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충대 문제인가 충청권 문제인가?

김학용 주필

충남대 정문 앞을 지날 때면 충대가 교육부의 각종 사업에서 많은 상금을 받아왔다는 전광판 홍보문을 볼 수 있다. 작년에는 대학특성화사업에서 1위를 차지해 5년간 350억 원을 받는 등 많은 상금을 타왔다는 내용의 문구가 여러 달 동안 걸려 있었다.

이런 현상은 충대만이 아닐 것이다. 많은 대학들은 교육부에서 받는 사업비나 상금이 큰 자랑거리다. 학문 실적이나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관한 홍보는 오히려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도 지방자치단체처럼 정부가 주는 사업비나 상금을 얼마나 많이 타오느냐로 경영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다.

1등 달리던 충남대의 이해할 수 없는 추락

대학들은 교육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슈퍼갑이다. 교육부가 휘두르는 칼은 두 가지다. 인사와 돈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뽑은 대학총장도 정부 맘에 들지 않으면 임명장을 주지 않고, 교육부가 시키는 대로 해야 사업비와 상금도 받을 수 있다.

국립대든 사립대든 교육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교육부 말을 안 들으면 얻어 쓸 수 있는 돈이 날아간다. 지방 국립대의 경우 그 돈이 연간 150억 원은 된다고 한다. 학생 1000명이 내는 1년 등록금이 30억~40억 원 정도니까 대학으로선 큰 돈이다.

교육부는 각종 평가와 심사를 통해 상금을 준다. 그동안 우수한 성적을 거둬온 것으로 보였던 충남대가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대학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필자도 이해하기 어렵다. 밖에서 보는 충대는 교육부의 착한 학생이었다. 

충대 전광판을 볼 때마다 ‘충대가 노력은 꽤 하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충대가 다른 대학들보다 교육부의 말을 잘 들어 상금을 타오는 것이라는 비아냥도 없지는 않았다. 어느 경우든 충대가 거둔 성과로 보면 이번에도 우수한 점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전남, 전북대는 물론 한때 부실대 위기에 몰렸던 충북대도 A등급을 받았고, 지역 사립대 가운데는 한때 ‘부실대학’ 탈출이 목표였던 대학도 B등급을 받았다. 거점 국립대 가운데는 부산대가 B등급, 경북대는 충대와 같은 C등급이다.

‘교육부의 말을 잘 듣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에 따라 평가 점수가 갈렸다는 오해를 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 특히 국립대가 그렇다. D등급의 강원대와 C등급의 경북대 공주대는 ‘총장 문제’로 교육부와 갈등을 빚는 대학들이다.

모범생 충청권 대학들도 전국 최하위 성적

그런데 모범생 충남대의 부진한 성적은 무엇 때문인가. 충대는 교육부의 대학개혁 정책에 적극 호응해 왔다. 총장 간선제 개정에도 앞장섰고, 입학생 정원 감축 비율도 다른 국립대보다 높게 10%까지 잡아 교육부의 사랑을 받았다. 충대는 교육부의 A급 모범생으로 보였다. 충대의 이런 태도는 충청권의 타 대학들에게도 영향을 주면서 충청권 대학들끼리 교육부에 대해 ‘순종 경쟁’을 벌이는 듯하였다.

수도권과 영남권 대학들은 충청권처럼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번 평가 결과는 거꾸로 나왔다. 수도권 대학들은 A등급이 많았고, 교육부 말을 잘 들었던 충청권 대학들은 오히려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위 대학으로 평가받은 32개 대학 중 13개가 충청권에서 나왔고 A등급을 받은 충청권 대학은 2개에 불과하다. 전북지역의 7개 대학 가운데 5개가 A등급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분명 차이가 있다. 충청권 홀대를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그동안 충대가 자랑해온 우수한 성적이 과장되었을 수 있다는 의문도 든다. 충대 측은 그건 절대 아니라며 펄쩍 뛰고 있다. 충대는 평가자의 주관이 크게 반영될 수 있는 ‘정성평가(면접)’에서 점수가 깎였다는 점을 들어 평가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충대의 정성평가가 나쁜 이유는 설명하지 못한다.

같은 거점 국립대지만 강원대 경북대와 부산대는 교육부에 대들다가 시원찮은 점수가 나왔으니 이해가 간다. 약삭빠른 수도권 대학들은 고분고분하지 않으면서도 실속을 챙기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충대는 교육부의 말을 누구보다 잘 따랐는 데도 왜 이해할 수 없는 점수를 받았나?

충대의 무능이든 충청 홀대든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나는 충대가 정치적으로는 대전시나 충남도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자기 몫을 챙기는 데 있어 충청(특히 대전 충남)은 영호남을 따라가지 못한다. 충남대의 C등급,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그 원인을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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