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대전열병합 발전 LNG 증설 ‘뜨거운 감자’
대전열병합발전㈜이 추진 중이 LNG발전 증설 문제가 지역사회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LNG복합발전 또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꺼야 할 불”로 보는 환경주의 시각과 LNG를 그나마 “착한 화석연료”라고 바라보는 현실주의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이다.
신재생으로 가는 길 ‘LNG 다리’ 건너야 하나
‘기후위기 시대, 더 이상 석탄화력 발전을 이어갈 수 없다’는 대의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내 석탄화력 발전의 절반이 집중돼 있는 충남의 경우, 단계적 폐쇄계획에 따라 가동이 순차적으로 중단될 예정이다.
문제는 석탄화력 발전 폐쇄 이후의 에너지 대안이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원자력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은 이미 대세로 굳어졌다. 원전을 얼마나 빨리 끌 것이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 석탄화력 발전의 대안으로 원전증설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물론 태양광이나 풍력, 조·수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당장 석탄화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면, 논란의 여지없이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중간단계로 ‘LNG발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산업계의 시각이다.
탄소중립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 역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목에 ‘LNG의 가교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중이다. 가동 후 30년이 지난 석탄발전은 모두 폐지하고 LNG발전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산자부의 최신판 전력수급기본계획 내용이다.
그러나 ‘LNG의 가교역할’에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환경주의적 관점에서 LNG는 또 다른 화석연료의 일부일 뿐이고, 대중적으로 각인된 청정에너지란 이미지와 달리 석탄화력 못지않은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공해물질을 내뿜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석탄화력 발전 감축으로 줄어드는 전력량을 LNG발전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시각 자체가 잘 못”이라고 주장한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을 위해서 ‘에너지 사용 감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환경운동(?)하는 에너지기업과 원전마피아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상충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원자력계 일부는 LNG가 원자력보다 훨씬 값비싸고 심지어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에너지라는 점을 주장해 왔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면서 끊임없이 LNG를 함께 공격해 왔다. ‘적의 적은 동지’라고 했던가. 원자력계가 제공한 LNG 공격논리를 환경주의자가 차용해 LNG발전 반대논리로 활용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석탄화력 발전이 LNG발전으로 대체되는 것에 대한 노동계 반발도 중요한 쟁점이다. 석탄화력 발전에 종사하는 노동자 절반 정도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정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화두까지 생겨났다.
文정부 에너지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당 정치인(?)
대전열병합발전은 LPG와 벙커C유 등을 사용하는 기존 113MW(메가와트)급 발전설비를 495MW급 LNG발전 설비로 교체하기위한 사업변경 절차에 들어갔다. 전국적 에너지 전환 규모와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사실 논란 축에도 끼기 어려운 규모다.
그러나 이 작은 에너지 전환에도 온갖 관점과 이해관계가 맞물려 복잡하고 다층적인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의 선출직 정치인들에게도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묻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정의당이나 녹색연합 등이 환경적 관점에서 대전열병합의 LNG 발전증설과 전환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민주당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반기를 들며 반대투쟁의 전면에 서 있는 모습은 뭔가 어색한 풍경이다. 민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인 박영순 시당위원장, 허태정 대전시장, 박정현 대덕구청장의 입장까지도 엇갈리고 있다.
정치뿐 아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환경운동과 현실정치와 에너지기업의 이해관계를 살펴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특정한 입장에 경도돼 여론몰이에 앞장서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금 대전에서 펼쳐지고 있는 LNG발전 증설 논란은 국내 에너지전환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축소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