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전에서 열린 ‘안철수당’인 국민의당 창당대회의 사진을 보니 관중석을 다 채우긴 했으나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에 따르면 큰 열기는 없었다. 떨어지고 있는 당 지지율 때문일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안철수의 한계일 수도 있다. 그가 가진 것은 오로지 새정치의 가능성에 대한 ‘이미지’였다. 그러나 그는 그 이미지와 거리가 먼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 정당 게임 따라 가는 안철수 신당그는 탈당 이후 세(勢) 불리기 작업에 주력하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매달리고 있다. 어떤 정당도 그런 지위를 얻어야 현실적으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것
지방자치단체장의 재판이 지연되면 피해가 크다. 특히 단체장의 지위가 걸린 재판이면 조직 전체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대법원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범죄사건의 신속처리 등에 관한 예규’를 고쳐,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1, 2, 3심 재판을 각각 2개월 안에 종결하기로 했다. 선거법 위반 자치단체장 26% 1년 반 넘도록 재판중그 예규는 지금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작년 말 가 전국종합으로 보도한 ‘자치단체장 재판현황’ 등에 따르면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선거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임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정치인은 아이디어와 정책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들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더 나은 정책을 약속하는 정치인을 선택하여 권력을 위임한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그 과정에서 ‘민심의 경쟁자’와 맞서게 된다. 여당은 야당, 대통령은 국회와 씨름하는 과정을 거쳐야 정책의 결과물을 국민들에게 내놓을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의 신임을 얻어 정치를 계속할 수 있다. 처음엔 국민들의 인정을 받고도 국회와 야당의 벽을 넘지 못해 결
안희정 지사는 연초 도공무원 10여 명과 함께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라는 라스베이거스 ‘CES 2016’으로 달려갔다. 이번 출장은 기본 컨셉이 ‘학습’이었다고 한다. 물론 건성건성 둘러보는 견학이 아니었다. 박람회의 규모가 방대해서 두 팀으로 나눠 꼼꼼히 정보를 챙겼다고 한다. 안 지사도 자신도 열심히 현장을 누볐다. 그는 많이 걸어 다녀도 힘들지 않도록 일반 참관객들처럼 등에 백팩을 메고 편한 신발을 신었다. 백펙 메고 라스베이거스 CES 현장 누빈 도지사안 지사는 글로벌 정보를 얻고 견문을 넓히는 ‘공부 출장’이 많은 편이
5~6년 전 쯤 지방선거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캐릭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후보들의 공약보다는 심성과 가치관을 알아보는 인터뷰였다. 후보의 정책보다 그의 본바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대전 충남 지역 현역과 예비역 정치인 100여 명은 만난 것 같다.인터뷰가 끝난 뒤 정치인에 대한 오해를 발견했다. 정치인들은 모두 말을 잘하고 외향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정치는 말이 수단인 데도 언변이 부족해서 애를 먹는 사람들도 있었고 내성적 성격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있었다. 재산이 많은 사람도 있었고
우리나라 정치는 지역패권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영남을 대표하는 정당이 늘 있었고,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이 항상 있었다. 당을 대표하는 사람과 당명이 바뀌곤 했으나 ‘영남당’과 ‘호남당’은 존재해왔다. 현재는 새누리당이 영남당, 새정치연합이 호남당이다. 정치적 패권 누려온 영남우두머리를 차지한 사람 또는 집단의 힘이 패권이고, 그 권력을 계속 확대, 유지하려는 술책이 패권주의다. 우리나라에선 영남 출신 권력자들과 영남당이 정치적 패권을 누려왔다. 지금도 대통령이 영남 출신이고 영남당이 제1당이다.근래 『아주 낯선 상
얼마 전 대전시청을 방문했던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불평을 쏟아냈다. 요지는 이랬다. 시청에 볼 일이 있어 한 부서를 방문했는데 사무실이 텅 비어 있었다. 40~50명 정도 근무하는 듯한데 2명만 남아 있었다. 그 중 한 명에게 시청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11시30분이면 점심식사 하러 나간다’고 했다. 그러나 지인이 확인해 보니 11시20분이 좀 넘은 시각이었다.민원인이 목격한 대전시 ‘점심시간 2시간제’지인은 한 시의원으로부터 “대전시는 엘리베이터 혼잡을 피하기 위해 30분 정도 일찍 사무실을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옛 대전 서구청 건물에 장애인 야간학교가 있다.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해 한글조차 배우지 못한 장애인들이 다니는 학교다. 문맹의 ‘비장애인 어른 학생’도 일부 있다. 이들에겐 뒤늦게라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있어서 다행이다. 다른 데선 배울 수가 없는 공부다. 그러나 이 학교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건물주인 대전시교육청이 올해 말까지 나가달라고 요구해 놓고 있다. 한글을 몰라 나이 50이 넘도록 까막눈으로 살다가 뒤늦게 ‘광명’을 찾고 있는 늦깎이 학생들 48명은 걱정이 태산이다.장애인 야학에서 모 그룹 회장에게
신탄진~서대전~계룡시를 잇는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이 정부 승인을 받았다. 대전시로선 저렴한 예산으로 도시철도 노선 하나를 더 확보한 셈이다. 도시철도로 건설하면 시비(市費)만 7000억 원 정도 들어갈 사업을 1000억 원에 하는 것이다. 대전시로선 큰 성과다. 법령을 어기면서 승인해준 대구 광역철도누구의 공(功)일까? 나는 대구의 공이 아닌가 한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정부는 대구 광역철도 예산을 12억에서 168억 원으로 늘렸다. 법령상 대구권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구미까지 대구권 광역철도에 포함시켜 사업을 승인했다. 법령이 아직
YS(김영삼)는 ‘IMF 죄인’이 된 이후 자신의 공적까지 잃어야 했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전직 대통령이었다. 그런 처지에도 ‘정적’ DJ(김대중)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국민들 눈엔 나라 경제를 망치고도 후임자한테 불만만 쏟아내는 한심한 전직 대통령이었다. 그런 YS가 죽어서야 살아나고 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은 그가 이룬 공적을 옛 기억에서 꺼내 상기하고 있다. 특히 민주화에 대한 그의 공은 누구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에 공감한다. 우리는 민주국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국가에는 크게
과거사에 대한 독일의 태도는 일본과는 대비된다. 독일의 철저한 반성은 때론 지나칠 정도로까지 비쳐진다. 독일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과거 독일군이 미군에게 당하는 장면이 나오면 만세를 부를 정도라고 한다. 올봄 지역대에 특강을 왔던 한 독문과 교수에게 들은 얘기다. 독일 국민, 독일군이 미군에 당할 때 만세 하는 이유아무리 과거사라고 해도 자기 나라 군대가 적군에게 패하는 장면에 박수까지 치는가? 특강이 끝난 뒤 독일 국민이 그 정도까지 된 이유를 물어봤다. 그 교수는 ‘교육’이라고 보았다. 독일은 어릴 때부터 나치 독일의 잘못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인 정용기 의원이 염홍철 전 시장을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정 의원은 염 전 시장을 위해 위즈덤 클럽이란 당내기구를 특별히 만들어 의장직을 제안했고 염 전 시장은 수용했다. 작년 지방선거 때 자당의 염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를 본 것으로 여기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선 내년 선거를 앞두고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방목 상태’ 염홍철 새누리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당직 맡기기는 문서상으론 새누리 소속이지만 ‘방목 상태’에 있던 염 전 시장을 일단 새누리 목장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 가두는 효과가 있다.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선언함으로써 ‘좌편향 국사’를 바로잡는 게 박근혜 정권의 소임이 됐다. 현 정부는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8종 가운데 7종이 이승만과 박정희로 이어지는 보수 세력에 대해선 야박하게 평가하고, 이들의 상대편에 대해선 후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본다.지난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4종을 빌려 읽어봤다. 그 중 하나는 전국 2300여개 학교 중 3곳만 쓰고 있다는 ‘우편향’ 교학사 교과서다. 논란이 많은 근현대사 부분만 살펴봤다. 70~80년대 국사책에 비하면 근현대사 분량이 크게 늘었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0년이다.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었다. 세종시에선 지방자치박람회가 열렸고, 시민단체도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지방자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고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필자도 그동안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꽤 써왔다. 중앙이 모두 장악하고 있는 권력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지방자치가 제대로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분권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지방분권 이뤄도 지방자치 잘 된다는 보장 없는 이유지방분권에는 조건이 필요하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의 지인에게 들었던 70년대 일화다. 한 강사가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생들에게 수학문제를 냈는데 3분의 2가 만점이었다. 강사는 문제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 시험을 다시 봤지만 그래도 만점자가 절반이었다고 한다. ‘신동아’(2004년3월호)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문제 누출이 아니라 변별력 때문에 재시험을 봤다는 게 다르다.과거 서울대 자연계 수석은 주로 전자공학과나 물리학과에서 나왔다. 그 전엔 화공과 인기가 더 높기도 했다. 공부깨나 한다는 이과계열 고교생들의 꿈은 의사보다는 과학자였다. 어쩌면 그들이 지금의 ‘I
주역(周易)은 동양 최고의 고전 가운데 하나다. 복희씨와 문왕이 짓고 공자가 해설을 달았다고 한다. 최소 2500년을 거치면서 기라성 같은 천재들의 도전과 시비에도 건재해온 책이다. 성인(聖人)들이 미완의 이론으로 남겼든, 비결(秘訣)로써 후대 문인들의 숙제로 남겼든 그래도 연구할 부분은 많다.경전의 문자와 구절 하나의 해석에 매달리는 공부가 많지만 이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연구에까지 도전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2500년 된 고전에 ‘도전하는’ 학자들이다. 우리 주변에도 있다.60년 공부해서 책 한 권 남긴 충남대 류
우리나라 인구는 약 5000만 명이다. 서울(수도권)에 2400만이 살고, 영남에 1300만 충청과 호남에 각각 500만이 산다. 인구수로 보면 대통령은 ‘서울’ 눈치를 가장 많이 봐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구가 작은 ‘지방’에 더 신경을 쓴다.대통령이 신경 쓰는 ‘지방’ 대구 광주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서울은 전체적으로 보면 정치적 편향성이 적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서울에는 각 지역 출신들이 모여살기 때문이다. 서울 인구가 절반을 차지해도 대통령은 서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인구는 작아도 ‘지방’에 더 신경이 간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재능은 크게 2가지다. ‘집권의 기술’과 ‘정치의 기술’이다. 전자가 부족하면 자신의 정치를 해볼 기회를 얻기 어렵고, 후자가 부족하면 권력을 잡아도 성과를 낼 수 없다. 정치의 기술은 곧 ‘정치력’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권의 기술은 곧 ‘득표력(지지율)’을 좌우한다.득표력은 정치력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지만 정치의 과정으로 보면 두 가지는 구별되는 요소다. 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이 이 두 가지를 갖추지 않으면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없다. 대권이든 지방권력이든 정치인에게 득표력과 정치력은 필수조건이다.정치인에게
KBS TV 프로에 ‘러브인 아시아’가 있었다. 올해 초 폐지됐다. 한국으로 시집온 이민여성과 그 가족의 삶을 보여주는 프로였다.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등 주로 동남아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많이 나왔다.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다문화가정의 삶을 보여줬다. 착한 한국인 사위가 아내와 함께 만리타국의 처가를 찾아가는 장면도 꼭 나왔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 농촌과 비슷한 풍경, 사위보다 더 착해 보이는 장인 장모와 그 가족들이 이민족 사위와 어울리는 모습은 늘 감동을 주었다. 자신의 딸이 한국이란 나라에서 낳아 데려온 이국적인
충남대 정문 앞을 지날 때면 충대가 교육부의 각종 사업에서 많은 상금을 받아왔다는 전광판 홍보문을 볼 수 있다. 작년에는 대학특성화사업에서 1위를 차지해 5년간 350억 원을 받는 등 많은 상금을 타왔다는 내용의 문구가 여러 달 동안 걸려 있었다.이런 현상은 충대만이 아닐 것이다. 많은 대학들은 교육부에서 받는 사업비나 상금이 큰 자랑거리다. 학문 실적이나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관한 홍보는 오히려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도 지방자치단체처럼 정부가 주는 사업비나 상금을 얼마나 많이 타오느냐로 경영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다.1등 달리던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