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대권 조바심 엿보여…도민 눈높이 도정 우선해야

양승조 충남지사가 26일 충남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열린 관계자 간담회에서 아동학대가 저출산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6일 충남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열린 관계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이 자리에서 그는 아동학대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심리가 생겨 저출산 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민께서 ‘경선에 참여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명령하면, 그에 부응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 아니겠는가.”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난달 송년 기자회견에서 대선 도전의사를 밝히며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3대 위기(저출산·고령화·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국가지도자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3대 위기 극복은 양승조호 충남도정의 핵심과제다. 자신이 적임자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반향은 없다. <중도일보>가 지난 4일 발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는 1.2%의 지지율로 8위에 그쳤다. 안방인 충청권 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점이 더 뼈아프다.(여론조사 전문기관 제이비플러스에 의뢰. 지난달 21일과 22일 대전·세종·충남·충북 주민 1008명 대상. 응답률 5.7%,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3.0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양 지사의 경우 안티세력은 없지만, 확실한 지지기반도 없다. 정치인에게 ‘악플(악성 댓글)’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댓글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도민의 명령’을 기다리는 양 지사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그래서일까. 최근 양승조호 충남도정을 보면, 민심과의 공감대를 잃고 대권 출사용 ‘실적 쌓기’에 쏠린 듯하다. 

우선 지난달 말 양 지사가 직접 시연하며 소개했던 ‘휴대용 비말차단기’를 보자. 양 지사는 도청 공무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한 뒤 확대 보급하겠다고 했다. 반응은 시큰둥했다. 개인이 휴대하기엔 크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지사님은 비서가 들어주니까 편했나 보다”라는 조소도 나왔다.

공무원노조가 반발하자 ‘의무화’에서 ‘권고’로 한발 물러났다.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다. 사람들은 비말차단기가 없어 코로나가 확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은 고사 직전이지만, 방역수칙을 무시한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방역지침을 어긴 정치권과 공직사회 행태를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말차단기 크기를 줄여도 도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아동학대에 “무자식 상팔자 심리 조심해야”
차가운 휴대용 비말차단기 반응…‘공감 잃은 도정’ 우려 

자체 제작한 비말차단기를 휴대용 가방(왼쪽)과 직접 설치해 시연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지난달 29일 자체 제작한 비말차단기를 휴대용 가방(왼쪽)과 직접 설치해 시연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양 지사는 또 ‘저출산’에 과도하게 매몰된 것처럼 보인다. 지난 26일 충남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그는 “잘못하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심리로 결혼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와 저출산이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지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설사 그렇더라도 전담인력 부족으로 방치된 아동을 걱정하는 자리에서 할 말이었나 싶다.  

전국 단위 윷놀이 대회 논란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취지는 좋았을지 몰라도 코로나19 상황에서 강행할 행사라기엔 무리가 있다. 주관기관인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비판적 언론보도에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도의회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찬반 논란을 떠나 쓴소리에 귀를 닫는 상황 하나하나가 양 지사와 충남도정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양 지사가 사실상 대선캠프를 가동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무라인들은 정보의 출처가 어딘지 몰라 당황해 했다. 민심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계획된 언론플레이였다면 ‘아마추어급’이라는 평가를, 실수로 인한 정보유출이었다면 정무라인의 부실한 보안체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양 지사는 세종시 원안사수 21일 단식투쟁,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전철 발언’ 등 정치적 신념을 지키려는 '결기'를 보여왔다. 그것은 도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동력이었다. 역설적으로 양 지사가 민심과 어긋난 방향으로 결심한다면,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양 지사가 기다리는 ‘도민의 명령’이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겠지만 소수의 '충청대망론'에 들떠선 안 될 일이다. 충남도민은 아직 전임지사 때 겪은 아픔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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