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난맥]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대전지역 시민사회가 민선 8기 후반기를 맞아 <대전난맥>이라는 이름으로 시정 평가 칼럼을 연재합니다. 연말까지 인권, 생태·환경, 기후·에너지, 자치·민주주의, 교육, 노동, 보건, 교통, 공동체, 여성, 성소수자·차별금지법, 극우·내란청산, 경제·재정, 행정 등 각 분야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시정 난맥상을 짚습니다. <편집자주>

올해 9월 열린 대전시민사회 기자회견 모습. 
올해 9월 열린 대전시민사회 기자회견 모습. 

대전시는 지난 7일 열린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 해외통상사무소 이전 계획 예산안과 동의안을 함께 제출했다. 정명국 의원은 의회 동의 절차 없이 예산안까지 제출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의회의 역할이 시 계획에 단순히 동의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정 의원의 지적은 타당하다. 시 예산이 쓰이는 만큼, 의회에서 이를 충분히 검토하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대전시의회의 행보를 돌아보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9대 대전시의회 출범 이후, 시민들이 확인한 것은 지방자치의 기본 원칙 약화, 공적 기능 저하였다. 의회는 본연의 역할인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방기하고, 오로지 특정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대의기관으로서의 정체성도 잃어갔다.  

의회는 시장이 제출하는 시책과 예산을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무비판적으로 동의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수천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든, 시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이든, 깊이 있는 토론과 감시가 실종된 채 형식적인 절차만 반복했다. 무엇이 대전시의 재정을 위태롭게 하는지 살펴보지 않는 모습 또한, 이장우 시장을 위한 거수기 행태일 뿐이다. 막대한 사업 예산 점검 없이 재정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시민사회 활성화 및 공익활동 지원 조례 등 3개 조례를 일방적으로 폐지한 결정은 이같은 거수기 행태의 정점으로 꼽힌다. 대전시민과 시민사회가 쌓아 올린 공익적 기반을 묵살하고, 지방자치의 핵심인 민관 거버넌스 가치를 훼손한 독단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1000명이 넘는 시민이 청구한 공개 토론 요구를 외면한 채, 상위 법령 등을 이유로 내세운 조례 폐지 명분은 시민사회 영역을 축소하려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대전시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책무를 사실상 포기했음을 선언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덕적 신뢰 추락, 시민 감시·참여 핵심 

대전시의회 본회의장 전경. 
대전시의회 본회의장 전경. 

절차적 문제뿐만이 아니다. 대전시의회는 도덕적 신뢰도 크게 실추했다. 후반기 의회 원구성 과정에서 보여준 과도한 자리 다툼은 시민 삶보다 권력 집중에 몰두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드러낸 사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부결' 사태다. 송 의원은 2024년 총선 시기 캠프 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명백한 성범죄 문제 제기와 유죄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두 차례에 걸쳐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다수당의 결정에 따라 공직자로서의 윤리적 기준이 무시되는 등 의회 내부의 자정 능력이 완전히 부재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유죄 판결을 받은 시의원이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행정사무감사 등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은 시민이 기대하는 윤리적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더러 시의회 전체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9대 대전시의회는 시민과의 소통 단절, 집행부에 대한 맹목적 복종, 내부 윤리 문제에 대한 책임 회피로 인해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의 대표로서 자격을 회복하려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시의회는 현재의 퇴행적 행태를 스스로 극복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보인다. 

이미 9대 의회는 대전 지방자치 역사에 불명예스러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남은 기간 환골탈태 하지 않는 이상, 가장 무능했던 의회로 기억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의회의 변화는 시민의 지속적인 감시와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더 나은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시민들이 이번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 과정을 함께 지켜보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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