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부여 임천면 구교리, 제방 둑 무너져
충남 논산·서천 인명사고 발생
금강변 인근 시군 근본 대책 마련돼야
“비가 워찌나 씨게(얼마나 세게) 오는지 잠을 못 자고 새벽 2시까지 뜬눈으로 있다가 간신히 자려고 하는디 주방 문이 와장창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언제 폭우가 퍼 부었냐는 듯 해가 떴던 10일 오전, 부여 임천면 구교리에서 물에 잠긴 집을 바라보던 방새순(80) 씨가 새벽의 다급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굵어지는 빗소리에 잠 못 이루던 방 씨 부부는 이날 오전 2시 30분께 뒷마당과 연결된 주방 문이 깨지는 소리에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거실은 순식간에 흙탕물로 뒤덮였고 10여 분 사이에 냉장고, 세탁기, TV 등은 물론 각 방과 화장실까지 물이 차올랐다.
방 씨 부부는 곧바로 군과 소방서에 신고하고 밖을 나갔지만, 아랫집 윗집 할 거 없이 온통 흙물로 뒤 덮인 광경을 마주했다. 집 바로 옆 도로는 방지턱이 깨지고 어디가 길인지도 모를 만큼 쓰러진 나무와 각종 집기가 뒹굴었다.
방 씨 집은 재작년과 작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상황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올해 비 피해는 컸다.
집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의 제방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둑이 무너지면서 폭우와 함께 급류는 방 씨 집을 비롯해 그 일대 마을을 덮쳤다.
제방 바로 옆 방 씨가 심었던 과수도 함께 떠내려 왔다.
방 씨는 “이번에는 사과도 많이 열려서 좋아했는디, 어디로 떠내려갔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과 소일거리로 돈을 벌었던 벌통도 온통 흙으로 뒤범벅이 돼 앞 마당에 널부러졌다.
방 씨 집에서 20m 아래에 위치한 그의 형님 이미영(80) 씨 집은 상황이 그나마 낫다. 집 울타리와 마을길이 엉망이 됐고, 사람이 지나다니기도 힘들었다.
이 씨는 “집은 멀쩡해서 다행인디 댐벼락(담)이 두동강이 났으니 원.. 여 동네는 다들 노인네들이라 유모차도 끌고 댕기는디, 다닐 길이 없어져 버렸구만”이라며 하소연했다.
부여군에는 이날 새벽에만 240㎜의 비가 내렸다. 충화면 만지리에서 임천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1차선이 유실돼 차량이 전면 통제됐다.
금강변을 끼고 있는 부여군은 저지대로 수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2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각 하천과 소류지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마곡사의 말사인 대조사도 나무가 전도됐고, 문화재인 부여나성과 능안골고분군, 가림성도 토사가 유출됐다.
이날 충남 논산에선 새벽에 승강기가 침수돼 남성 1명이 숨졌다. 서천에선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70대 남성이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다.
서천고등학교도 산사태로 토사물 일부가 학교를 덮쳤지만 다행히 개교기념일이라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한편 이날 충남에선 284.5㎜의 비가 내렸고 논산이 396.8㎜ 기록해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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