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시·도지사 ‘친목 모임’지적, 시민사회·정치권 공조체계 ‘급선무’
충청권 현안을 논의하는 행정협의회가 가시적 성과를 위해선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과 메가시티, 광역철도망 등 대형 이슈는 정치권과 공조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충청권 4개 시·도(대전·세종·충남·충북)은 지난 1995년 3월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행정협의회를 설립했다.
매년 2회(상·하반기) 정기회의를 개최하며, 필요시에는 임시 회의를 열고 있다. 또 2015년부터 세종시에 행정협의회 전담 조직인 ‘상생협력기획단’을 운영하고 있다. 인력은 각 시·도에서 1명씩 파견해 4명으로 구성했다.
실천적 행동 없이 ‘공동 건의문’ 채택 등 구호만
행정력 한계 극복 노력 ‘미흡’ 지적도
하지만 현안과 관련한 공동건의문과 성명서 채택에 머물면서 시·도지사들의 ‘친목 모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도지사가 직접 국회와 중앙 부처를 찾아 현안을 건의하고, 지역 민심을 전달하는 등 실천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공조체계를 통해 행정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4개 시·도지사는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공동 대응에는 공감하면서도, 국회나 정부 부처에는 개별적인 방문과 면담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4개 시·도지사들이 지역에서만 목소리를 낼 게 아니라, 국회나 정부 부처를 함께 찾아가고, 필요하면 대통령 면담까지 요구하는 등 실천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와의 협력도 답보 상태에 있다. 지난해 9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충청권 민·관·정 협의회’가 출범했지만, 유기적인 협력 체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상정한 국회법개정안은 공론화 부족을 이유로 심사가 보류된 데 이어 3월 국회에서는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는 오는 22일 열리는 법안소위에 국회 세종 이전의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세종의사당·메가시티·철도망 등 대형 현안 진도 못 나가
시민사회·정치권 공조 통한 실효성 확보 필요
충청권 광역철도망의 경우는 지자체간 이견으로 ‘교통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 세종시는 조치원~오송 구간을 광역철도가 아닌 일반철도로 요구하고 있으며, 충북도는 청주 도심을 관통하는 노선 반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갑)은 최근 기자와 만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을 요구한 전국 사업이 180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이 중 광역권에 1~2개 정도 반영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충청권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조율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 메가시티 역시 지난해 11월 행정협의회에서 ‘광역생활경제권(메가시티) 추진 합의문’ 등을 채택했지만, 지역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행정협의회는 최근 세종시 회의에서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수립 공동연구’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연구에 드는 사업비 1억원은 4개 시·도가 2500만원씩 분담해 오는 11월까지 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일각에선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 각계와 공조체계를 구축해 실행력을 높여 실효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의 창’ 열리는데, 충청권 리더십 부재”
“돌파구 마련 위해 민·관·정 논의 테이블 필요”
충남도 관계자는 22일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행정협의회 취지가 4개 시·도 협력을 모색하자는 것이지만, 그 내용 안에 정치권과 공조와 관련해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민·관·정 행정협의회는 행정수도 완성 이슈가 부각하면서 만들어진 것인데, 코로나 상황 악화로 인해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행정협의회는 공무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임기나 인사 때문에 지속적이거나 중장기적 운영에 취약점이 있다”며 “시민사회나 전문가 단체, 정당이 관여해야 하는데, 그런 접근이 없다 보니 몇 년 동안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지역균형 뉴딜을 포함해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적으로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는데, 충청권은 새로운 얘기가 없다”고도 쓴소리했다.
권 교수는 “단체장이 리더십이 없다면, 시민사회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정치권 역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민·관과 논의의 테이블을 만들어 지원·공조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