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과 서천을 지역구로 하는 장동혁 국회의원이 국민의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됐다. 모처럼 충청권 현역 의원이 거대정당의 당대표라는 중책을 맡게 됐으니, 지역민 모두가 반기고 축하할 일이다.
그동안 충청권은 중앙 정치무대에서 큰 인물을 배출하지 못하고, 주변 세력으로만 머무는 경향이 지속돼 지역민의 아쉬움이 컸다. 여당에서도, 야당에서도 늘 곁불을 쬐는데 그쳤다는 실망감이 팽배했다.
그러던 중 장동혁 의원이 거대 야당의 당대표로 선출됐으니, 충청 정치에 큰 선물을 안긴 셈이다.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22년 보선에서 첫 국회 입성에 성공한 뒤 24년 재선에 성공했고, 재선이란 다소 부족한 선수에도 불구하고 거대당의 당대표가 됐다.
그가 정치권에 첫 도전장을 내민 건 20년 총선에서 대전 유성을 지역구에 출마했을 때다. 정치권에서 다소 낯선 인물이었지만, 그는 바르고 합리적인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해주었다. 낙선했지만,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
당시 선거에서 맞붙었던 조승래 의원은 장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시를 회고했다. 예의 바르고 상대 의견을 경청하며 균형 잡히고 중도적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랬다. 정치 신인답게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각인했다. 선거에 패했지만, 강한 인상을 해주었다. 고향으로 지역구를 옮겨가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그는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던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그로 인한 탄핵, 구속의 과정을 걷는 동안 극우 정치인으로 빠르게 변모했다. 뚜렷한 이유도 드러내지 않은 채, 하염없이 극우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의 우경화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전면으로 부정하는가 하면, 쿠데타를 합리화했고, 급기야는 ‘윤 어게인’을 외치고 있다. 왜 그토록 짧은 기간에 서둘러 극우화의 길로 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모르긴 해도 그래야만 정체성을 확보해, 극우세력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로 본다. 그가 최근 수개월간 보여준 정치적 언행을 살펴보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불안하고 답답하다.
그가 당선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뉴미디어가 만들어준 승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을 들은 다수의 국민은 그가 윤석열이 그러했듯 극우 편향적 유튜브에 빠져든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했다.
본인은 부정할지 몰라도 장동혁은 분명 변했다. 정치 입문 초기에 보여주었던 합리적이고 온화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불안하다. 충청권에서 모처럼 굵직한 정치 인물이 탄생했다는 기대감도 크지만, 그가 야당을 극우 정당으로 몰아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크다.
556만 충청인은 장동혁이 특정 가치관에 매몰되지 않고, 보편적으로 사고하는 합리적 정치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잠시 과장되고, 급진적인 언행을 했다면, 이제 끝내야 한다. 그런 모습을 이어가면 한국 정치를 퇴행으로 이끈 인물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
장동혁은 아직 젊고 앞길이 창창하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당대표라는 큰 산에 올랐으니,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멀리 보고, 크게 보고, 포용적 자세를 가지며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해 주길 바란다. 충청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장동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