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감 출마예정자 인터뷰] 과학교육감 표방
진보 교육감 탄생 위해 단일화 지지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강재구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독특하다.
제약연구소, 벤처기업, 생명과학연구소 등에서 연구원, 기술이사, 소장 등으로 일하다 혁신학교 교장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 지난 2008년 건양대 의대 교수로 부임했다. 당시 혁신학교 초빙 교장 자격 중 하나가 4년제 대학 부교수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혁신학교 교장공모제가 외부 초빙에서 내부 교사 공모제로 변하며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는 지금 대전 첫 진보 교육감이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 중이다.
12일 오전 <디트뉴스24>와 만난 강재구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그의 출마를 바라보는 일부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현장에서 나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해 왔음”을 강조했으며, 초등교사인 아내와 지역 초중고를 다닌 두 아이를 키우며 “누구보다 대전교육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또 진보 진영의 단일화 관련 ‘대전교육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공감하고, 의견을 모아내는 과정이 돼야 한다며 “‘내가 꼭 교육감이 돼야 한다’가 제1 목표가 아니다. 비전과 정체성에 공감할 수 있는 후보라면 언제든지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강 교수는 ‘과학도시 대전’의 인프라를 교육과도 접목해야 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과학을 잘 아는 교육감”에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다음은 강재구 교수와의 일문일답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라는 말을 알고 있나. 지역사회에서는 강 교수의 대전교육감 도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듣보잡이란 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웃음) 그분들이 보기에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20대부터 30대, 40대, 그리고 지금까지 학교 현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고민을 놓은 적이 없다. 그 고민을 바탕으로 나름 치열하게,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해, 실천하며 살아왔다.
-실제 교육 관련 이력이 많다.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와 그동안의 활동들을 얘기해 달라
”대학 시절 흔히 말하는 운동권이었다. 89학번인데 그 시절에는 돌멩이를 멀리, 많이 던지면 세상이 바뀌는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가 어떤 생각으로 사회의 주축이 되는지에 따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90년대 후반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빠 역할에 대한 고민이 교육으로 확장,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진행하는 교사 교육 과정을 공부했다. 이후 경기도 과천과 의왕에서 대안학교 설립 과정에서 참여하고 교육과정 기획, 전문교사 역할 등도 수행했다.
대안학교 운동을 하다 공공성 확대에 한계를 느껴 공교육 내에서 변화를 모색하던 시기에 혁신학교 교장을 꿈꿨고, 건양대 의대 교수까지 됐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0~40%는 의사의 사명감 등을 얘기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서 의대에 왔다는 친구들이 더 많다. 공교육에서 가르쳐야 할 공동체 교육이 제 길을 못 가고 있음을 여실히 느꼈다.
이때도 인성 교육의 절실함에 의료 인문학 교육과정을 만들어 10년 동안 진행했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우수 휴머니즘 교육과정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교수는 유초중등 교육 전문성이 부족하고 학교 현장을 잘 모른다는 평이 많다.
“현재까지 30년 동안 초등교사인 아내와 대전에서 초중고를 나온 두 아이를 키우며 누구보다 대전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해 지난해부터 연수받았던 것 중의 하나가 ‘다살림 마음 살림’ 연수다. 이 연수 참여자가 대부분 교사고, 지난 1년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지금도 좋은교사운동이나 실천교육교사모임 분들을 만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진보 교육감 탄생을 위해 지역 사회에서 단일화 추진 기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단일화에 관한 생각은 어떤가.
“‘대전교육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비전과 정체성에 누가 가장 적합한가를 기준으로 단일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가치와 방향이 같은 후보라면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할 것이다.”
-모든 후보가 그 주인공을 자신이라고 생각할 것 아닌가. 단일화의 주인공이 본인이라 생각하나.
“아니다. ‘내가 꼭 교육감이 돼야 한다’가 제1 목표는 아니다. 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대전세종충청지회에서 이번에야말로 진보 교육감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현 설동호 교육감의 3선 연임 제한, 기존 진보 진영 후보의 한계 등의 이유로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는 뜻에 따른 것인데, 진보 진영의 새로운 카드들이 나와서 세력을 확장하다가 같이 힘을 모으면 진보 교육감의 탄생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겠나.
아까도 말했지만, 대전교육을 위한 가치와 방향이 같다면 언제든 지지할 것이다. 물론 내가 해도 잘할 자신은 있다. (웃음)”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의 활동에도 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교 비정규직과 교육청과의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한 고용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과 공정의 문제다. 교육청과 학교가 함께 참여하는 ‘직종별 상설 협의체’를 만들고, 임금과 근로조건의 투명한 정보 공개, 직무 중심의 보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을 ‘직군’으로 나누기보다 학교 공동체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모두가 학생의 성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학교의 갈등은 줄어들고 신뢰는 커질 것이다."
-최근 새로운 어젠다로 ‘과학 교육감’을 내세우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대전은 대한민국 대표 과학도시고 인프라도 훌륭하다. 이를 마을교육, 공동체 교육 등과 연계 활동해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의과학자로서 17년 동안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며, 근거·데이터·실험정신이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교육도 다르지 않다.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와 증거로 정책을 설계하는 시대적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전교육은 과학적 사고, 실험정신, 협력의 문화가 약해졌다. ‘과학을 아는 교육감’으로서 대전의 교육 정체성을 되살리고, 과학도시답게 미래형 교육 생태계를 만들겠다. 그래서 “모두를 되살리는 학교, 함께 만드는 대전교육!”을 이뤄내고자 한다."
▲ 강재구 건양대 의대 교수는
-1970년 경기도 부천 출생
-서울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학사, 석사 / 성균관대학교 약학부 생명약학 박사
-전 과천 초등대안학교 ‘무지개학교’ 설립위원 및 운영 이사
-전 의왕 중고등대안학교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 교사교육추진 팀장 및 전문교사
-전 CJ 제약연구소 연구원 / 벤처기업 한국메디알㈜ 기술이사
-전 ㈜마크로젠 생명과학연구소 소장
-전 건양대학교 교수사정관 / 의료인문학교실 실장 / 의학과장 및 교무처장
-현 학진등재지 [의학교육논단] 편집위원
-현 민교협 2.0 대전세종충청지회 지회장
-현 전국교수노동조합 건양대학교지회 조합원
-현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약리학교실 교수
-현 대전 모두다살림 교육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