다. 아산만 개발은 베이벨리의 꽃이자 꼭짓점이 된다.  

그래서 현재 발표된 아산만 서클형 순환철도 구간에 천안종축장(4차 산업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예정지)과 둔포 아산테크노밸리, 아산호 쌀조개섬과 아산항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둔포에는 제3테크노밸리를 만들어 확장성을 유지하려 한다. 이 계획이 구체화 된다면 아산은 서해 복선전철, 서해 내륙고속철도에 아산만 순환철도까지 연결돼 해상물류와 육상 교통망이 완벽해진다. 이를 활용해 인주·영인 일대에 50만평 규모의 중부권 최대 물류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김태흠 지사도 이야기를 듣고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지난 7월 취임 후 첫 직원 특강에 나선 박경귀 시장의 모습. 그는 이 자리에서도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구상을 설명했다. 박경귀 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7월 취임 후 첫 직원 특강에 나선 박경귀 시장의 모습. 그는 이 자리에서도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구상을 설명했다. 박경귀 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신정호 아트벨리'도 부쩍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신정호수 공원을 문화와 예술, 생태와 자연이 어우러진 명품공원 ‘신정호 아트벨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지방정원, 2030년 내 국가정원 등록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신정호 주변 30여 개의 카페가 있는데, 하나하나 건축미가 뛰어나다. 카페에 갤러리 기능을 더해 소소한 공연과 전시 등을 연다면, 신정호 부근이 하나의 차별화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러리로 구조 변경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시에서 일부 지원하고, 새로 들어서는 카페는 갤러리 기능이 포함되도록 유도하겠다. 나아가 음악, 미술, 조각, 무용, 영화, 건축 등 복합 문화 장르를 품은 국제 비엔날레 개최까지도 계획하고 있다. 현충사와 온양민속박물관, 고속버스터미널과 온양온천역, 신정호 관광지를 오가는 ‘신정호 아트밸리 순환버스’는 이미 8월 1일부터 운행 중이다.”

-민선8기 조직개편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

“큰 틀은 유지하되, 문체부흥 등 민선 8기 비전 수행을 위한 부분에 대한 보강은 진행하려고 한다. 우선 스포츠 진흥 부분과 현재 사회적 경제과에서 일부 담당하고 있는 민관 거버넌스 관련 조직을 다른 형태로 보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도시개발·계획과 관련해서도 획기적인 계획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관련 조직도 더 보강돼햐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항만수산과도 만들어야 한다. 아산항 추진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항만 전문 인력도 채용하겠다.”

-추석 명절이 며칠 안 남았다. 시민들에게 덕담 한 말씀.

“이번 추석은 아산시장으로 처음 맞는 명절이라 제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한가위 보름달에 아산을 새롭게, 시민을 신나게 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빌어볼까 한다. 연휴 기간 아산을 찾는 귀성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오랜만의 즐거운 시간이 코로나 유행에 다시 불을 지피지 않도록 방역에도 힘쓰겠다. 코로나19와 무더위, 집중호우에 물가상승까지 여러 힘든 시기를 지나 맞이한 명절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풍성한 추석을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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