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하구둑 개방' 추진하는 부여군 향한 비판
협력 절실한 당면 과제에 불필요한 감정 드러내

왼쪽부터 김기웅 서천군수, 박정현 부여군수. 김다소미 기자. 
왼쪽부터 김기웅 서천군수, 박정현 부여군수. 김다소미 기자. 

김기웅 서천군수가 22일 오전 당진시청에서 열린 충남시장군수협의회에서 부여군이 주력하고 있는 ‘금강하구둑 개방’과 관련해 정책의 본질적 필요성보다 주도권 선점에 대한 불만과 불필요한 견제 발언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문제가 된 발언은 부여군을 향한 “부여가 금강하구둑과 무슨 상관이냐”, “예의를 지켜달라”, “제대로 알고 하라”는 대목이다. 이날 박정현 부여군수는 국회 일정으로 협의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홍은아 부군수가 대신했다.

김 군수는 공식 회의 시작 전부터 홍 부군수를 향해 ‘해수유통’을 언급하며 “제대로 알고 (추진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부군수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회의 시작 후 김 군수는 공식 안건을 건의한 후 대부분의 발언 시간을 부여군을 향한 비판과 다른 단체장의 동의를 호소하는 부분에 할애했다.

단순한 수문 개방 논의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주도권 경쟁에서 소외될 것에 대한 정치적 불만 표출로 읽힌다.

초당적 협력 필요한 ‘금강하구둑 개방’


금강하구둑 개방은 박정현 부여군수가 취임전인 2010년부터 주장해온 생태 정책 중 하나이다. 2021년에는 충남도에 ‘금강 하구둑 생태복원’의 21대 대선공약 반영을 정식 건의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관련 사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하구생태복원전국회의 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하구생태복원전국회의 주최로 ‘영산강·금강하구 생태복원 초광역 대선 국정과제 채택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직접 연단에 서서 당위성을 피력했다. 금강 영향권인 부여, 서천을 비롯해 전남 등 336개 기관 및 단체가 함께하는 협의체다.

개방의 목적이 특정 지역만을 위한 것이 아닌, 범금강권의 생태 정책 방향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각 지자체와 정부의 초당적 협력이 관건으로 꼽힌다. 최근 이 문제는 급물살을 타 이번 조기대선에서도 이재명 대선 후보 공약에 반영됐다.

“예의 지켜달라” 발언의 속뜻은? 환경보다 주도권?


금강하구둑 개방은 단순한 수리시설 문제가 아니다. 금강 수계 전역에 걸쳐 수질 회복과 생태계 복원을 위해 수년간 추진돼온 과제다. 환경부, 해양수산부, 충남도, 금강유역의 여러 지자체가 공동으로 논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해수 유통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와중에 김 군수가 회의 석상에서 ‘부여는 하구둑과 무관하다’며 타 지자체의 참여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정책의 본질보다는 지역 간 ‘주도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천은 금강하구둑 하류에 위치해 금강 물관리 문제에서 중심적 위치를 점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여군, 논산시, 심지어 충남도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이뤄지고 있다.

김 군수는 “서천은 지리적으로 금강 하구에 위치해 금강 상류 인접 시군으로부터 흘러온 각종 부유 쓰레기, 퇴적물 등으로 막대한 환경,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이로 인해 군은 매년 3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정화 및 수질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조 절실한데 ‘연대 단절’ 외치는 김 군수


이어 “(전북) 용담댐 광역 상수도가 군의 11개 읍면 전체로 확대되면서 주민 85% 이상이 물 이용 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금강 하구 피해를 감내하면서 용담댐 물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부담금까지 이중으로 부담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물이용부담금의 부과면제 지역 포함’을 건의했다.

이후 “사전 회의자료에는 없지만 금강하구둑이 생기면서 전북 군산시와 서천군의 갯벌이 전부 오염되고 썩어가고 있다. 해수유통(개방) 관련해 부여군에서 계속 회의(토론회 등)를 하고 있는데 부여와 해수유통이 무슨 관계가 있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군수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천 갯벌 문제는 국가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군산시하고 서천군이 대선 이후 해수유통 관련해 과학적으로 (풀어가려 한다)”면서도 “과거 (이 문제는) 선거용으로 계속 (활용됐다). 그래서 근거를 가지고 확실하게 (해결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현 “매우 유감, 반대 근거 제시하라”


이어 부여군을 향해 “같은 지자체로서 예의를 지켜달라”며 “우리군의 어려움을 깊이 헤아려주시고 다른 시장군수님들께서도 공동 건의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기웅 군수의 논리는 금강을 상·하류의 단절된 공간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하구둑이 물의 흐름을 막으면 유속 저하, 퇴적물 증가, 수질 악화 등은 상류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백제보 인근 부여군이 하구둑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정현 군수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금강은 부여 뿐 아니라 전북 익산, 군산, 서천, 논산까지 아우른다. 부여는 중하류에 속하는데 금강 수계가 총 400km이고 부여 백제보가 350km 지점이다. 세도면과 양화면까지 보면 거의 380km에 육박한다. 기수역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박 군수는 “부여는 금강 수계 지자체일 뿐 아니라 영향을 직접 받는 지역이 분명하다. 실제 금강하구둑이 생기면서 부여 내수면 어업이 파탄됐다. 회유 어종 중에 황복 등은 바다로 나갔다가 산란기 때 (금강으로) 들어오는데 다 실종됐다”며 “지역 경제하고도 관계가 분명하고 여름마다 녹조가 창궐한다. 강을 활용한 관광 산업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군수는 “금강하구둑 막으면서 굉장한 타격을 받았다. 김 군수의 발언은 굉장히 유감스럽다. 부여가 무슨 관계가 있냐는것도 말도 안되는 말씀”이라며 “김 군수님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함부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생각은 누구나 다를 수 있고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다만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해수 유통을 원하는 다수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의 입장과 생각이 다르다고 이 일을 추진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할 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번 충남지방정부협의회때까지도 개방 자체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시다가 왜 갑자기 개방에 찬성 기조로 돌아섰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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