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단체장 중 유일하게 핵심 역할 맡아
보수텃밭에서 '인물론' 입증, 열세→강세 이변
충남 대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정현 부여군수가 최근 친명 최대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충남)’의 상임고문을 맡아 당내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팽창하고 있다.
2023년 출범한 혁신회의는 회원 31명의 조직으로 지난 22대 총선 이후 당내 최대 친명 계파로 성장했다.
박 군수는 16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2기 출범식에서 “나라가 어렵다. 대한민국과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계신 동지들이 이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장기수 상임공동대표와 함께 동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내란수괴 파면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과 극우세력의 친일·반역사적 역행 심판, 대선 승리로 정권교체, 민주공화국 수호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혁신회의의 충남 지역 인사가 일부 포함된 가운데 현직 단체장은 박 군수가 유일하다. 부여군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과 부여를 지역구로 둔 충남도의회 소속 김민수(비례) 의원은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기서 도의원(부여1)은 준비위원장에 위촉됐다.
尹 정부 향한 비판 수위↑ 지역 내 친명 스피커 역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난데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박정현 부여군수는 11일 민주당 소속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중에서 처음으로 ‘탄핵’을 직접 언급, 피켓시위에 나섰다.
박 군수가 시작한 윤 정부의 국정목표 액자 철거와 1인 피켓 시위는 이후 김동연 경기지사를 비롯해 민주당 기초단체장 사이 릴레이 형태로 확산했다. 위기 앞에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성향이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박 군수가 ‘친명계’ 주요 인물로 확실하게 각인됐던 건 2021년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이 대표의 충남 예산 충의사 방문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군수는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대변인으로 10명의 충남 기초단체장 중 유일하게 현장을 찾아 이 대표와 만나며 눈길을 끌었다.
며칠 뒤 충남도청 광장에서 도내 민주당 소속 광역·기초 의원과 함께 현직 자치단체장 중 처음으로 대선 주자 이재명 후보 지지를 공식화하며 “민주정부 4기 창출의 선봉대가 되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 군수는 이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의 3가지 기본원칙은 민주주의, 남북 한반도 평화, 서민경제다. 이중 가장 심각한 것은 서민경제로, 양극화와 소득격차가 크다”고 말하며 이재명 대표의 시그니처 정책이었던 ‘기본소득’을 기반에 둔 경제 아젠다를 강조한 바 있다.
충청권 최초로 농민수당 도입, 재난지원금 지역화폐 지급 등 수도권에서만 주목받았던 ‘기본소득’ 개념을 가장 충실하게 지자체에 뿌리 내린 인물이 박 군수다.
실제 이재명 대표의 지역화폐 정책을 지역화 한 박 군수의 ‘굿뜨래페이’는 출시 이후 번번히 국비 확보에 난항을 겪었던 타 지자체의 지역화폐와 달리 독자적인 시스템 개발로 한층 탄력을 얻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정책의 효용성과 성과를 입증받은 바 있다.
보수 텃밭에서 民 최초 깃발 꽂아
불리한 정치지형 타파한 ‘인물론’
民 열세지역에서 ‘강세’ 지역으로 변화 이끌어
박 군수는 ‘보수 텃밭’ 부여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돼 재선까지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 20대 대선을 보면 박 군수에게 불리했던 정치 지형이 다시 한번 확인된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57.69%(2만5136표)를 얻었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38.58%( 1만6813표)를 얻는 데 그쳤다. 직전 총선도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전국적으로 참패했지만, 후보로 나섰던 정진석 전 의원은 압승했다.
이 같은 전적 탓에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는 보수 여당 광풍이 불며 박 군수의 재선이 불확실했지만, 상대였던 국민의힘 홍표근 후보 (37.97%, 1만3424표)를 24.05%p(62.02%, 2만1926표) 차이로 제치고 충남 기초단체장 중 가장 큰 격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여당의 거센 바람을 뚫고 민주당 승리라는 이변을 써낸 거다. 부여군민은 정당을 넘어 ‘박정현’이라는 인물론에 표를 던져준 셈이다.
특히 같이 치른 충남지사 선거도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양승조 민주당 후보를 이기며 교차 선택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세 번째 리턴매치로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던 박수현 의원(공주·부여·청양)과 정진석 전 의원의 총선 대결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별 득표를 따져보면 박 의원이 처음으로 부여에서 정 전 의원을 제압하고 최종 당선된 가운데 ‘부여표심’이 승리 요인으로 분명히 작용한 것.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박 군수가 그간 보여줬던 정치적 스탠스를 미뤄볼 때 확실한 자신만의 소신이 있다”며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차기 지방선거까지 이 흐름이 이어진다고 볼 때 당내 분명한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 군수의 공익추구형 정치 스타일과 정권심판이라는 상황이 맞물려 특유의 발빠른 추진력과 명확한 방향성이 기대된다”며 “인구 6만 명이 붕괴된 군 단위 단체장의 한계를 넘는 행보가 있을 거로 본다. 위기 앞에 강한 행동력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