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공주 유명 사립고등학교의 이상한 교육

공정과 신뢰는 교육의 근간이다. 하지만 공주시에 위치한 사립 A고의 ‘성적우수자 특별반’ 운영을 둘러싼 의혹은 그 근간을 흔들고 있다. 특정 학생들에게만 제공된 특혜와 이를 방조한 듯한 학교의 태도가 그렇다.  <디트뉴스>는 출결·수행평가·생활기록부·특별활동·시험지 요구 등 다양한 사례와 관련 정황을 추적하며, 이를 가능하게 한 학교 운영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본다.  이번 사안은 단지 한 학교의 일탈이 아닌, 지역 교육의 신뢰성과 형평성, 나아가 고교 서열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학생 간 차별의 실태와 그 배경을 사회적 맥락에서 조명하고하고자 한다. 총 5편으로 구성된 이 기획은 내부 증언과 자료, 전문가 분석을 바탕으로 특별반의 실체를 재구성하고, 제도적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 이제 학교는 ‘누구를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지, 다시 질문할 때다. 

① 성적우수자를 위한 '특별반'의 그림자 
② 기준은 있었을까..조작된 수행평가와 생기부
③ 학교의 주인은 학생일까, 사학재단일까
④ 교사들이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⑤ 공정한 교육의 조건 <끝>


B교사가 다른 교사들에게 생기부와 관련한 요청을 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갈무리. 
B교사가 다른 교사들에게 생기부와 관련한 요청을 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갈무리. 

외부 컨설팅 업체와 ‘생기부 복붙’ 지시

A고의 전·현직 교사들은 소망반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생활기록부(생기부) 작성을 위해 외부 컨설팅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보직교사 B씨가 외부 사교육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받아온 엑셀파일 내용을 실제 학교 생기부에 ‘붙여넣기’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공통된 증언을 하는 교사가 적지 않다.

이는 교사의 증언 뿐 아니라 소망반 출신 졸업생의 증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과 실제 컨설팅 내용이 담긴 엑셀파일 등으로 뒷받침된다.

그 결과물은 고스란히 학교 수업과 생기부에 반영됐다. 컨설팅 결과를 정리한 엑셀 파일에는 특정 학생의 활동 내용, 키워드, 생기부 추천 문구 등이 언급된다.

이 자료는 보직교사 B씨와 소망반 담당 교사를 통해 과목별 교사들에게 전달됐고, 일부 교사들에게는 “이대로 입력해달라”는 요구가 노골적으로 이어졌다.

생기부는 담임교사와 교과 교사가 직접 학생을 관찰하고 평가해 작성해야 하는 공적 문서다. 그러나 외부 업체의 ‘사적 기획서’가 그대로 반영됐다면 이는 교육 현장이 외부 입시 컨설팅에 휘둘리며 교사의 평가권이 무력화된 심각한 사례다.

디트뉴스가 입수한 단체 카카오톡 캡처본에는 이 같은 생기부 작성 지시가 정황 그대로 담겨 있다.

복수 교사들은 “이건 평가권 침해이자 생기부 조작”이라고 항의했으나, 학교는 이를 사실상 묵인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생기부 수정 요구가 있었던 과목은 다수에 달했고, 해당 문구를 교사가 그대로 입력한 정황도 확인됐다.

교사는 공교육 시스템의 마지막 보루이지만, 학교 내부 권력자에 의해 ‘명령에 따르는 존재’로 전락했다. 교육부의 지침이나 공적 절차보다 학교장의 지시가 우선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일탈을 넘어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준다.


“소망반에서도 차별 있었다”

과거 소망반 출신으로 현재 대학에 진학한 학생 D씨는 본지와 만나 소망반 내부의 차별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D씨는 “의대, 치대, 한의대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애들 위주로 지원이 몰리고, 강의나 챙겨주는 것도 그쪽만 집중됐다. 나머지는 확실히 대우가 달랐어요”라며 “소망반만 들어갈 수 있는 동아리가 따로 있었어요. 정규 동아리인데 일반 학생은 가입을 아예 못 했고, 소망반 애들이 다른 동아리를 하겠다고 하면 ‘왜 거길 하냐, 이게 더 좋다’면서 압박을 줬어요”라고 회상했다.

실제로 과학 동아리에 들어가려던 친구들이 강제로 빠지고 소망반 전용 동아리에 들어갔던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D씨는 “소망반에 들어갈 수 있는 기준은 사실상 없었던 것 같아요. 성적 순이라 하면서도 성적이 충분한 친구가 평판 안 좋다는 이유로 떨어지기도 했고, 반대로 성적도 낮고 평판도 좋지 않은 친구가 계속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죠. 1학년 때 뽑히면 3학년 때까지 거의 그대로 가는 구조였어요”라고 말했다.

소망반 담당 교사는 평소 소망반 학생들에게 소망반 내 일들을 외부로 유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밖에 얘기하지 말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시험지 공유, 특별 강의, 소망반 전용 매점 같은 건 절대 외부 학생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너희니까 해주는 거다’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D씨는 소망반 학생을 위한 생기부 조작과 관련해 “외부 컨설팅 업체에서 받아왔단 이야기를 들었어요. 소망반 애들 1대1 컨설팅을 받아오면 그 내용을 그대로 생기부에 넣으라고 했고, 나중에는 아예 업체랑 선생님들이 직접 얘기한 걸로 알아요. 다른 학교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죠”라고 말했다.

특히 소망반 안에서도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학생을 위한 별도의 차별이 있었음을 증언했다.

D씨는 “의대 준비하는 소수 애들은 공주대 강연이나 체험 기회도 따로 있었어요. 컨설팅도 걔네 위주였고, 수행평가 점수도 확실히 더 잘 챙겨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라고 강조했다.

물론 D씨의 자의적인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망반 학생들을 둘러싼 여러 특혜성 지원이 증거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A고등학교 내부에 조성된 작은 박물관 모습. 독자 제공. 
A고등학교 내부에 조성된 작은 박물관 모습. 독자 제공. 

평가 전 시스템 무력화…“기출문제 달라” 압박

A고에 재직하는 E교사도 충격적인 경험을 털어놨다. 당시 소망반을 총괄했던 보직교사 C씨가 E교사에게 특정 중학교 상위권 학생에게 제공할 ‘기출 문제’를 요구한 것이다.

E교사는 “담당 교사 동의 없이는 제공할 수 없다”며 거절했지만, B씨는 “교장 지시”라며 강행하려 했다. 결국 해당 시험지는 무단 복사돼 외부로 유출됐다.

기출문제는 출제 의도를 포함한 ‘학습 평가 자료’다. 이를 사전에 유출하는 행위는 특정 학생의 입시 유불리를 사전에 조작하는 것이며, 공정한 경쟁의 룰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행위다. 학교장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개입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뿐 아니다. 본지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C교사는 다른 교사에게도 수차례 시험 원안(문제 출제 전 최종안)을 요구했다.

특히 소수 정보를 소망반 학생만 입수하고, 그 결과 성적 차이를 만든다면 이는 공정성 훼손을 넘은 ‘입시 담합’에 가깝다.

‘특별 동아리’와 무력한 출결관리

“소망반을 운영하던 선생님이 동아리를 만들더니 ’이제 이 동아리는 우리가 관리하겠다‘라고 선언했어요. 그렇다 보니 저를 포함해 다른 선생님들도 그 동아리를 더 건들질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운영했던 동아리 역시 연속적으로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지만, 동아리가 생기면서 다 못하게 됐죠”

“소망반 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메디폼‘ 동아리 있었어요. 소망반 학생들이 ’메디폼‘말고 다른 동아리에 가입하려 하면 ‘다른 동아리보다 ’메디폼‘이 훨씬 좋다’, ‘그 동아리는 공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식으로 압박을 줬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억지로 원하던 동아리에서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소망반 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었던 특별 동아리 ‘메디폼’과 ‘두드림’은 사실상 입시를 위한 사교육 확장판이었다.

문제는 이 동아리 활동이 수업 시간 중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출결처리는 불투명했고, 인솔한 교사들의 복무 처리도 누락됐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F교사는 “정규 수업시간임에도 소망반 학생이 외부 활동을 나가며 ‘출석한 것처럼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그대로 양해해달라고만 할 뿐, 공식 문서나 복무 관련 공문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출결처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정상 수업이 이뤄지는 시간부터 동아리 학생들은 외부수업을 나가기도 했어요”

‘출결’은 성적과 더불어 대학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이에 대한 이중 기준은, 실제로는 수업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이 기록상 ‘모범생’으로 남게 만드는 조작 행위다. 교무행정 시스템이 ‘특정반을 위한 면죄부’로 전락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해당 활동은 정규 교과 시간이 아닌 ‘창체 시간’으로 둔갑됐다.

수행평가 결과 안 바꾸니 ‘교과 과목 지도 배제’

다른 교사는 동료교사가 보직교사 C씨의 부당한 지시에 불복하자 ‘교과 과목 배제’라는 결과로 돌아왔다는 증언도 했다.

G교사는 동료 H교사가 학교장과 B씨로부터 겪은 폭언을 들었던 내용을 전했다.

G교사는 “내신을 유리하게 받으러 우리 학교로 온 소망반 학생이 있었어요. H교사가 가르치던 과목 수행평가에서 2등급을 받았는데, 어느날 B교사가 G교사를 부르더니 왜 그 학생이 2등급이냐고 항의했어요”라고 말했다.

G교사는 이해할 수 없었다. H교사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학생이 제출한 결과지를 평가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후 교사는 이 사실을 교장에게 보고한다. 이후 H교사가 마치 수행평가 점수를 고의로 깎아서 의대 갈 아이의 성적을 망친 것처럼 몰아갔다고 한다.

G교사는 이전에도 소망반은 운영됐지만 유독 B교사가 소망반을 맡게 되면서 온갖 잡음이 흘러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는 “C씨가 맡으면서 생기부 수정, 특별 동아리 별도 운영 등 해서는 안되는 일이 많이 벌어졌어요. 이처럼 C씨가 무리수를 두는 건 아무래도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진급때문 인 것 같아요. 외부에 홍보할 때 ‘의대생 배출’ 이라는 타이틀을 원했던 것이겠죠.”라며 씁쓸해했다.

공교육의 본령은 학생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학교 내부에서는 이미 ‘선택받은 학생’만을 위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동아리, 출결, 생기부, 시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규칙이 ‘특정 목적을 위해’ 유연하게 왜곡됐다면,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닌 공적 제도에 대한 조직적 조작이다.

특정 학생의 입시 실적을 위해 교사들의 평가권이 무력화되고, 외부 컨설팅이 생기부를 대체하며, 동아리와 시험 문제조차도 차별적으로 운용된 공주A고 사태는 단순한 ‘개별 교사의 일탈’이 아니다. 이는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입시 결과’만을 추구하는 왜곡된 학교 시스템의 반영이다.

이번 사안은 일부 교사나 학생의 일탈이 아닌, 학교 전체가 입시 실적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 아래 움직여 온 구조적 문제다. 교장은 교육 행정의 수장이 아닌, 입시 실적의 관리자였고, 교무부장은 평가와 담임 인사를 통한 권력의 행정관으로 기능했다. 이는 학교가 교육기관이 아닌 ‘입시 제작소’로 변질됐음을 보여준다.

현재 B교사는 결국 경질됐다. 하지만 C교사는 보직도, 직위도 해제되지 않았다. 본지가 접촉한 다수의 교사들은 C교사가 왜 이렇게까지 수행평가 정정과 같은 무리수를 두면서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지 궁금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사실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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