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단죄 없이 ‘평온한 일상’도 없다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22분,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22분,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자료사진.

윤석열 파면은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 한 명에 대한 징계처분만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 민주주의가 파시스트 폭력에 보내는 준엄한 심판의 의미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폭력의 전염성을 확인했다. 국가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이 정적과 비판 세력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은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동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행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통한 KBS 장악 · YTN 민영화 · MBC 배제 등 언론탄압,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에 대한 악마화, 복지와 평등에 대한 적개심 등은 폭력을 사회 곳곳으로 전파했다.

윤석열의 가장 큰 사회적 해악은 폭력을 전염시켰다는 점이다. 그의 짧은 재임 기간, 파시스트적 내면을 지닌 권력자들이 유감없이 힘 자랑(?)한 이유는 거리낌 없는 우두머리의 행태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정치적 경쟁자와 비판 세력, 비판 언론에 대해 마구잡이 린치를 가하는 모습은 ‘그렇게 해도 된다’는 신호로 작동했다. 폭력의 전염성은 용산과 여의도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지방자치단체 골목길에까지 번져 풀뿌리 언론과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공동체를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다수의 약자는 폭력에 주눅들어 숨죽이며 하루하루를 견뎠지만, 군경을 동원한 친위쿠데타 비상계엄의 폭력 앞에 폭발하고 말았다. 남태령 시위에서 볼 수 있듯 서로가 서로를 지켜야 한다는 강한 연대가 폭력에 맞서는 용기가 됐고, 실제로 폭력을 뛰어넘는 무기가 됐다.

대한민국 국민은 무능하고 부도덕한 대통령을 이미 끌어내렸고, 권력에 심취해 폭력을 일삼은 대통령을 오늘 또 끌어내렸다. ‘K민주주의 저력’이라고 자평하기에 우리 모두가 겪은 고통과 충격이 너무 크다. 일상의 평온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함께 깨달았다.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윤석열 파면은 모든 폭력의 종언을 뜻하지 않는다. 군경을 동원한 친위쿠데타 비상계엄을 기획한 세력은 물론이고 폭력을 두둔하고 정당화한 동조자까지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어제까지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헌법재판소를 향해 기각과 각하를 촉구하며 윤석열 복귀를 주장하던 자들이 하루아침에 태세 전환을 하고 국민주권을 입에 올리고 있다. 우두머리 파면에 놀라 단죄를 피하려는 꼼수다.

단죄는 형사처벌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들에게서 잘못된 인식과 태도에 대한 처절한 반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폭력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폭력이 모든 권력관계로 너무 쉽게 전염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기업과 학교, 심지어 가정도 안전지대가 되기 어렵다. 평온한 일상은 평온하게 산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묻고 비판하고 토론하면서 폭력을 제압해야만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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