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감 출마예정자 인터뷰] “학교 현장 제일 잘 알아”
공정한 검증 과정 전제, 후보 단일화 참여
학교에서도 헌법 교육 필요
교사정치기본권 단계별 합의 필요 등
“천천히, 꾸준히 가면 이긴다는 말이 있다.(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상신 대전미래교육연구회 회장이 5일 <디트뉴스24>와 만나 여러 교육 현안에 대한 의견과 내년 치러지는 대전교육감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현재 거론되는 대전교육감 출마예정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으로, 가장 최근까지 학교 현장에 몸담았던 사람이다. 그런 만큼 현장감 있는 구체적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서는 ‘헌법교육’의 필요성을, 교사정치기본권 보장은 단계별 합의를, 학교 비정규직 갈등은 교육청이 업무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과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지만, 조직 싸움이 아니라 누가 제대로 된 후보인지 여러 차례에 걸쳐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중도’와 ‘진보’를 오가는 본인의 행보와 관련 일부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정치적 개념을 떠나서 보수는 지키자고만 하고, 진보는 변화만 하자고 한다. 그렇게 교육이 한곳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지킬 것은 지키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교육이다. 그래서 교육계의 오래된 공감 사항인 ‘교육은 보수에서 출발해 진보를 지향한다’ 말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 현장을 제일 잘 알고 어느 쪽에도 크게 치우치지 않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자신이야말로, 강력하지만 급격하지 않은 변화를 요구하는 지금 대전교육에 가장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상신 대전미래교육연구회장과의 일문일답.
-교육감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교장이었을 때 교사들과의 합이 참 좋았다. 2020년에는 해외여행도 같이 가게 됐는데, 그 자리에서 교육계 어른들은 자기만 살려고 출세만 하려고 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당시 대전교육의 청렴도는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교실 내 멀쩡한 공기청청기를 죄다 스탠드형으로 바꾼다고 해서 학교 현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때였다. 누군가는 나서서 현장의 실상을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서볼 결심을 하게 됐다”
-지난 선거에서는 ‘보수’ 또는 ‘중도’, 이번 선거에서는 ‘진보’라며 비판하는 말도 있다.
“교장 출신이라 보수라고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지난 2022년 선거에서는 중도라고 확실히 말했다. 이번에는 진보라 해달라고 강력히 희망했다. 왜냐하면 교육은 보수에서 출발해 진보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정치적 개념을 떠나서 보수처럼 지킬 것만 지키자고 하면 발전이 없고, 진보처럼 항상 변화만 하자고 하면기본이 흔들리고 무너진다.
예전에는 교사 위주의 일제식 수업이었지만, 지금은 AI 또는 개별 수업 등으로 변화하고 있지 않나. 교육이나 사람이나 머물러는 안된다”
-그럼, 진보 진영에서 거론되고 있는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나.
“단일화하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후보가 ‘내 중심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문제가 아닌가.
그래서 누가 진보 교육감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10회든 20회든 토론을 해서 검증 과정을 거치자는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나보다 행정을, 교육을 더 잘 아는 사람이 나온다면 협조할 것이다.
조직으로 밀어붙이는 정치적 과정의 단일화는 수긍하기 어렵다. 만약 그렇게 이뤄진 단일화 후보가 실패하면 다시는 대전에서 진보 교육감 나오기기 힘들다. 공정한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 단일화의 원칙이다”
-교육청과 학교 비정규직 간의 갈등은 어떻게 보나.
“우선 학교 내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성찰해 봤으면 한다. 학생을 위해 있다는 기본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기본을 보면 교육청이 갈등을 풀어야 한다. 왜 교장과 구성원이 싸우도록 놔두는지 모르겠다.
여러 직종이 있지만 급식 조리원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모든 게 주먹구구식으로, 업무편람이 없어서 힘들어하시더라. 그런 게 없으니까 책임 소재도 불명확하고, 어떤 영양교사나 교장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복불복이다.
예를 들어 500인분의 메추리알 장조림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자. 모든 음식은 전처리 과정이 있는데 학생 1인당 4개의 메추리알을 준다고 치면, A학교는 메추리알 2000개를 삶고, 까고, 마지막 불순물 검사까지 하고 요리에 들어간다. 그런데 B학교는 깐 메추리알을 사용한다. 그냥 영양교사나 교장 마음이다.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나.
학교에서 상담직 업무를 하는 교사에게도 60쪽 이상에 해당하는 업무편람이 주어진다. 공무직에게도 그런 업무 편람이 필요하고, 그것을 교육청이 책임지고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급식 조리원분들도 급식 시간에 학생 지도를 하는 교사를 배려해 교사 급식이 좀 일찍 이뤄지거나 배식대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점 등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그 외에 처우 개선 등을 한 번에 다 해결해 주겠다는 건 거짓말이다. 3개년 계획 등으로 급한 것부터 차근차근 소통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발생한 12·3 비상계엄이 1년이 다 돼 간다. 교육계에서도 여러 성찰이 있었는데 앞으로 교육에 필요한 게 무엇인가.
“당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도 됐다.
21세기에 과학은 단위든 무게든 새로운 기준, 즉 ‘뉴노멀’을 규정했는데, 교육이나 철학은 그렇지 못했다.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기준 없이 학자들간에 ‘이게 옳다, 저게 옳다’ 싸우기만 하고….
그래서 인권이나 공동체, 평화 등 보편적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교육자로서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봤을 때 ‘헌법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헌법안에 모든 게 담겨 있지 않나”
-현 정부 들어 논의가 활발한 교사정치기본권 보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단계별로 합의가 필요하다. 후원이나 정당 가입, 정치활동, 출마 등의 단계가 있는데 후원이나 정당 가입 등은 부드러운데, 출마하면 학교 안에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 단계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이 교사정치기본권 제한으로 피해를 본 게 나다. 교사는 사퇴하지 않으면 출마하지 못해 지난 선거에서 직을 사퇴하고 출마하지 않았나. 당시에는 억울함과 울분이 있었지만, 과거에 교사나 학생이 정치적으로 동원됐던 일이 있어 교사정치기본권을 제한한 선배들이 깊은 뜻이 있었을 거라고 정리했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달리 변화한 시대로, 학교 밖에서 후원이나 정당 가입, 개인 SNS 활동 등은 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교육감 출마를 결심한 본인만의 강점을 말해 달라.
“학교 현장 관련 나만큼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강점이다. 최근에도 현직 교사가 조언을 구하기 위해 연락이 오는 등 완전 현장 밀착형이다.
지금 대전교육은 강력한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하지 않은 변화여야 한다. 급격하면 학교 구성원들이 불안하고 불편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급격하지 않고 강력한 변화를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할 수 있다고 자신 한다”
▲정상신 대전미래교육연구회장은
-1961년 충남 홍성 출생
-대전성모여고, 충남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충남대 문학박사
-전 대전교육청 장학사(장학·인사 담당)
-전 대전법동중·월평중·만년중 교감
-전 유성중·대전갑천중·대전외삼중 교장
-현 대전성모여고 총동문회장
-현 충남대 총동창회 부회장
-현 대전미래교육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