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스물한번째 이야기] 충청이 윤석열 정부에 취할 자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오후 대전 중앙시장을 찾아 지난 대선 때 보내준 성원에 고마움을 전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오후 대전 중앙시장을 찾아 지난 대선 때 보내준 성원에 고마움을 전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지난 28일 대전·세종을 시작으로 윤석열 당선인의 지역공약 순회 설명회에 나섰다. 김병준 특위 위원장은 대전·세종을 첫 순서로 잡은 이유로 “국토의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역공약 설명회를 통해 새 정부가 추진할 대전과 세종의 7대 공약을 소개했다. 대전은 중원 신산업벨트 구축과 제2대덕연구단지 조성, 세종은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등이 포함됐다. 

다만 대전이나 세종, 충남·충북의 7대 공약이 중첩된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 광역교통망(철도망)은 4개 시도에 공통공약으로 들어갔다. 혁신도시는 대전·충남이 동시에 지정됐음에도 공공기관 이전은 충남에만 들어 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도 4개 시도 모두 해당하는데, 대전 공약에 넣었다. 따져보면 충청권은 ‘덤’은커녕 한두 개씩 손해 본 셈이다.

무엇보다 대전이 공들였던 ‘항공우주청의 경남 입지’는 뼈아픈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와 ‘아직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에 따른 대안으로 ‘청(廳) 단위 공공기관 대전 집적’을 기조로 삼았다. 허태정 시장 역시 지난 6일 ‘당선인과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윤 당선인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특위는 우주청 입지를 경남 지역공약에 집어넣었다. 대전시는 재고를 요구했지만, 새 정부 방침은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없다. 자고로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충청도는 그동안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다. 그래서 자꾸 소만 잃었다. 

윤석열 정부가 우주청을 경남으로 보낸다면, 그 대안으로 무얼 요구할지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를 키워볼 기회마저 얻지 못할 게 뻔한 까닭이다. 방위사업청이 온전히 대전으로 온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석열 정부 충청권 지역공약.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자료 재구성.
윤석열 정부 충청권 지역공약.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자료 재구성.

같은 날, 윤 당선인은 충남과 대전을 돌며 지역민을 만났다. 선거법 저촉 등을 의식해 지역공약 설명회는 불참했지만, 사전 동선을 조율했을 터. 이는 한 달 남은 지방선거와 조응한다. 아산과 천안, 내포를 돌면서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측면 지원 성격이 강했다. 

대전에 와서는 중앙시장에서 지역민들과 만나 지난 대선 때 고마움을 전했는데, 이장우 시장 후보와 국민의힘을 찍어달라는 ‘암묵적 신호’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지역을 찾을 때마다 ‘충청의 아들’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 호소에 충청인은 화답했고, 화답의 결과는 인사나 예산, 국책사업의 우선순위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빈손으로 와 손 한번 흔들고, 입으로만 “고맙다”고 한들 지역민이 박수치며 고개 끄덕일까. 큰 오산이고 착각이다. 

충청 역시 잃어버린 소를 찾아다 넣어주기만 기다릴 게 아니다. 더 이상 정부만 탓하고, 홀대론과 소외론으로 치부할 성격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역의 정치력이 약하면, 지방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지방정부가 힘이 없으면, 중앙 정부는 지역을 우습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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