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민심 앞에 선 상반된 전략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정당 홈페이지 갈무리.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정당 홈페이지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나란히 충남 곳곳을 찾아 지지를 호소한 가운데 두 후보의 메시지는 극명하게 갈렸다. 이 후보는 지역 현안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고, 김 후보는 경쟁 후보에 대한 비판에 집중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충남 북부권 벨트인 당진·천안·아산을 방문해 지역의 주요 현안과 대안을 제시한 반면, 김 후보는 계룡·논산·공주·보령·홍성·서산·천안·아산을 훑으며 ‘反이재명’ 정서에 기댄 네거티브에 주력했다. 

충남은 선거의 승패를 가를 핵심 격전지로 꼽힌다. 산업 구조 전환, 지역 소멸 등의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안을 원하는 목소리가 크다. 공식 선거 운동 시작 이후 영호남과 수도권 표밭 공략에 이어 투표일 9일을 앞두고 중권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석탄화력발전소·제2서해대교·당진항’


먼저 이 후보는 당진시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대응하는 방식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제시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발전소 폐쇄시 직·간접적 피해를 입게되는 지역과 산업 노동자 등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춘 정책 방향을 말한다.

지역의 경제가 집중된 화력발전소는 장기적으로 폐쇄돼야 하지만 이에 따른 지역의 붕괴와 노동자 고용위기가 문제점으로 대두돼 왔다. 이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 후보는 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 고용불안에 대해서 ‘재생에너지 집적화를 통한 직무 전환’ 방식을 띄우며 “국가가 나서서 책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해안과 남해안이 지리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태양, 바람 등이 풍부한 점도 언급하며 “논, 밭에서 농사짓는 것보다 태양광으로 전력 판매하는 게 몇 배 수익이 높다. (서남해안)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송·배전망을 정밀하게 깔아 글로벌 추세 RE100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린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화석연료로 생산된 제품이라면 글로벌 기업이 우리 제품을 사질 않는다”며 RE100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뒤 “유럽은 내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에 대해 세금을 내게 하는 방식이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되지 않은 우리나라 제품이 유럽에 가면 수출 물가가 더 오르고 유럽에서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없게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지난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제2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RE100에 대해 “좋은 구호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원전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원전은 RE100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후보는 이후 아산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 중심지 도약 구상을, 천안에선 국가 첨단 산업 요충지로서 첨단산업 육성 클러스터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당진 유세장에서의 이재명 후보 지지자 모습과 서산 유세장서의 김문수 후보 지지자들의 모습. 김다소미 기자. 
당진 유세장에서의 이재명 후보 지지자 모습과 서산 유세장서의 김문수 후보 지지자들의 모습. 김다소미 기자. 

충남 8개 시군 찾아 중원 표심 잡기


김문수 후보는 충남 남부 계룡을 시작으로 북부 아산까지 15개 시군의 절반을 방문했다. 각 지역별 현안 언급보다는 ‘여배우 스캔들·대장동·형수 욕설’ 등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리스크 공격에 주력했다.

계룡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희망복무제, 간첩법 개정 등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논산에서는 국방산업단지를 짧게 언급한 후 이 후보의 ‘방탄조끼’를 조롱하며 “겁이 나 방탄유리를 덮어쓰고 연설한다. 방탄법을 5~6개 추진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가 말한 방탄법은 민주당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관련 사건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압박하는 취지의 법안을 연이어 추진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공주로 이동한 김 후보는 이곳을 고향으로 두고 5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공주의 현안을 듣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공주 산성시장을 찾아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이튿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특히 이번 조기 대선의 원인이 명백하게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인한 파면에 있음에도 오히려 그의 측근이자 ‘내란 혐의’로 고발당한 당사자에게 지역과 관련한 조언과 현안을 듣겠다는 것은 비판의 여지가 크다.

가는 곳곳 '방탄조끼 미착용' 인증 퍼포먼스


이어 보령, 홍성, 서산을 연이어 방문했다. 보령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이곳은) 좋은 발전 시설을 갖고 있다. (수도권 등으로) 국민들을 위해 전기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신경을 많이 썼는데, 제가 대통령되면 확실하게 밀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홍성에서도 이 후보의 방탄조끼를 조롱하며 자신은 방탄조끼를 입지 않았음을 인증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홍성 유세에서는 이 후보와 이른바 대장동-화천대유 사건으로 대척점에 서게 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참여해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내포신도시에 있는 충남도청이 경북도청보다 훨씬 잘 지어놨다. 앞으로 공공기관이 더 많이 오도록 할 것”이라며 지역 숙원인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했다. 구체적인 대안은 없었지만 “일자리 많이 만드는 일자리, 기업,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 자영업자도 다 장사 잘되도록하는 시장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산에서는 대산산업단지와 태안의 화력발전소를 언급하며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은데 이러한 부분을 앞으로 잘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문수 후보는 26일 천안시에 위치한 국민의힘 충남도당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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