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양승조 충남지사 “정무직 강화” 발언 나온 이유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정무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정무기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충분히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인력을 보강하거나 현재 있는 인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최종 수정 27일 오후 6시 42분)

지난 25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승조 충남지사가 정무기능 강화 필요성을 인정하며 꺼낸 말이다. 앞서 지난 1월 이우성 문화체육부지사 임명을 발표할 때 정무기능 축소를 우려한 질문에 “정무적 역할은 김용찬 행정부지사와 함께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여기서 먼저 ‘정무(政務)적 역할’을 정리하고 갔으면 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정치상의 사무, 혹은 행정과 관련된 업무’를 뜻한다. 매우 포괄적이지만 문체부지사의 전신인 정무부지사의 유래를 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지난 1995년 7월 당시 행정자치부는 시·도지사의 정무적 기능을 보좌하기 위해 ‘정무부지사’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그 업무를 대외 업무 성격이 짙은 정당, 의회, 공보, 체육 4개 분야를 관장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런 의미에서 볼때 충남도의 문체부지사의 기능은 기존 정무부지사 역할 안에 포함돼 있던 셈이다. 

오히려 ‘문화·체육’에 방점을 찍으며 정당과 의회, 공보의 기능이 축소된 느낌마저 든다. 2018년 10월 1일 문체부지사로 전환됐을 때 우려된 부분이며, 2년여가 지난 지금 상당부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잡음이 불거지며 ‘정무적 기능’에 대한 공백이 선명해졌다. 

물론 도의회의 감사 중 파행이나 특정 의원의 과격한 언행 등은 꾸준히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집행부 자세에 아쉬움이 남는다. 여당이 다수인 구조임에도 정치적 소통과 협조는 찾아보기 어렵다.

도의원들은 문체부지사 관할 산하기관의 저조한 실적을 언급하며 실효성을 지적했다. 공공기관 이전 등과 관련해 여당 도의원이 ‘다른 사람 통해 아무리 말해야 전달이 안 된다’는 불만을 담아 도지사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막말 논란의 경우, 해당 도의원의 지역구는 양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당선됐던 지역구며, 현재는 충남도 비서실장 출신인 문진석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대 언론 업무 역시 지적되는 부분이다. 안장헌 도의회 기획경제위원장은 언론업무를 담당하는 현 공보관실 체제를 ‘대변인’ 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공보관실 체제는 경직된 과거 공직문화로, 변화하는 언론시장에 대응하고 도정 홍보로 도민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웃 대전과 세종도 대변인 체제를 도입한 상태다.

문체부지사 이후 정당·의회·공보 기능 공백 선명
정무보좌관 4개월째 공석…오히려 희미한 존재감 부각

지난 1월 이우성 문화체육부지사(왼쪽)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는 양승조 충남지사.

일부에서는 개방형 대변인제를 도입할 경우 캠프 관련 인사가 또 다른 ‘정무직’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의견도 제시한다. 하지만 양 지사로서는 저출산극복을 비롯한 주요도정의 부족한 홍보 등 언론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실제 양 지사도 중앙언론에 도정 홍보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관련부서에 적극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직 중 상당기간 공석 상태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박완수 국회의원(국민의힘·창원 의창)의 '단체장 지원 정무기능 등 수행직원 현황' 자료를 보면 충남도는 4명의 정무직에게 연간 총 2억 4852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4명은 위에 언급한 문체부지사를 비롯 정책보좌관, 정무보좌관, 서울대외협력본부장(서울사무소장) 등이다. 이중 4급 상당의 정무보좌관은 8월 초부터 4개월째 공석인 상태다. 

도는 대언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언론 출신의 인사를 물색 중이지만 섭외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에 언급한 언론 담당인재의 부재를 방증하기도 한다. 역으로 정무보좌관이 처음 만들어질 때 불거진 위인설관(爲人設官) 논란이 다시 들린다. 장기간 자리를 비워도 존재감이 없을 만큼 없어도 됐던 자리 아니었냐는 것. 

민원인들의 원성도 들린다. 지난 25일 아산시 탕정테크노산단 토지주 대표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담당실과와 비서실을 통해 수차례 도지사와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중간에서 비서실장이 면담을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비서실장은 "이미 여러번 저와 지사와 면담을 가진 분들이다. 15개 시군의 현안에 대해 도지사가 모두 만날 순 없다"며 "민원의 기본 처리는 담당부서가 협의해 면담여부를 결정하는 게 기본"이라고 해명했다.

도 관계자는 “양 지사가 최근 이우성 문체부지사에게 도의회와 소통관계에 보다 집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대변인제는 아직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정무보좌관은 적임자를 물신양면으로 찾고 있다. (양 지사가) 기능적·인적 보강 차원에서 정무기능 강화를 언급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무기능의 가장 큰 역할은 결정권자에게 왜곡되지 않은 민의와 조직 내 상황을 전달하는 ‘소통창구’다. 코로나19 속에서 우리는 마스크를 쓰며 새삼 깨닫고 있다. 대화는 말을 통한 메시지뿐 아니라 표정과 입모양, 억양과 톤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있어야 ‘공감’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충남도가 정무기능을 놓치고 있는 것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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