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민주주의·인권 지향하는 UCLG인데...
이장우 대전시장이 오는 10월부터 국제기구인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회장으로 활동한다. 지난 2022년 10월 대전에서 열린 UCLG 총회에서 차기 회장 입후보자 4명이 합의에 따라 1년씩 회장을 맡기로 했다. 마지막 1년 임기는 이장우 시장 차례다.
‘대전’이라는 도시브랜드를 세계에 조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에 시민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이 시장 개인도 축하받을 일이다.
그러나 시장의 행보가 UCLG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제기구의 수장과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상호 대립적일 수는 없다. ‘UCLG’라는 국제기구도 이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세계지방정부연합은 그 명칭에서 엿볼 수 있듯, 국가가 아닌 도시간 연대체다. 전 세계 도시가 안고 있는 빈곤, 환경오염, 빈부격차 해소는 물론이고 자치분권 등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함께 모색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설립된 국제기구다.
물론 인류 보편의 가치 추구는 기본이다. 민주주의 신장과 인권옹호와 같은 내용은 UCLG가 꾸준하게 추구해 온 가치다. 기구의 설립 취지와 조직, 각종 선언 등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일례로 UCLG 인권위원회가 지난 2021년 4월 발표한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비판 성명은 이 국제기구 성격을 잘 보여 준다.
“그들은 끊임없는 위협, 폭력적인 공격, 보안군과 정부 요원의 무차별적인 무력 사용에 직면해 있고,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위험에 처해 있는 언론인, 인권 지도자 및 관료들의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정권에 의해 체포된 민주 지도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모든 시민의 기본권, 특히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요구한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총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2월 쿠데타 후 계엄령을 선포했다. UCLG인권위는 2개월 뒤, 미얀마 쿠데타와 계엄령 선포가 불러온 민주주의 파괴, 반인권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민주주의, 인권 수호 측면에서 너무나 당연한 행동이다.
4년 전 미얀마의 비상계엄 선포가 오늘의 대한민국에 주는 교훈도 있다. ‘야당에 대한 엄포용, 몇 시간짜리 국민 계몽령’이라는 윤석열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얀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지도자, 민주인사와 비판적 언론인, 인권운동가에 대한 구금과 살해는 비상계엄 후 필연적으로 펼쳐지는 비극이다. 미얀마뿐 아니라 세계사가 입증한다.
혹자는 비상계엄에 따른 인권 말살이 미얀마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한국에서 가능하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의 수첩에 적힌 내용대로라면 한국의 상황은 미얀마보다 더 끔찍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12·3 비상계엄이 조기에 해제되지 않았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UCLG 등 국제기구가 어떤 자세를 취했을지도 너무나 자명하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민주주의 성숙도를 고려할 때,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오는 10월이면 UCLG 회장으로 활동해야 할 이장우 대전시장의 행보는 UCLG가 추구하는 가치와 사뭇 다르다. 국민의힘 소속 시장·도지사 협의체 등을 통해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세를 취해 왔다.
급기야 지난 22일에는 극우성향 기독교단체가 주도하는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대전지역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을 이끌고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야당과 시민사회 비판이 거셌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제기구 수장인 UCLG 회장에게 외신이 던질 질문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에 대한 의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비상계엄(Martial Law)에 대한 입장, 비판 언론과 시민민주주의에 대한 선출된 자의 자세. 이런 질문은 한국 기자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기자들도 던질 수 있는 예상 질문이다. 이 시장이 10월이 오기 전에 답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